구름에 쓴 편지 8

*photopoem.휴*

by 김휴

구름에 쓴 편지 8

-철학의 오류-


박형

책장에 꽂힌 헤겔이 너무 늙어버렸다는 이유로

철학도 나이를 먹는다는 논리는 맞는 것일까요?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립니다

끼니를 위해 몸을 일으키는 나는

너무나 본능적입니다


박형

무작정 새떼를 따라온 나는 두려움 끝에

배가 고픕니다

마침내 얼어 죽을 것 같은 고도에서도


시인의 조건은 뭘까?


이런 위험한 추궁은

나를 학대하기에 참 좋은 시점이 됩니다


박형

내게서 끝없이 꽃잎들이 흩날리고 있습니다

마침내 수백 개의 마음을 내다 버리고도

체념과 의문이 교차하는 혼란으로


내 철학이 말라갑니다

그러므로 나를 숨겨야 하는 시간입니다


어느 날부터 그림자도 생기지 않았으므로

시든 꽃의 각도로

내가 죽어라 달려가고 있습니다


박형

입이 타들어가는 이런 풍경은

신의 질타일까요?


글&사진. 김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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