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했던 중간고사

어제 오늘 아이들이 중간고사를 쳤다.

어제는 그럭저럭 시험을 본 모양이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은 듯했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가족단톡방에 알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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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연이은 미안하다는 카톡에 다급함이 느껴져 귀여우면서도 초조하게 나의 대답을 기다릴 것을 생각하니 안쓰럽기도 했다.

시험을 망쳤다는 사실 자체보다 "엄마를 실망시켰다"는 죄송함이 더 큰거 같다.

딸은 특히나 시험을 치러 등교하기 전부터 "엄마 너무 기대하지마" 라고 했었다.

나의 실망이 무척 두려운가 보다.

혹은 공부를 할때마다 "아주 잘해나가고 있구나" 라고 했던 나의 격려의 말이 실제로는 잘 해나가고 있지 않은 자신의 모습과 괴리가 커서 들킬까봐 불안을 느끼는 것도 같다.


그래서 아이들의 생각대로 나는 실망했나?

솔직하게 말하자면 시험성적은 매우 정직한 것 같다.

아이들이 공부할 때 지켜보면서 대략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을 미리 예상했었다.


시험의 결과는 그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받아들여야 하고 후회되는 점이 있다면 다음 기회에 개선하는 것도 본인의 몫일 뿐이다.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은 부차적인 요소이다.


저녁식사 시간에는 자신들의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은 엄마의 모습을 보고 그제서야 스스로에게 느낀 속상함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안일했던 지난날의 본인을 자책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각오를 또 너무 감정적(?)으로 강하게 다지기도 했다.


아이들은 이렇게 극단과 극단 사이를 오가며 적절한 자기 길을 찾겠지.

내가 할 일은 뭐든 하겠다고 할 때 격려하는 것과 본인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망할 때 괜찮다고 말해주는 일 뿐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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