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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Jun 05. 2020

미스터 선샤인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애신아씨와 김태리


            

오늘은 6월 5일.   현충일 기념으로 케이블 TV에서 호국영령을 기리는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1회부터 8회까지 몰아서 방송하고 있다. 코로나 영향으로 집에만 있으니 감명 깊게 본 회차를  골라가며 보고 있다.  본방보다 감명은 덜 하지만 대신 놓친 것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는 이 드라마에서 미국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향기를 느낀다.  꼰대 인정!     


50년도 더 전의 일이라 정확한 기억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란 영화를 처음 본 것은 고등학교 시절의 문화교실을 통해서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TV를 통해 한 두 번 더 감상했던 것 같다.  몇 번씩이나 보았다,  대단한 작품이란 이야기.  기억도 가물가물 하지만 영상이 대단히 아름다웠단 점.   그리고 "클라크 케이블"이 연기한 "레트버틀러"가 대단히 매력적인 남자 였다는 생각정도.      

나는 남자다. 그리고 동성애적인 요소는 터럭만큼도 없는 70대의 노인네다. 레트가 멋있다고 기억하고 있는 것은 작가가 여자!  그리고 자기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멋진 남자를 창작했구나 하는 느낌을 가졌던 기억 때문이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최고의 신인과 그 미모로 워낙 떠들썩했던  “비비안리"에 묻힌 느낌이 들지만 레트는 무지 매력적인 남자였다. 현실에는 있을 수 없는! 그리고 "미스터 선샤인"을 만났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미스터 선샤인!"   비교 대상이 아닌 것 같지만 묘하게 공통점이 있다.  남북전쟁이란 역사적 사실과 경술국치란 혼란을 배경으로 여자 작가가 집필 했다는 점.  그리고 여자들을 심쿵하게 만드는 남자들이 등장한다는 점.  김은숙의 주인공들은 레트가 가졌던 매력을 세 사람에게 나누어 놓은 것 같다는 생각.  물론 개인적인 견해.       


눈빛 연기가 일품인 이병헌의 유진 최이.  막강한 미국이란 힘을 가졌지만 개인적 복수에 사용하기를 주저하는, 행동에 앞서 생각하는 약간은 햄릿적인 그래서 묘하게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인물.  원수같은 계층 차이를 알면서도 양반집 규수에 빠져드는 인물은 레트가 다른 남자(애슐리)를 품에 안은 오하라에게 빠져드는 모습과 묘하게 매치된다.  그래서 이병헌의 눈빛 연기가 빛나는 역할.  군대 상관과 함께 원수를 처음 보던 이병헌의 눈빛은 다시 봐도 놀랍다.       


동키호테의 매력을 가진 역은 구동매가 있다.  자신의 원수에 총만 겨누고 돌아서 오열하는 유진과 달리 모두 베어버렸다는 행동파.  죽음의 길인 줄 알면서 걸어가는 그래서 총에 맞고 칼에 당하면서도 아직까지는 살아있는 인물.  그건 애기와 엄마에 오하라까지 함께 타라로 탈출하는 레트의 무모함에 비견된다는 느낌적인 느낌!  “여기에는 없소. 여기까지에서도 못 봤소.”  시체 즐비한 조선에서 애신을 걱정하는 이 두 사람을 그려내며 김은숙 작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지식인의 고뇌! 김희성! 일본의 힘과 조선의 운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 같은 인물. 누구보다 출세할 수 있는 여건을 가졌으면서도 부모의 업으로 파멸의 길을 가는 인물. 붓만이 아니라 총까지 들 것 같은 느낌.  남군의 운명을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애슐리와 달리 그것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는 행동파 레트를 연상시키는 역이다.        


유진은 모든 것을 버리고 최유진이란 이름으로, 구동매는 죽음을 이기고, 김희성은 총까지 들었다. 종착역을 향해 달리는 미스터 선샤인!   알고 있는 결말이지만 분노가 치밀고 마음이 짠해지는 것은 아직 식지 않은 가슴이 있어서가 아닐까!          



그리고 다른 하나.  “미스터 션샤인”이 건진 보석 중 보석.  바로 애신아씨역의 김태리다.  처음 볼 때는 정말 비슷한 이름의 김태희보다 더 예쁘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현재의 전형적인 미인이란 생각은 그 때도 하지 않았고 그만큼 매력 있었다는 의미!     



물론 이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은 어디서 아런 배우를 모았나 할 정도의  정말 대단한 배우들이었다.  인기나 얼굴이 아닌 정말 연기자들. 조연 누구하나 어색함이 없었다.  이름도 모르던 배우들이었지만 지금은 모두 신 스틸러 역할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김태리는 정말 눈에 확 들어오는 명 배우었다.     

 


“아가씨”라는 영화에 노출 많은 하녀 역 정도로 기억하던 배우가 이렇게나 물건이었다니! 한복 입은 단아함.  조선의 양반이었던 애신 아씨와 딱 맞아떨어진다.  미인의 기준을 바꾼 듯! 사실 그 얼굴은 요즘 말하는 서양식으로 정형화된 미인은 아니다.  V라인이라 불리는 갸름한 얼굴에 쌍꺼풀 큰 눈과 오똑한 코.  이런 전형적 미인과는 다르다.   평면적인 우리말로 동글납작한,  아니면 넙데데한 얼굴형에 크지 않은 눈,  약간 낮다는 느낌마저 주는 코에 약간은 각진 턱.  어느 졸업생이 그 각진 턱이 양반의 기품을 느끼게 한단다.  양반은 기품이 있다. 사실은 이것도 선입견.  인정!  그래도 한복 입은 김태리는 멋있다.      


절제된 연기 또한 일품이다. 오락 프로에서 자주 패러디되는 김치로 싸다구를 날리고 고함을 지르는 막장 드라마의 연기가 아니라 슬픔이나 분노를 최대한 억제한 듯한 내면적 연기,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그 정도의 연기 내공이라니!  연기 9단이라는 김갑수 배우 앞에서 조금도 주눅들지 않는 대사!  “자네가 이 의병의 대장인가?”  대단하단 말밖에. 오히려 연극적 요소가 조금은 남아있는 듯한 김갑수의 연기 보다 뛰어나다는 내 개인적 생각!          


특히나 그 발성법! 얼굴 마담 구실을 하는 연기자들이 자주 듣는 말.“국어책 읽는 것 같다.”는 표현은 적어도 애신아씨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사실 나는 병원 신세를 좀 져서 그런지 귀가 조금 좋지 않다.  젊은이들의 랩소리를 잘 알아 듣지 못 한다.   그런데 애신아씨의 대사는 귀에 쏙쏙 들어온다. 그 낮으막하게 내뱉는 소리가 다 들린다.  발음이 정확하다는 얘기도 되겠지.  이병헌과는 부녀 같다는 둥. 삼촌 같다는 둥 말들도 많았지만 그 러브라인까지도 멋 있게 소화.   참 대단한 배우 하나 건진 것 같다.  이젠 이 드라마도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조선의 결말은 다 알고 있지만 애신아씨만은 열린 결말을 내려주었으면 하는 바램은 그만큼 그 배역에 내가 빠져 있다는 얘기겠지.  미스터 선샤인 홧팅! 애신아씨 홧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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