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길었던 시간

수술

by 김윤철

수술실에서 간호사와 몇 마디 한 것까진 기억이 나는데 눈을 떠보니 생판 모르는 곳이다. 몸에는 줄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 회복실이란다. 간호사 한 분과 나 단 둘이다. 보호자는 아내가 밖에서 마취 깨는 것만 보고 병실로, 수술실 들어간 후부터 마취가 깨기까지 여덟 시간 정도 걸렸단다. 수술 후유 증이 지금까지 남아 있으니 내 생애 가장 긴 여덟 시간이었다.

마취가 덜 풀렸는지 아직까지 아픈 것은 못 느끼겠다. 한 번씩 간호사 분이 몸 상태를 확인. 약간 불편한 것이 있어 간호사를 부르려니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포기. 대신 불편을 잊기 위해 단전호흡.


단전호흡이란 게 무슨 대단한 것이 아니고 몽롱한 상태에서 정신을 단전 쪽으로 분산시키니 고통이나 불편한 점이 조금은 나누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 그러다 잠 속으로. 깨니 간호사 둘이 인수인계를 하고 있다. 간호사분들 정말 고생이 많다. 무슨 인수인계할게 그렇게 많은지 제 시간 퇴근하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바퀴 달린 침대에 실려 중환자실로 이동. 병원에서 더러 보이던 모습. 말 그대로 무거운 병의 병자 모습이다. 사실 병원에서는 운동 외에는 내 의사대로 하는 게 거의 없다. 사실은 운동조차 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간호사 분의 말. 아프면 진통제의 버튼을 누르란다.. 진통제가 몸에 좋을 리가 없을 것 같다는 그냥 내 생각. 실제 폐를 늘리기 위한 불기 운동 외에는 거의 진통제를 사용하지 않았다.


폐 수술은 문자 그대로 폐를 잘라 내는 수술이다. 폐 용량이 줄어드니 생활이 불편해질 수 있다. 따라서 줄어든 폐를 늘리기 위한 운동. 입으로 불어 공을 띄우는 기구가 있다. 갑자기 힘을 주니 수술 부위가 아플 수밖에. 처음에는 진통제의 힘을 빌렸지만 나중에는 낫겠다는 의지로 내가 생각해도 운동 참 많이 했다. 줄어들지 않는 진통제 양에 간호사분이 운동을 해야 된단다. 아내가 수시로 한다고 하니 진통제 없이?


아내는 지독하다고 간호사 분은 대단하단다. 나아야 한다는 내 의지와 단전호흡의 힘이 아닐까 추측!


중환자실을 나오면 2인 병실이다. 그 분위기는 정말 숨 막힌다는 상투적 표현이 딱 어울린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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