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흐름의 빠르기

정기검진

by 김윤철



“몇 개월 남았냐?”

“예! 30개월 남았습니다!”

한숨과 함께 “나 같으면 자살한다.”


지금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50여 년 전, 군대 신병들은 선임들에게 수도 없이 듣던 말이다. 당시엔 가장 짧은 군 복무 기간이 33개월이었다. 극단적 생각을 말 할 정도로 가지 않던 시간!


70대인 지금은 새해 달력 찾던 일이 어제 같은데 벌써 2020년도 후반기로 접어들었다. 세월 참! 세월도 환경과 마음에 따라 빠르기가 다르다.


내일은 정기검진 신체검사하러 가는 날이다. 아내가 “열시부터 금식이고 8시에는 출발해야한다.” 풀 죽어 있는 나를 하나하나 챙긴다. 투병 생활은 혼자만 고생하는 게 아니다. 그놈의 육 개월은 왜 그리도 빨리 가는지. 그렇게 빨리 흐르는 시간 속에서도 마지막 완치 판정 까지는 반도 더 남았다. 암에 완치란 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5년까지 다른 일이 없으면 정기검진 끝이다. 정기검진이라도 끝났으면 하는 바램! 신체검사와 판정. 나만 힘 든 게 아니다. 병원과의 연락부터 맥 빠진 내 손을 잡고 서 너 시간씩 차를 타야하는 아내도 나만큼은 힘 들 것이란 생각. 암투병자는 모두에게 신세를 져야한다. 모두 감사!


빠른 시간과 늦은 세월이 함께 하는 속에,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친구가 미국 산다며 우리 첫째를 달랜다. 절대로 고생 시키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걱정이 태산! 도를 건너는 이사도 힘 든 데, 나라를 바꾸는 결혼. 직장 생활에 애비 걱정에 연애는 언제 했는지도 모르겠다.


요새는 제 짝 제가 찾아오는 게 제일 큰 효도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군 복무까지 마치고 미국에 정착한 친구다. 그리고 자식 결혼에 내가 나설 일도 아니라는 평소의 내 지론! 내 마음은 이미 결혼 허락!

딸의 젊음! “아빠 우리나라 들어오면 영어 강사를 해도 밥걱정은 안 해도 된다.”


젊고 건강할 때도 집안일은 아내에게 떠넘기던 성격. 딸 혼사도 거의 아내 혼자 고생. 그래도 나도 마음고생 조금은 했다. 대한민국 남자들은 편하다, 투병생활 중에 내린 결론! 돈 몇 푼 번다는 유세로 육아나 집안일은 거의 손을 놓았다. 지금 생각! “웃기지도 않는 일.”


“오줌 누고 뭐 볼 시간도 없다.” 우리 군 시절 하던 말이다. 사위 보는 일이 그 정도로 힘 들었다. 몸이 성ㅎ지 못해서? 모르겠다. 덕분에 바쁜 꿀벌은 고민할 시간이 없다는 말 실감. 걱정할 겨를도 없이 두 번의 정기검진을 지나 결혼한 딸이 사는 미국행 비행기 탑승!


!암과의 싸움은 두려움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사는 것도 한 방법이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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