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윤철 Dec 31. 2020

이응복의 멍석 위에서 마음껏 뛰노는 광대들

스위트홈 리뷰

 

우리나라 속담에 “하던 지랄도 멍석 깔아주면 안 한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의 멍석은 자기의 끼를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하며 지랄은 능력 있는 광대의  끼를 의미한다.  종합예술인 드라마에서 지랄하는 사람은 배우, 그들이 마음껏 자기들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멍석을 깔아주는 사람은 감독이라 하겠다.  우리나라에서 배우들을 선택해 그 끼를 뽑아내는 무대를 가장 잘 만드는 사람은?  드라마 “미스터 션 샤인”!  그 광대한 이야기와 캐릭터들.  몇몇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배우들이야 당연하고,  무명에 가까웠던 인물들이 보여주던 그 끼들!  그 배역의 주인공들이 이응복 감독이 깔아 놓은 멍석에서 마음껏 능력을 발휘했다.  작은 배역은 있어도 작은 배우는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해 준 감독!  이응복!    

   

영화나 드라마를 고르는 방법은 여럿이 있을 수 있다.  배우,  감독.  작가, 장르 등등.  나는 넷프릿스의 오리지널 작품인 스위트홈을 감독의 이름으로 선택했다.  정확히는 미스터 선샤인의 감독!   그리고 1부의 마지막 편을 감상하며 그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김갑수, 김상호, 이진욱, 이시영 등 이름을 대면 알만한 배우들  물론  송강, 이도현, 고민서, 박규영, 김남희, 고윤정, 김성철 등 약간은 생소한 인물들까지 안길섭, 한두식, 편상욱, 서이경, 차현수, 이은혁, 이은유, 윤지수, 정재헌, 박유리, 정의명의 탈을 쓰고 마음껏 뛰놀고 있다.


특이하게 이 드라마는 첫 회에서 내레이션으로 주제를 공개한다.  "가장 짙은 어둠도 가장  흐린 빛에 사라진다."  “살아가는 이유.”  모든 표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제다.   드라마도 마찬 가지.  그러나  추상적인 그것을 읊어 버리면 약간은 아마추어의 느낌이 난다.  그러나 스위트홈은 그 방법을 선택했다.  그만큼 넘쳐나는 자신감.  그것이 이 드라마의 진행에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캐릭터들을 통해 그 주제를 찾아가는 방법은 자연스레 추리극의 형식을 띄게 된다.     


우리나라 드라마의 특성 중의 하나.    현실을 이야기할 때는 무엇인가 간섭을 하려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무대이니 당연히  할 말을 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따라서 재미와는 다른 각도의 얼치기 휴니머즘이 가미된다.  결과로  복선 없이도  전개가  예측되며  시청자는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강한 자극이다.   그 자극을 따라가다 보면   소위  막장식 드라마가  나오기도 한다.     스읫홈이 막장  대신 택한 것이 바로 이 추리  기법이다.   드라마의 특성상 모든 인물들을 다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주인공 현수를 위시한 몇몇 인물들이 막장 같은 인생을 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추리기법으로 찾아가는 것이다.  편상욱의 담배와 정재헌의 소주.  작은 소품들까지 그 추리의 답으로 활용한다.  편상욱이 담배를 버리는 행위와 “나도 미안합니다.” 란 처음 듣는 높임말의 대사.  이것도 하나의 훌륭한 복선이다.   


 

 

이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크리처 물이다.   괴물과의 생존 게임이니 스릴은 당연하고,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니 누군가는 희생되어야 한다.   누가 희생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서스펜스 추가.  숨 쉴 틈조차 없이 휘몰아치는 스릴과 서스펜스가 가족의 희생과 남아있는 어린이들의 가족애의 뻔함까지 삼켜버린다.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추리와 스릴,  서스펜스 거기에다 CG를 활용한 스펙터클한 화면 구성까지.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괴물들과의 싸움이 예상보다 뛰어나다.

       

사건의 전개는 드라마 형식보다는 차라리 연극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많지 않은 공간만 사용하는 경제적인 면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당연히 개연성이란 현실의 반영보다는 조금 더 상징적이고 압축된 현실을 보여주게 된다.  전통적인 드라마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조금은 불친절하게도 느껴질 수 있는 부분.   역으로 이 불편해 보이기까지 하는 전개나 "첫사랑 축하" "임신했으니 좋은 것만 보여주라"는 크리처물에서는 낯선 휴머니즘적인 대사들이 이 드라마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가 아닐까?

 

마지막 회 정의명의 대사들! “별 짓을 다 해도 분리할 수 없다.  그게 나니까.”  “모두 나갈 수 없다.”  이게 인간의 굴레다!  욕망을 버릴 수는 없으니까.  그럼에도 한두식은 핏덩이들에게 훈장을 남기고  서이경의 몸에는 아기가 자란다.  안길섭의 목숨과 바꾼 땅굴.  성공 여부는 상관이 없다.  군대의 출동에도 그들은 살아남았다.  주제인 동시에 2부의 복선이 되는 말! “가장 짙은 어둠도 하잘 것 없다고 느껴지는 빛에 사라진다.  이것이 이들이 살아야 하는 이유다.”


            



매거진의 이전글 싱어게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