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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Jan 05. 2021

싱어게인   

듣는 노래

                     

지난주의 하이라이트는 11호 가수의 재즈카페와 이선희의 슈퍼 어게인 발동이었다.  붉은 드레스에 파마머리를 하고 등장한 11호.  퇴폐미 가득.  그리고 재즈카페.  나는 라떼다.  어린 시절 가수 앞에 붙는 수식어가 있었다.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재즈 싱어!” 그리고 패티,  위키, 쟈니 등 외국 이름 뒤에 붙는 우리 성씨.  동남아가 선진국 취급을 받던 시절. 그리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나는 재즈의 의미나 리듬을 잘 모른다.  그런데 전주가 나오고 “빨간 립스틱....” 첫 소절이 시작되는 순간, 이것이 재즈구나 바로 알 수 있는 느낌.  그리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아이돌에 대한 편견!  화려한 외모,  강렬한 퍼포먼스, 격한 춤을 따르는 노래 파트 나누기 등 한마디로 보는 노래.  싹 다 깨어졌다.  다시 듣고 싶은 가수.  노래 잘하는 아이돌.   


    

29호 가수가 다시 살아나 가죽바지를 입고 무대에 섰다.  10호와 듀엣으로 부르던 “내 곁에서 떠나지 말아요.”  어딘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  살아서는 나무에 앉을 수 없는 작은새의 전설을 담담한 목소리로 부르던 마리안느 페이스 풀을 연상시키는 노래는 많은 서사를 담고 있는 듯한 10호에게 더 어울렸다는 느낌.  설욕전은 락 감성으로.  잘 못 하면 지르기 대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  아니었다.  가슴이 뻥!  10호 가수의 “살아야지!”도 가슴을 적셨지만 무대에서 듣는  고음의 위력을 생각하면 29호의 “제발!”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이해리의 슈퍼 어게인도 신의 한 수! 가슴을 적시는 노래와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노래의 대결!


63호의 “휘파람” 이 가수의 얼굴에는 밥 딜런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자유!  나? 밥 딜런 마니아.  첫 등장 시 심사위원들 앞에서 주저 없이 하던 기타 조율.  마이크 잡던 심사위원을 경악시킨 끝남 뒤의 매조짐.  일렉 기타로 포크 송을 부르며 조롱을 견디던 밥 딜런이 생각난다.  물론 우리 세대는 젊은 밥 딜런의 노래를 들은 적도 없고 그가 이겨낸 조롱 역시 상상만.  그 정도로 당시는 금기시되던 가수! 그래서 더 좋아하게 된 가수다.  63호는 노래 잘하는 밥 딜런.  단조로운 리듬을 지루하지 않게 하는 재능마저 밥 딜런을 닮은 가수다.  정말 다음 무대 기대.


이해리와 김종진 심사위원은 감정이 너무 풍부한 듯.  가수들의 노래에 너무 쉽게 감동을 받는다.   노래에 취할 때마다 눈물이 보인다.  엄격하게 심사할 수 있을까?  기우였다.  냉정할 때는 냉정한 듯.   이해리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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