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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Feb 09. 2021

싱어게인 최종회

듣는 노래


막내에게 부탁하여 두꺼비  한 마리.  아내 눈을 피할 수는 없다.  오늘은 또 뭔 일이냐?

오늘은 월요일 싱어게인 최종회가 방영되는 날.  아내가 건강 생각하라며 기름진 안주를 챙겨준다.  나! 소주 한 병도 아내에게 미안한 70 노친네다.  산업화, 도시화 세대라 통칭되는 일에만 매달려온 세대.  당연히  노래는 관심 밖.  은퇴 후 취미 삼아 손에 잡은 기타 때문에 노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 때는 기타 못 치는 게 특기라 할 정도로 기타 붐이 일었던 세대.  소위 청바지와 통기타 세대.  그때 사놓고도 못 배웠던 기타를 환갑 넘어 배우기 시작.  요즘 노래들은 너무 어렵다.  당연히 혼자 끙끙대는 노래들은 학창 시절 즐겨 듣던 올드 팝들.  그래도 시간이 부자니 TV는 열심히 본다.  요즘 넘쳐나는 트롯은 관심 밖,  아이돌 노래는 귀보다는 눈으로 즐긴다.     

  

그러다 보게 된 것이 싱어게인!  아는 가수도, 노래도 거의 없었지만 귀가 호강하는 느낌.  이거다!  아내에게 핀잔 들어가며 몇 번씩 들었다.  TV로 듣는다는 생각.  내가 젊은 기분으로 사는 건지,  유행이 돌고 도는 건지,  톱 텐을 거의 맞추었다.  오래전 20세기 최고의 가수를 뽑는 영국 잡지사의 조사에 “마이클 잭슨”이 1위.  “비틀스”가 4위를 한 것이 못 마땅했었는데 지금은 젊은이들과 사고가 더 비슷해졌다는 생각.  혼자 흐뭇.  그때 내 생각. “온라인 투표를 하니 젊은이들이 많이 참여하지 손 편지로 하면 비틀스가 최고다.”  마이클 잭슨 하면 잭슨 파이브 시절의 흑인 어린이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나 요즘 말로 라떼!     




경연 시작 무렵,  아내는 졸린다고 방으로 나는 두꺼비 한 마리 잡으며 귀 호강 준비.  특히 오늘은 1위 선정하는 날이니 혼자 등수 매기기.  첫 번째는 “요아리”  이 가수 노래는 그렇게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다.  더구나 실력 외의 사건.  그것이 참이던 거짓이던 안 좋은 일로 이름이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높은 점수 기대는 힘들다는 생각. 역시나.  다음은 록 가수 “정홍일”  정통 락!  속이 시원.  옛 기억 하나.  극장에서 쑈라는 이름으로 노래를 들을 때 성량과 고음의 역할을 아는 나는 역시 꼰대.  역시나 평가단 1위.  다음은 아이돌 출신이라는 가수.  “재즈 카페”로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확실히 깨어준 “이소정” 실수를 하고 주저앉을 때 내가 더 안타깝다는 느낌.  이선희 심사위원이 머리를 감싸 안을 때 이 프로의 성격을 확실히 알았다.  처음엔 젊은 심사위원들을 보며 의아한 느낌이든 것이 사실이다.  아이돌 출신도 있고 심사 태도도 의아.  냉정한 모습보단 감탄하는 듯한 표정까지.  이들의 역할은 심사위원이라기보다는 동료나 선후배 가수의 모습이었다.  심사위원이 참가자에게 형이라 부르기까지.  안타까워하는 이선희의 표정에서 후배 가수에 대한 사랑이 뚝뚝. 착한 경연이란 의미 확실히 깨닫게 해 주는 풍경.  가장 어린 “이무진” 나는 이 가수에게서 “밥 딜런” 의 자유를 느꼈는데 다른 사람들은 내 이 느낌을 1위를 한 가수에게서 찾은 듯.  아무튼 나는 이무진에게서 무한한 가능성을 본다.  정말 무대를 즐길 줄 아는 젊은이란 생각.  한 마디로 끼와 재기가 넘쳐흐르는 가수. 


 “이정권” 가수는 꼭 꼬집어할 말이 없다.  호 불호와는 다른 의미.  내 개인적 생각.  1위를 한 가수 “이승윤” 노친네의 생각으로는 잘 모르겠다.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가수란 언론의 평에서 일렉 기타로 포크 송을 부르던 밥 딜런이 연상된다.  처음엔 이무진에게서 그 느낌.  그런데 그것은 장르가 아닌 자유분방한 무대 매너,  마이크 앞에서 기타 튜닝을 한다던지  노래의 끝에서 한 마디 더 한다던지 하는 끼를 생각한 것 같다.  아무튼 이무진의 첫 느낌은 노래 잘하는 밥 딜런이었다.  밥 딜런이 노래를 잘한다는 느낌을 받은 기억이 없다.  마찬 가지로 이승윤은 칭찬받는 밥 딜런.  밥 딜런은 사실 처음에는 많은 야유를 받았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다.  우리는 밥 딜런에게 약간 존경하는 마음을 가진 세대다.  노래 몇 번 듣기도 전에 금기시되던 가수.  따라서 그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당연히 평화상을 생각했다.    

 

특별 공연을 즐길 즈음엔 두꺼비 반이 비었다.  젊음을 확인한 것 같은 흐뭇한 기분.  공연 기회 없는 가수들이 설 자리가 많아지기를 빌며 냉장고에 두꺼비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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