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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Feb 17. 2021

승리호에는 애신 아씨가 없었다.

김태리



나는 과거의 경험으로 외국 배우가 나오고 CG의 역할이 큰 영화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는다.  개그맨 심형래 감독의 “디워”!  지금의 승리호와 비슷한 평을 받았다.  CG는 성공.  서사는 엉성.  절반의 성공.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국뽕이란 말을 처음 알게 해 준 영화였다.  외국 배우 “스티븐 시걸”이 출연했던 영화,  제목도 기억할 수 없을 정도.  승리호는 이 두 가지를 다 가지고 넷플릭스로 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외국 배우를 홍보의 전면에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CG도 마찬가지. 볼거리 위주라면 당연히 화면이 크고 사운드가 웅장한 극장에서 보는 것이 제 맛.  그래도 기대를 가지게 된 것은 김태리라는 배우의 출연 때문이었다.  몇 편 되지는 않지만 그 배우의 영화는 다 보았다.  연기 매우 잘하는 배우.  그 정점은 “미스터 선샤인‘의 애신 아씨 역이었다.  승리호에서도 잔뜩 기대.  조선의 장총에서 내뿜던 카리스마를 레이저 건으로도 보여주기를 잔뜩 기대하며!  금수저의 카리스마와 흙수저의 카리스마는 어떻게 다를 것인가?    


 



흔히 영화를 감독의 예술이라 한다.  그 말도 이젠 옛말.  독립영화는 모르겠지만 상업영화라면 흥행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자본주의 사회.  티켓파워가 센 배우 중심으로 가는 것은 당연.  중국 자본까지 투입되면 한류의 중심인물 중 한 사람인 송중기 중심으로 영화가 진행되는 것은 당연.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이 영화 “승리호”를 아주 재미있게 본 사람이다.  호 불호가 갈리네,  클리세의 남발이네 신파의 향연이네 혹평도 많지만 극장에서 개봉했다면 찾아가 볼 의향 만땅.  그만큼 신나게 보았다.  그것도 자그마한 휴대폰 화면으로.    


    



클리셰의 남발.  클리셰를 우리말로 표현하자니 딱히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클리셰로.  그중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것! 바로 레이저 건을 든 장 선장이다.  어디선가 본모습.  바로 애신 아씨의 모습이다.  그런데 애신 아씨의 총은 바로 일본을 겨누고 있었다.  장 선장의 레이저 건은?  그 카리스마로 승리호를 겨냥한 미사일과 사투를 벌인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까?  “미스터 선샤인”의 빌런은?  바로 일본이었다.  그럼 승리호의 빌런은?  리처드 아미티지가 분한 “설리반”이다.  승리호를 선악 대결 구도로 정리한다면 설리반의 대척점에는 장 선장이 서야만 한다.   그런데 실제 영화 속 장 선장의 역할은 명령 몇 번 내리는 것 외에는 주요 배역 네 명 중 가장 작은 배역처럼 느껴지는 것은 김태리의 팬인 나만의 생각?  설리번의 대사에도 나오는 말이다. “내게 총을 겨눈 유일한 인물.”  그리고 아직도 입속에 감추고 있던 폭탄을 제거한다.  영화의 주요 배역 중 한 인물인 업둥이를 업어온 사람도 바로 장 선장이었다.   반면 영화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송중기의 “김태호”는 적어도 영화 속에서는 설리번에게 큰 적의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의 목표는 오직 딸처럼 생각하는 “순이”의 시신만이라도 확인하는 것이다.   영화가 신파로 흐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     



사실 이 영화에는 고전적 의미의 “신파극”적인 요소는 없다.  나보다 연세가 더 있는 분들은 어느 부분이 신파?라고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남녀 간의 이야기가 전혀 없으니까.  의미가 확장된 신파.  감정과잉,  억지 눈물,  필연성 부족,  등등 하여튼 좋지 않은 신파는 한 가득. 정형화된 선악 대결을 벗어나 만들어진 부녀 관계를 강조하다 보니 신파로 흐른 것이다. 란 내 생각!  중국 더 나아가 수출이란 티켓 파워를 조금만 접어두고  김태호의 분량을 장 선장에게 떼어주었다면 더 나은 영화가 나왔으리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김태리의 연기.  하녀부터 리틀 프레스토를 거쳐 1987,  미스터 선샤인까지 정말 물건이란 느낌. 그런데 승리호에서는 조금 겉도는 느낌.  이 배우의 연기는 최민식 같은 열정적인 것이 아니라 한석규 유형의 차분한 느낌.  노래로 치면 락이 아닌 발라드 같은 연기.  낮은 톤의 목소리부터 절제하는 얼굴 표정까지.  미세한 얼굴의 움직임까지 잡아내는 영화 같은 큰 하면에 어울리는 연기톤이란 느낌.  따라서 작은 폰 화면으로는  담기 힘든 연기란 생각.     아무튼 2편을 기다리는 사람 중 하나.  아마 그때는 코로나도 가고 대형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겠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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