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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Mar 14. 2021

시험과 테스트

영어  수업


     

오늘은 일요일.  미국은 토요일.  손주들이 사위와 공원 가는 날이다.  손녀는 자전거, 손자는 킥보드.  세상 참!  한국 땅에서 태평양 건너 미국 손주들 일정을 꿰뚫고 있다.  화요일이면 동영상과 함께 자랑질이 넘쳐 나겠지.  여기의 자랑질은 비속어가 아님.  오늘 전화는 오지 않을 것이다.  다음 수요일 손녀  시험이 있으니 아무리 유치원이라지만 조금의 대비는 하겠지.  약간은 서운하다.  전화 오면 반갑지만 조금은 귀챦기도 하다.  부모 맘?  오면 귀챦고 안 오면 섭섭하다.     

전화 소리.  소리라기 보단 신호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시그널.  일단은 반갑다.  

“하이!  자전거 타러 안 갔어?”

“ 자전거 많이 탔다.”

“안 피곤 해.”

“할아버지 보면 안 피곤해.”  맙소사! 큰일이다.  우리말을 이렇게 잘하다니.  걱정 한 가득.

다음부터는 혼자 놀이,  들어만 주면 된다.  눈치 봐가며 한 마디.

“수요일 날 학교 간다며.  걱정 안 돼?”

“아니!  선생님 만나면 좋지.”   겨우 딸과 통화. 

“시험 친다 안 그랬나?”

“그냥 테스트.  집에서 영어 안 쓰는 애들만 따로 불러 일대일로 테스트해보는 거다.  코로나 걱정 안 해도 된다.”

“영어는 잘 한 대?”

“걱정 안 해도 된다.  거의 아나운서 수준이다.”     

시험이 아니라 온라인 수업에 참조하기 위한 간단한 테스트라는 말.  작년 귀국 전만 해도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인 “콩순이”를 보던  손주들이  지금은 자막이나 더빙 없는 “라푼젤”을 즐긴다.  온라인 수업도 신이 나서 따라 한다.  수업이라기보다 거의 놀이처럼 즐긴다.  영어는 리듬이 있다.  컴 앞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이다.  동영상으로 보내온 수업이 “R” 발음을 할 때다.  손가락으로 대문자 “R” 그리며 재잘댄다.  두 살 터울인 손자 녀석은 덤으로 영어 공부!  그리고 내게 가르쳐 준 발음.  “라이트”  라가 아니고 롸처럼  들린다.  딸이 올리는 가족 SNS에는 미국 방송 앵커 흉내,  유튜브 흉내까지.  토익 점수 꽤나 높은 이모가 거의 유튜브란다.  “헤이 보이스 앤 걸스!” 시작되는 유튜브는 “좋아요와 구독 부탁해요,”란 말까지 있단다.  나는 못 알아듣는다.  어른들은 “레이디 앤 젠틀맨”이라 하는데 손녀는  보이를 앞에 두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적어도 나보다 손주들이 몇 배는 똑똑하다는 거다.  천재라는 내 말에 딸 왈 “요즘 애들 다 그렇단다.”  

          

딸은 우리나라에서 교사 생활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학생들에게 자기 과목 하나라도 더 주입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여기는 즐겁게 배우는 방법을 위해 노력한단다.  아직 어려서 그렇다니까,  그게 아니란다.  하긴 영어 발음을 위해 어릴 때 혀 수술을 한다는 말이 들린 적도 있었다.  미국도 하버드 대학이나 아이비리그 등 대학의 서열이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공부에 목을 매지는 않는다는 말.  딸 왈.  “미국은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 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말.”  우리나라에는 좁은 국토 자원 하나 없는 나라가 이만큼 잘 살 수 있는 것은 교육의 힘이다.  란 말이 있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란 말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21세기! 교육의 개념을 다시 정립해 볼 때도 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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