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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Mar 11. 2021

일흔에 배우는 영어

영어 교육의 문제점



‘할아버지!  토네 해봐. “

“토매.”

“토네.”

“토매”

“이도우.”

“이도우.”

“토네이 도우!”

“토매 이도우!”

“토네이 도우!”

“토매 이도우”

“할아버지 먹는 것 아니야.”

“바람?  윈드?”

“아빠! 토네이 도우 맞다.”

“아가 토네이도를 우예 아노?”

“어제 유튜브에서 봤다.”     

 

어제 미국 사는 손자와 화상 통화로 나눈 대화의 일부이다.  손자는 내년에 유아원에 등록하는 네 번째 생일을 앞둔 아직 어린애다.   영어 토네이 도우는 알지만 태풍이란 우리말을 모르니 발음으로 설명한 것이다.     

영어 정말 어렵다.  특히 어린이들과의 대화는 무슨 벽보고 하는 것 같다.  어른들과의 대화는 바디 랭귀지를 섞으면 어느 정도는 통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또래의 애들과는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LA에는 멕시칸이라 불려지는 히스패닉 계열의 사람들이 많다.  이들의 스페인식 발음은 알아듣는 애들이 내 영어는 하나도 모르겠단다.   딸의 말.  나만 그런 게 아니라 한국 이민자들 대부분의 문제란다.  중학교 입학 때부터 고둥학교 졸업 때까지 가장 많이 하는 공부가 영어,  수학인데 초등학생들과도 대화가 안 되다니 그 참!    


 

딸이 멀리 있으니 쓸데없는 걱정도 생긴다.  기우란 걸 너무나 잘 알지만 시간이 부유하니 한 번씩.  유치원에 입학한 손녀는 온라인 수업을 하니 우리와 통화를 자주 한다.  친구들과 만나면 외조부야 곧 잊겠지만 코로나 물러 갈 때까지는 친구가 되어주어야겠다는 생각. 


영어 못 하는 우리와 대화하다 영어가 안 늘면 어쩌나 이것도 걱정,  이 녀석들 우리나라 와서 “할아버지 뜨신 물 안 나온다.”  이런 소리 할까 이것도 걱정.  참 행복한 걱정! 그래서 영어 한 마디씩 섞어주려 노력 중!  덕분에 집안 곳곳에 포스트잇!   


  


“하이!  오늘 재밌었어? 엄마는?”

“설거지하고 있다.”

“설거지!  워싱 디쉬.”

처음엔 못 알아듣더니 발음 교정을 해 준다.

“워 워 워싱!”  따라 해도 잘 안되니 몇 번이나 반복해준다.  할애비 가르치는 게 재미있는 모양이다.  입모양을 자세히 보니 워가 원순 모음의 형태다.  워싱이 아니라 우워싱에 가까운 입 형태.       

누나의 영어 강좌를 기억한 손자가 토네이도 발음을 내게 전수한 것이다.  십 년 넘게 영어 공부한 할애비 체면 참!   

  

문화의 차이인지,  우리말의 우수성 때문인지  우리나라는 발음 공부를 따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 미국은 글자에 앞서 발음부터 먼저 가르친다.  문제는 발음은 점수화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입시가 중요한 우리나라 교육.  대학 입시에서 영어가 빠진다는 말은 벌써부터 있었다.  반대야 있겠지만 그것도 방법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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