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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Mar 07. 2021

미나리!  가장 한국적인 그래서 세계를 홀린 영화!

순자씨!우리의순자씨!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코로나는 여러모로 우리를 힘들게 한다.  TV를 보다 갑자기 곱창 생각이 간절.  마스크를 벗어야 하니 식당 가기가 찝찝.  마스크 급히 착용하고 집 앞 마트로.  인스턴트식품인 곱창전골 사들고 집으로.  두꺼비 한 마리는 덤.  맵다.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막내의 말!

“매운맛은 중독성이 있어서 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이 찾으니 점점 더 매워진다는 말.”

나이 탓인지 자극적인 것보다 밋밋한 맛이  좋다.  영화나 드라마도 마찬가지.  그래서 기다린 영화.  요즘 하루도 뉴스에 오르지 않는 날이 없는 분명 미국 영화,  미나리!   

  

우리나라 배우 한예리(모니카) 가족이 농장으로 이사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영화.  이 영화에서 자극적인 요소는 전혀 네버 찾아볼 수가 없다.  한 편의 목가시 같은 영화다.  원래 농사라는 게 멀리서 보면 목가적이다.  당연히 가까이서 보면 치열한 개고생.  도시 생활에 지치면 전원생활.  헛소리다.  스티브 연이 분한 제이콥 역시 눈물 겨울 정도의 치열한 삶 속에 던져져 있다.  그것을 이겨 내는 힘.  이민자의 고달픔을 달래주는 힘.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이다.  가족 간의 사랑.  

     

이 영화는 감독인 정이삭의   자전적인 영화다.  당연히 아역 배우인 앨런 킴이 분한 데이빗의 시선으로 줄거리가 전개된다.  나는 70대,  딸이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따라서 윤여정이 분한 순자씨의 관점에서 해석해 보려 한다.       




딸 산후조리를 위해 아내와  미국행.  초행길도 아니건만 입국 수속에서 지적.  영어가 짧으니 “스로리!” 흑인 검사원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아시아나!”  항공사 직원의 도움으로 무사히 딸과 상봉.  한숨이 푹.  영화 속 한예리의 대사.  “엄마 먼 길에 고생 많았다.”   

  

한예리의 눈물.  “엄마 우리 사는 모습 다 보여줬다,”  “바퀴 달린 집.  재미만 있다.”

딸의 집도 아파트였다.  미국 아파트는 우리나라와 다르다.  아니 미국 집 자체가 우리 눈에는 서글프다.  “이런 집 토네이도 오면 날아간다.”  미국은 집을 나무로 짓는다.  그것도 통나무가 아니라 합판 같은 나무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부모 눈에는 안심이 되지 않는다. 정착되지 않는 집을 재미있다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자식에 대한 믿음이고 사랑이 아닐까!     


딸네 집 가는 짐은 거의 이삿짐 수준이다.  사돈은 미역과 한약.  아내는 고추장, 된장에 김치까지.  “한인 마트 가면 다 있다.”  “신토불이다.”  사실 미국 한인 마트에는 없는 게 없다.  우리나라 상점에서는 사라진 번데기 통조림과 도토리묵까지 진열되어 있다. 심사대 통과 시 아내의 말.  “없어요.”  분명 우리말이다.  그래도 통과.  무슨 말했냐 물으니 “백 인 풋” 가방에 음식 있냐?  그래서 나온 말이란다.  글로벌 시대 실감.  당시 순자씨의 한약과 멸치는 우리보다 훨씬 힘들게 미국 여행했으리란 생각.     


미국도 코로나로 몸살.  데이빗 또래인 손녀가 학교를 못 가니 우리와 자주 통화.  그것도 화상 통화.  정말 세월 좋다.  걱정은 영어가 어둔할까 걱정.  딸의 말.  “아빠,  전혀 걱정 않아도 된다.  얘들은 영어가 국어다. 외국어 하나 할 수 있다는 건 재산이다.  온라인 수업 잘만 따라간다.”  그래도 걱정.  영어로 대화를 시도하니 손녀가 못 알아듣는다.  우리말과 영어를 섞으니 손녀가 발음 교정을 해 준다.  우리는 글을 배우지만 미국 교육은 발음을 먼저 가르친다.  “에이 이즈 애플.  애애애플”  영화 첫 장면 차 안에서 누나인 앤(노엘 조)이 보던 책이 영어책이었다.  누나인 노엘 조와  동생 앨런 킴은 천재임이 분명하다.  우리말에다  순자씨와  콩글리시 대화까지.  손주들도 남매끼리의 대화는 주로 영어로 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갈등인 제이콥과 모니카의 갈등은 순자씨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영화의 핵심 그러나 순자씨의 손을 벗어난 갈등.  그러나 이것 역시 사랑이다.  땅에 집착하는 남편이나 안정을 바라는 아내나 둘 다 가족에 대한 사랑이 다른 방법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불편한 몸으로 집안일을 도우려다 오히려 부담만 주고 죄책감에 산으로 가는 순자씨를 따라가는 손주들!  분명 이 영화의 테마는 사랑이다!     모든 농작물이 사라지고 미나리만 남았다.  어떠한 땅에서도 자란다는 미나리!  이 영화를 압축해 놓은 소재인 미나리!   




미국 파사데나의 태국 식당에서 겪은 삽화 하나!  LA에서도 파사데나는 꽤나 부촌에 속하는 곳이다.    파티,  우리식으로 말하면 잔치 행사 중 들리는 소리.  “여기.  여기다!”  뒤이어 들리는우리말들 .  딸이 알아온 말.  아이 돌잔치란다.  우리 모습에다 젊은 층은 혼혈의 얼굴도.   뒤섞여 들리는 영어와 우리말.  우리말을 쓰는 사람들 나이는 내 나이 정도.    세월 뒤의 제이콥 모습이 아닐까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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