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윤철 Mar 27. 2021

손주들과 함께 배우는 영어

영어 발음


    

운동 시간을 미루고 손주의 전화를 기다린다.  “옆에는 30일이면 미국 유치원생처럼 말할 수 있다.” 란 긴 제목의 책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손녀 눈높이에 맞춰 근처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다.  대부분이 아는 단어들로 연결된 짧은 문장들이다.  유치원생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웬만한 의사소통은 된다는 이야기.  영어 공부 헛한 것은 아니구나,  “I can  do it!” 요즘 말로 근자감.  

     

온라인 수업만 듣는 손녀가 모처럼 선생님 만나러 간다고 기뻐하던 모습. 학교 가는 것이 기다려지다니,  그것도 친구 아닌 선생님 보러 가는 게 즐거울 수 있을까? 내 기억 속에서는 불가능이다.  그것도 영어 테스트.  집에서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민 1세대 가정 학생들의 수준을 보기 위해 간단한 시험을 한다는 말.  아무리 의미 없다지만 시험 말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지끈하던 기억.  부럽다는 생각만!    

 

그때 신나서 보여주던 발음들이 메모장에 빼곡히 적혀 있다.  칠천 보 걷기 하며 몇 번씩이나 남의 눈치 살피며 메모장 들여다보고 되뇌던  발음들  “네일 페인트”  “그랜 파더”  L과  F 발음들.  L과  R,    F와  P.  도저히 구분되지 않는 발음들.  답답해서 손녀에게 한 말.  “할아버지 영어 되게 못 하지?”  “할아버지는 한국 살잖아.”  미국은 속지주의!  그래서 손주들은 미국 시민이다.  대한민국 국민인 내가 영어 못 하는 것은 당연지사.  마음껏 읊어보자.  하긴 닥치면 한다.  1년 채 안 되는 미국 생활에서 손짓, 발짓 동원한 콩글리쉬로도 할 건 다 했다.     


영어는 혀를 꼬부린다.  버터 바른 발음!  영어 발음에 대한 말들이다.  년 전에는 자식들 혀 수술한다는 말도 있었다.  그런데 손녀와 대화 중에 느낀 점.  영어 발음은 혀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차라리 입술 모양에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네일 페인트”  아트란 말을 손녀가 잘 모르니 매니큐어는 네일 페인트라고 내게 설명.  네일은 L 발음.  이것은 입술 모양이 평순이다.  입술이 옆으로 벌어진다.  반면 으른 쪽 “라이트”는 원순 모음이다.  우롸읻에 가까운 발음.  “파더”는 F “ 원순에 파열음이다.  푸와더에 가까운 발음.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던가.  책과 메모장을 몇 번씩 읽어도 기다리던 전화가 오지 않는다.  내가 생각해도 조금은 우습다.  일흔 넘긴 나이에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요즈음에 언제 미국 가보겠다고 영어 공부냐?  그런데 다른 생각.  “그럼 밖에도 못 나가는 지금 뭐 할  거냐?”  라떼의 말에 “노니 이 잡는다.”란 말이 있었다.”  이 잡는 대신 영어나 배워보자.      

 

빌려온 영어책 뒤져서 “L 과 R,   F 와 P”가 들어 있는 말을 찾아 메모장에 적는다.  부지런히 운동 가면서 발음해봐야지.  작심삼일만 아니라면 손자 유치원 다닐 때면 손주들과 유창하지는 못 하더라도 대화는 가능하지 않을까?  코로나 끝나면 미국도 한 번 더!

“I have a dream!”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인의 정서로 그려낸 미국 역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