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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Apr 13. 2021

배부름과  포만감 그리고  악당역과 빌런!

언어는 유기체다.


   

아내와의 대화 한 토막!

“배부른 줄은 모르겠는데 더는 안 들어간다.”

건강 걱정하는 아내 눈치 보며 숟가락을 놓는다.

“그게 배부른 거다.  먹을 만큼 먹었다.”

“밥을 안 먹어서 그런지 배부르단 생각이 안 든다.”

오뎅과 순대, 밥보다 많이 먹었다.“

아내는 아직도 오뎅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국어 전공이 아니니.

묘하다.  많이 먹어도  탄수화물이 안 들어가니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겠다.

배부르지 않다와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의 느낌이 다르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이 경우는 포만감이 맞는 것 같다.  나는 라떼?  모르겠다.   

  

산을 좋아하던 시절.  버너 하나 번듯한 것이 부럽던 젊은 즈음.  시나브로란 국산 버너가 있었다.  지금은 큰 일 날 일이지만 그걸로 산에서 밥을 지으며 기뻐하던 기억.  그때는 그 말이 순수 우리말인 줄도 몰랐다.  한자어에 밀려 사라진 우리 고유어들.  몇 개만 들어도 “온, 즈믄, 뫼, 가람.”등  알면서도 나이 탓인지 한자어를 많이 사용한다.  말의 느낌과  어감,  과거에는 뉘앙스란 외래어까지!  단지 짧게 표현하려는 것만이 아니다.  어쩐지 느낌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한자 숭배하던 역사 속의 이야기처럼 조금은 있어 보이려 외국어를 쓰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자어보다 영어에 익숙한 우리 애들은 이해가 안 된단다.  

“아빠! 이빨,  치아 따지려면 그냥 튜트라 그래!”  그래 나는 꼰대다.  

   

은퇴한 몸이 외출조차 못 하니 시간이 참으로 부유하다.  집에서 폰으로 영화 한 편.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영화라는 “승리호!”  국뽕이 아니라도 재미가 솔솔.  선악 구도로 몰아갔으면 좀 더 실감 나지 않았을까.라는 내 의견을 표현하고자 감상문을 브런치에.  그 영화의 악역은 설리번!   그럼 그 대칭에는 장 선장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  나 실은 김태리 배우 팬.  그런데 설리번을 표현할 적당한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악당.  악역.  한자에 익숙한 내게도 딱 떠오르는 말!  “빌런”  어느 나라 말인지도 모르겠고 어원은 더더구나 모른다.  남의 나라 말 어원까지 알 이유도 없다.  그러나 지금은 여러 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악당,  악역,  괴짜,  집착하는 인물,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인물. 등등  이렇게 보면 승리호의 다른 주역인 설리번에게 딱 맞는 말이다.      

 

외국어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런데 “빌런이나 크리세” 이런 말들이 외국어인지 외래어인지 조차 아리송하다.  이 말들은  영화 평 속에서는 이미 우리말이다.     

  

영화 “승리호”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영화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의 말,  “신파다!”  좁은 의미,  라떼의 눈으로는 거기에는 신파가 전혀 없다.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홍도야 울지 마라!”  신파가  개연성 없는,  낡은,  뻔한 이야기 등으로 의미가 자란 것이다.  사실 신파란 말을 처음 듣고 영화 속에서 “송중기와 김태리의 사랑 이야기가 담기는 줄 착각한 나는 진짜 라떼?


 
                                      

그런데 이렇게 보면 클리세와 신파를 같은 의미로 사용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     

언어는 유기체다.  태어나고 자라고 없어진다.  한자어에 밀려 사라진 아름다운 우리말들!  한 때는 우리말 찾기 운동을 한 적도 있었다.  외국어를 찾기보다는 우리 고유어의 뜻을 키우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늙은이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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