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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Apr 18. 2021

영화 미나리의 아카데미 수상을 간절히 기원하는 까닭

Korean  Americans


   

아침에 눈을 뜨면 폰부터 찾는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가족밴드.  멀리 미국 사는 손주들의 소식.  어제는 코로나 백신 접종했다는 소식.  화이자 1차 접종.  별 이상 없다는 얘기까지.  다행이다. 오늘은 한인촌에서 순댓국을 사 와서 저녁을 먹었다는 소식.  다음에 미국 오면 함께 가자는 말은 덤이다.  아직 초등학교 입학도 않은 손주들이 순대와 곰탕을 즐긴다.  완전 토종 입맛.  피는 물보다 진하다.   

    

작년 겨울.  1시간을 달려 한인촌에 들린 딸의 말.  “아빠! 꼬리곰탕 좋지!”

“나야 좋지만 애들은?”

“아버님 얘들 때문에 곰탕집 갑니다.”

우리 나이 세 살,  다섯 살 어린애들이 후후 불어가며 뜨거운 곰탕을 먹는 모습.  상상만 해보시라.  멀리서 구경하던 어르신이 말을 붙여 오신다.  

“애들이 참 귀엽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르신과 담화는 내 담당.  하긴 그분도 글을 쓰신다면 나를 어르신이라 하지 않을까!  대충 요약하면 미국서 3남매 독립시키고 여기서 두 시간 떨어진 곳에서 혼자 사신단다.  오늘은 눈 치우고 나니 고향 음식 생각이 나서 들렀다는 말씀.  사막 지대인 이곳에서 눈을 치웠다면 상당히 먼 거리를 오신 것이다.  수구초심이란 라떼의 말 생각!   

    

리 아이삭 정,  스티브 연,  알란 김,  노엘 게이트 조,  크리스티나 오,  해리 윤,  수잔나 송.   이들의 공통점. 모두 영화 “미나리”에 참여 한 분들이란 것.  다른 하나는 끝 이름,  패밀리 네임이  우리말이라는 것이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들뿐만 아니라 책임프로듀서 오, 편집 윤,  의상 송.  스텝 분들까지 한국계 미국인들이 참여한 영화가 미나리다.  미국 영화지만 한국의 정서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영화.  “미나리!”  미국 이민은 현재 진행형이다.  영화의 배경인 1980년대 영주권은 병아리 감별 기능이 대세였다면 지금은 컴퓨터 기능을 가지면 영주권이 잘 나온다는 이야기.  게임이든 소프트 쪽이던 하드웨어든 컴 기능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단다.     우리말 대사에 미국인들이 영어 자막을 통해 보는 영화! “미나리!”     


미국에서의 에피소드 하나.  우리나라에서 가져온 고무 밴드 당기기를 하는 모습이 유도의 기술 연습 처럼 보인 모양이다.  동양계인  여성이 말을 시킨다.  “일본인입니까?”

“아니 한국입니다.”  아주 서툰 우리말이 귀를 때린다.  “안녕하세요!  암 하프 코리안.”

반갑게 손을 잡고 흔든다.  서툰 영어가 몹시 안타깝다.  나는 영어가 안 되고 그 아가씨는 우리말이 안 되고.  굳게 잡은 손에서 마음만은 충분히 전달되었으리 스스로 위로.   고향 까마귀도 반갑단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아카데미 상 시상식이 일주일 남았다.  작년 “기생충”의 감격이 새삼 새롭다.  한국계로 할리우드의  탑 배우인 산드라 오의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다시 한번 순간을 볼 수 있었으면!      


누가 뭐래도 “미나리”는 한국인의 마음을 담은 미국인들이 영어 자막으로 보는 우리 영화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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