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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포비아

200원! 자판기 커피의 행복!

by 김윤철



오락가락하는 날씨 속, 오랜만에 근력 운동. 천변 평행봉 앞에서 준비 운동. 강변을 따라 반가운 몸체의 어르신 한 분. 모자에 마스크까지. 꽁꽁 싸맨 모습이지만 몇 년을 운동과 샤워까지 함께 한 분이다. 복지관의 체력단련실이 폐쇄된 지도 벌써 1년이 훌쩍 넘어간다. 세월 참! 근 년 반을 못 본 사이지만 가까이 갈 수도 마스크를 벗을 수도 없지만 그래도 반갑다. 눈만 내놓고 인사. 그래도 알아보신다.

“일찍 나오셨네!”

“건강하시죠.”

아무리 반가워도 긴 말을 나눌 수가 없다. 커피 자판기도 동전 투입구를 막은 지 오래다. 눈인사와 손짓만, 그래도 반가움이 느껴지는 사이다. 모든 이들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복지관에 모이시던 이 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삽화 한 토막.


같은 시간에 운동을 하시던 분이 샤워만 하시고 옷장도 비우지 않으신 채 외출. 나는 샤워까지 마치고 나오던 길에 다시 만났다.

“어디 다녀오셨습니까?”

“커피 한 잔 해야지.”

“가시죠.”

5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커피 두 잔. 시간 나면 마시는 커피 탓에 주머니에는 항상 동전이 있다. 아날로그 방식.



한 모금 마시는 얼굴에 쓸쓸함이 가득.

“할멈이 내가 보고 싶은 모양이다.”

“네! 무슨 말씀을!”

이 분 상처하신 지 몇 년 되신다.

“할멈이 부르는지 며칠 전에도 아침에 일어나다 넘어졌다. 침 맞고 지금 물리치료실 다녀오는 길이다.”

“....”

“운동도 못 하고 점심이나 먹고 집에 가야겠다.”

어떤 말이 위로가 될까. 복지관 식당까지 안내만.

이분의 할멈은 비어가 아니다. 그리움, 아쉬움, 그리고 먼저 간 일에 대한 약간의 원망. 사랑이 듬뿍 담긴 애칭!




대한민국! 어르신들 살기 좋은 나라다. 눈 뜨면 복지관 출근. 운동과 샤워 후 바둑 한 판 두고 점심까지. 자판기 커피 앞에 두고 시국 토론에 신변잡기까지. 가격도 저렴하다. 커피 한 잔에 200원! 나도 노인 복지관 출근했지만 운동만 하고 집으로. 저분들 보다는 젊다. 자위? 실은 나도 대수술을 받은 몸이다. 그러다 석 달간 집을 비우고 복지관 등록일 기다리다 팬데믹 사태!


지인에게 걱정을 했더니 함께 살 길을 찾아야 한단다. 세상에 코로나와 함께 살다니! 그렇게는 못 하겠다. 특히 나는 폐가 좋지 않다. 싸워야지! 함께라니!


팔 굽혀 펴기와 평행봉을 잡고 발을 땅에 붙이고 턱걸이 몇 개.

오늘 운동은 여기까지만!

내일은 백신 주사 맞는 날. 오늘은 푹 쉬는 날!




잠에서 깨니 왼쪽 어깨가 뻐근하다. 운동량의 차이에서 오는 평소의 느낌과는 조금 다르다. 아! 그저께 백신 접종했구나.


나는 평생 고혈압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백신 접종을 앞두고 한 혈압 검사. 간호사 분께서 다시 검사. 혈압이 높게 나왔다는 말.

“그럴 리가 없는 데요.” 이건 걱정이 아니다. 확신.

“주위 환경에 따라 혈압이 변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연세이니 간호사께서도 걱정. 역시 정상.


백신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병원의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린다. 백신에 대한 문의 전화. 나야 노인네지만 젊은 사람들도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모양이다. “나이가 벼슬” 소리 걱정했는데 조금은 덜 미안하다.


그런데 왜 혈압이 높게 나왔을까? 병원이 주는 위압감? 그건 아니다.

나는 일 년에도 몇 번씩 병원 검진을 다닌다. 일 주 간격으로 각종 검사, 그리고 결과 확인. 병원이란 단어에 위압감을 느낄 군번이 아니다.


나름대로의 분석. 무슨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내 생각 코로나 백신! 병원이란 말이 아니라 코로나란 단어의 힘. 일종의 코로나 포비아 현상.

다른 하나는 접종이란 말이 주는 위압감. 은퇴와 동시에 병원도 많이 다녔지만 주사 접종이란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단 한 번 사용된 말.

B C G 접종. 초등학교 그때는 국민학교였지. 정말 아팠다. 열도 나고 곪고 오래전 일이지만 아팠다는 기억은 뚜렷하다. 잠재해 있던 의식이 내 혈압을 높게 나오게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


정상 혈압으로 백신 접종. 의사 분의 접종. 이것도 처음 경험. 간호사가 의사께 연락. 의사분이 직접 주사. 단순 주사 놓기는 간호사가 더 잘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사가 직접 팔을 걷어 부친다. 기분 탓인지 따끔하지도 않다. 뉴스 화면에서는 주사가 수직으로 꼽힌다. 많이 아플 거라 생각했는데 보통 주사보다 덜 아프다. 사람 탓인지, 내 긴장 탓인지는 모르겠다.


주의 사항을 의사께서 설명. 주사 후 15분 대기. 이상 없으면 접종확인서 배부하며 간호사께서 다시 주의 사항 설명. 전신 마취 대수술보다 더 야단스럽다.


집에 오니 아내가 진통제 대령. 아무렇지도 않대도 먹어두란다. 두 알.

자기 전엔 내가 우겨서 한 알만.

아침에 일어나니 아무렇지도 않다. 같이 병원 간 아내는 팔이 아프단다. “여자는 일어나면 일을 하니 아프고 남자는 아무것도 안 하니 그렇단다.” 괜히 긁어 부스럼.


저녁이 되니 팔도 뻐근하고 열도 약간. 으슬으슬 추위가 느껴지는 것 같더니 오늘 아침까지 개운하지는 않다. 어제 아침은 약 기운이 남아 있어서 그런 모양.

이럴 때일수록 힘을 내야지. 오늘 목표는 근력 운동 생략 대신 만 보 걷기. 그리고 어제 못 한 샤워와 기타 손 풀기. 다시 한 번 날아보자! 홧팅!


코로나 정도야! 내가 나다! 홧팅이다! 아랫입술에 묘한 감촉이 느껴진다. 코밑수염!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좋아하던 배우. 크라크 케이블의 수염을 길렀다. 마스크 벗으면 용기 부족이겠지만. 아내도 보기 싫지 않단다. 코로나 덕에 별 경험 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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