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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Jul 09. 2021

코로나로 좁혀진 세상!

누가이비를 멈추어 줄 것인가!


방문이 열리며 둘째의 전화 소리가 크게 들린다.   딸들이란 비밀스러운 전화가 아니어도 숨기려 하는데 큰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전화 교대하잔 이야기.   휴대전화를 받으며  “하이!”  “할아버지!”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누나의 등 뒤로 “할머니는?” 느릿한 손자의 목소리. 


 “진 다 빠졌다.”  약간 지친 듯한 둘째의 목소리까지.   손주들 둘이 쉴 새 없이 입을 놀린다.   뭔가 집안일하던 아내까지 등장.    아내는 숙달된 조교다.  손주들의 얘기에 장단 맞추며 그럴듯한 모습은 스크린 캡처까지.   마침 오늘은 휴일이라 둘째까지 가세.   아마 이것이 코로나가 만든 새로운 풍경이 아닐까!      


작년 8월에 초등학교 유치원에 입학한 손녀.  그런데 망할 놈의 코로나.  온라인 수업!   선생님도 친구도 화면상으로나 만날 수 있다.   한창 뛰어 놀 나이에 집에만.  장난감이며 레고며 잔뜩 사 주니 자랑할 건 많은데  사람이 없다.   저녁 후 간식 시간에 우리와 화상통화.   오늘은 자전거 배웠다고 자랑질.    덕분에 미국 걱정은 한시름 놓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 되는 허술한 코로나 대응에,  텍사스 추위로 대변되는 기상이변, 미국 연방의사당 점거, 요즘은 인종혐오 범죄 소식까지.   다행히 손주네는 그나마 안전한 지역이다.  영어가 걱정이지만 딸의 말에 안심!  “아빠!  얘들은 영어가 국어다.  자기들끼리는 영어로 말한다.  나도 겪었다.  뛰어오든 누나가 넘어지니 ”아 유 오케이? “  우리의 엄마야!처럼 영어가 먼저.                  


딸이 미국 아파트 살 때 겪었던 에피소드 하나.  딸 산후조리를 위해 아내와 미국행.  근 감소증을 한 번 앓았던 나는 매일 근력운동.  하긴 미국에서 딱히 내가 할 일도 없었다.  체육관에서 집에서 가져간 밴드로 근력운동.    그 모습이 유도하는 모양새였던 모양이다.  옆에 있던 동양인 풍의 아가씨가 말을 건다.   “아 유 재패니스?”  약간 열 받았다.   유도가 일본 운동은 아니란 생각.   “노 암 코리안!”   “안녕하세요!  암 하프 코리안!” 서툰 우리말 인사와 영어.  반갑다 무지!   고향 까마귀도 반갑단 말도 있는데.  나는 영어를 못 하고 그 아가씨는 우리말을 못 한다.   그냥 말 없는 표현.   나이 차이가 많으니 보디랭귀지도 어색.   마음만!  시간이 맞지 않는지 그 뒤 두 달 정도 더 있었지만 다시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에 갔을 때는 딸도 이사!  그때의 아쉬움과 손주들과의 대화를 위해 지금 벽에는 포스트잇이 한가득!       


너무도 유명한 영화 “기생충!”  그 시상식을 미국에서 시청.   말은 알아듣지 못 하지만 힐튼호텔이 눈에 익은 것만으로도 가슴이 뿌듯.   그 수상을 누구보다 진심으로 기뻐하던 캐나다 배우! “산드라 오”  노친네인 나야 잘 몰랐지만 딸의 말!   “아빠!  산드라 오!  지금 미국서도 최고의 배우다.   골든글로브 사회에다 여우주연상까지 받았다.”   그 말 듣고 연상된 배우가 “김혜수!”   청룡영화제의 단골 사회자.   산드라 오! 대단한 배우인 것 확실히 알았다.   한국계!  “코리안 아메리칸.”  꼭 기억해 두겠다 다짐.  손주네도 바로 이 코리안 아메리칸이다.   사위와 딸도 한국 걱정 많이 한다.  글로벌 사회!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해외 동포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다.  아마 군 복무 문제도 한 이유가 아닐까 생각.  


내 생각! 이스라엘이 그렇게나 힘을 쓰는 것은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유대인들 덕이 아닐까.   산드라 오의 이야기는 그 뒤에도 많이 들었다.   수상 소감!   “아빠! 엄마! 감사합니다.”  우리말! 태극기와 한글이 수놓아진 의상 착용!  등 등 그런 동포들이 많아지는 것 역시 세계화가 아닐까!     


손주들 잘 키워주기를 바라며 벽에 포스트잇 한 장!       중학 수준의 영어 단어들!   


코로나가 바꾸어 놓은 삶의 모습들

  




기타 강사님의 목소리가 더욱 애절하게 들리는 것은 단순히 기분 탓만이 아니다.  노래 자체도 고음.  허스키한 강사님의 목소리가 힘겹게 느껴진다.   C.C.R의 “누가 이 비를 멈추어 줄 것인가?”  이 코로나 시국에 딱 맞는 선곡.  화면 한 구석.   “누구 출첵이란 자막.”  줌조차 가동되지 않는  비대면 기타 수업 모습이다.    


오늘은 불금.   요일이 의미가 없는 백수지만 일부러 바쁘게 계획을 잡아놓은 닐이다.    기타는  10시 수업 시작.    9시 반 정도 출석.  강사님 오시기 전 선배 교육생들과 손 풀기.   10시부터 수업.  나이 탓에 늘지 않는 솜씨를 탓하며 강사님 리듬에 따라 연습.   음치에 가까운 목소리라 노래는 입속으로.   휴식 시간에는 간단한 간식과 함께 커피 타임.   나보다는 젊으신 분들과 기타나 세상 이야기.   마지막엔 신나는 노래와 함께 모두에게 감사 인사.  노년의 즐거움 중의 하나였다.    


어느 날 갑자기 수업 폐쇄.   답답해할 때.  강사님의 연락.  수강료조차 없는 비대면 수업.   교육생도 보이지 않는 수업.   강사료 걱정까지.  모두 힘이 날 리가 없다.  고교 시절!   비틀스보다 더 좋아한 적도 있던 C.C.R이건만 어깨를 들썩일 수가 없다.   “내년에는 얼굴 보고 합시다.”  희망 담은 강사님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 같은 느낌 적인 느낌.    몇 주 전부터 연습해 온 노래.  “have you ever seen the rain” 과  “who”ll  stop the rain “   이 노래들이 이렇 게나 고음의 노래인 줄 미처 몰랐다.   

       

폰을 보니 사진 봉사단에서 문자가 와 있다.  “갑작스러운 변경이 죄송하단 말과 함께 간담회 장소 변경.  카페에서 강의실로.”   기타와 사진.  둘 다 간단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바쁘다 란 느낌보다 이것도란 생각.   한 해가 끝날 때의 모임은 간단한 음료라도 마시며 카페에서.  그런데 이런 작은 즐거움마저 허락되지 않는 답답한 현실이다.    


점심 후 강의실로.   입구부터 삼엄하다.  마스크 확인에  열을 재고 회원증 검사를 하고 사인을 받고.   드디어 입장.   마스크로 가린 얼굴들이 거리를 두고 앉아 있다.   인사조차 주먹만,   말은 거의 없다.  앞에는 투명 플라스틱 가림막.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거리 두기.  새삼 코로나의 위력.  언제까지... 사진 품평과 내년의 계획 이야기.    

   

복지관 문을 나서니 날씨가 싸늘.  낙엽이 밟힌다.  낙엽 따라 가버린 코로나가 되길 빌어본다.     

모처럼 정말 모처럼 바쁜 일정  저녁 후 맥주 한 잔으로 KS 야구 시청.   관객들이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암표까지 극성이던 코리안 시리즈인데.    


모든 것이 힘들다.  과연 누가 이 광란의 비를 멈추어 줄 것인가.

“who”ll  stop the ra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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