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라도 웃자!

미스크와 함께 트레킹을

by 김윤철

도가 바뀐 이사와 딸네 집 방문 등으로 몇 번 빠진 대학 동기 모임. 두 달에 한 번 만남에 코로나까지 겹치니 정말 오랜만의 모임 참석이다. 점심 식사 후 바로 고속버스 정류장으로. 딸네 다녀오니 차가 없어졌다. 나이와 건강 문제로 새 차도 포기. 얼마나 불편한지 모르겠다. 시내라도 한 바퀴 돌고 오면 스트레스라도 좀 풀릴텐데! 다리가 없는 기분이다. 아내도 면허가 있고 나도 운전 못 할 정도의 늙은이는 아니다. 그래도 싫다. 요즘 언론들은 어르신들의 차 사고는 나이와 연관시키는 제목을 단다. 그것이 급발진에 의한 사고라도 나이와 연관시킨다. 그래서 운전 포기.


지하철 환승해서 강남 터미널, 고속버스로 풍기 터미널. 다시 마중 나온 친구의 자가용으로 목적지 까지. 도착하니 저녁 식사 시간이다. 나도 힘들지만 아내에게 미안하다.. 친구 집에서 1박. 가까운 친구라지만 그래도 미안한 마음. 대구 동기들은 다음날 아침 10시에 영주 선비촌 도착. 1박 않으면 모일 수가 없다. 이제 여기도 탈퇴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


힘은 들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니 반갑고 즐겁다. 반가워 악수를 하려니 주먹을 내민다. 코로나로 인한 주먹 인사. 만남 자체가 어색하다. 그래도 여기는 양반이다, 내가 사는 경기도에서는 모든 모임이 연기되고 아는 얼굴을 만나도 손만 흔들고 비대면으로 지나친다.


그래도 반 세기의 친구들이라 정이 넘쳐 나는 떠들썩한 인사 후 점심까지 약 세 시간 정도의 소백산 자락 트레킹. 이곳 영주는 내가 직장 생활과 산악 활동을 시작한 곳이다. 그만큼 추억도 많은 곳. 죽계 9곡부터 1곡까지만. 계속 오르면 한국의 에델바이스라 불리는 솜다리가 피는 소백산 국망봉이다. 그때 국망봉에서 비로봉을 거쳐 연화봉까지 하는 소백산 종주는 하루 코스 었는데. 나이는 연세가 되고 단순한 숫자가 아닌 것을 몸으로 실감.



점심 식사 때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경험담으로 콩트. 오랜만에 만나니 이야기 소재도 다양하다. 그중 나이 드니 생기는 에피소드. 학창 시절 자주 드나들던 막걸릿집. 흔히 학사주점이라 불리던 낭만의 장소. 이름하여 "둥굴관!" 친구들도 익히 아는 이름이다. 아니 참 많이도 몰려다니던 곳이다. 이름이 입 속에서만 맴돌 뿐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허당끼도 전염되는가 친구들도 고개만 갸웃거린다, 몇 번의 TV 오락 시간 같은 해프닝을 거쳐 정답. "둥굴관!"

그때서야 쏟아지는 술과 관계된 그 시절의 무용담들. 그래도 오랜 친구들!


"나 알코올 치매 오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아내도 한 마디 거든다.

"며칠 전에는 소주도 모르더라."

"네가 소주 기억 안 나면 되냐?"

나 술과 친구 무지 좋아하는 성격이다. 덕분에 아내 속도 많이 썩이고 늘그막에 병원 신세도. 덕분에 코로나에 남보다 몇 배 힘들어하는 지도.


며칠 전 컴 앞에 앉아 글 버벅거리던 중 갑자기 소주에서 꽉!

"여보 나 이것 때문에 당신한테 욕도 많이 먹었잖아."

"소주?"

"에이 시."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모두 동년배 반세기 친구들. 마주 보면 거울이다.


친구들의 말.

“웃기려고 하는 말이 아니고 진짜 안경 쓰고 안경 찾다 아내에게 혼났다.”

“저 사람도 그랬다.”

나? 원래 좀 허당. 똑똑한 친구들도 나이가 연세다. 얼마나 더 모일 수 있으려나?

모임 빠지겠다는 생각이 달아난다.


꽤나 스마트한 친구의 결정적인 한 마디!

“아버님 빨리 나오세요.”

“폰을 찾아야 되는데, 전화 좀 하게”

“아버님 지금 누구 폰입니까?”

폰을 귀에 대고 폰을 찾았다는 웃을 수만은 없는 삽화!


때는 단풍이 한창인 호시절 가을. 평일이지만 사람들이 붐빌 때이건만 우리 외에는 텅 빈 산이다. 코로나의 위력. 마스크를 벗었다. 이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마스크라니! 사실은 폐의 이상으로 조그마한 오르막에도 숨이 차다. 오랜만에 등산 기분 만끽하며 1곡까지. 마스크로 얼굴 가리고 등산. 코로나 물러나고 이사진 보면 어떤 느낌일까?


약간 이른 저녁은 오리 백숙. 먼길 가야 하는 나 때문에 서둘러 하산. 하기야 트레킹 정도니 하산이랄 것도 없다.


이런 외식조차 낯설다. 순대국밥 생각이 간절해 식당에 앉을 생각은 못 하고, 포장을 해 달랬더니 주소에 전화번호까지 요구. 그다음부터 시내는 나가지도 않는다.


여기서는 오손도손 소주도 한 잔. 이런 기분 정말 오랜만이야. 오리백숙이 이렇게나 좋은 요리일 줄이야.

요즘 아재 개그란 말이 유행이다. 소주 한 잔 들어가니 역시 우스개 소리. 세상이 힘들어서 그런가?


나처럼 술 좋아하는 친구 녀석이 요즘 유행하는 우스개 소리라며 폰까지 열어 들려주는 말씀!

"여자들은 힘들 때 지갑을 꺼내 남편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내가 이것도 사람 만들었는데 못 할 게 뭐 있겠나?"

이 친구나 나나 술, 친구, 놀기 좋아했던 편. 셀프 디스. 나도 가슴이 뜨끔. "어쩐지 젊은 시절 마늘과 쑥 반찬이 많더라."는 개그까지.

"야! 젊은 친구들 당장 아재 개그 소리 나온다."

"아재는 무슨 할배 개그다."


이런 우스개 소리 만들어 내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머리도 비상! 오늘도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며 혼자 낄낄대다 아내에게 한소리 들었다.


친구들은 가을 기분 낸다며 은행나무 길 한 코스 더. 대학 시절 한 주력하던 친구들이다. 경기도까지 가야 하는 나만 터미널로! 즐거웠지만 아쉬운 산행! 그런 코로나 시대의 가을 나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