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끝자락
요즘 유행어 하나. 늙어가는 것이 아니고 익어 가는 나이.
코로나로 생긴 풍속도 하나. 계좌 번호! 참 애매하다. 이 친구들은 내 퇴원 시 축의금 보냈는데. 모르는 척하라니! 어쩌지?
코로나 때문에 재경 친구들 망년회 모임이 취소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거실 벽에는 2021년 달력이 걸려있다. 아내가 병원에서 가져온 것이다. 제일 앞 장은 아직 올 12월! 세월은 쉬는 법이 없다.
폰에도 올 한 해 마무리 잘하라는 덕담들이 올라온다. 오헨리의 마지막 잎새로 상징되는 한 장 남은 달력. 끝은 대부분이 흰소 띠 해의 축복! 그나마 신축년이 빠진 글이 많은 것은 디지털의 힘? 아니 코로나의 힘이겠지. 한자로 된 새해 이름 대신 건강 걱정이 주를 이룬다. 그렇지 우린 70대! 라떼 표시 좀 내자. 신축년! 흰소의 해!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올 2020년을 되돌아보니 다사다난이란 말을 도저히 사용할 수가 없다. 분명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오래된 경유차 폐차. 나이와 건강 문제로 운전 포기. 대중교통 기피로 집 앞 탄천 운동 외에는 집콕. 국가적으로도 언론이 조용할 날이 없었다. 또 몇 명의 청와대 앞 시위. 우리나라 일, 이 위 도시의 지자체장 보궐 선거, 미국 대선 등등. 대한민국은 미국 대선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나라! 그런데 이 모든 일들을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놈이 다 삼켜 버렸다. 모든 사회 활동, 친구들 모임, 배움 같은 노년의 즐거움이 코로나란 이름하에 모두 없어져버렸다. 지금 하는 일이라고는 생태 보전에 대한 봉사활동 하나와 도저히 실감 나지 않는 비대면 배움 하나뿐이다. 이 모든 것들이 코로나 하나로 귀결된다. 다사다난이 아닌 일사 다난! 손주들과의 즐거움까지 이 녀석이 삼켜 버렸다.
라떼 세대에다 건강 문제까지, 국가 일에는 신경 쓸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하긴 2020년에 20세기를 더 많이 산 내가 신경 쓸 일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내 몸보다 소중한 것은 없는 듯! 디지털로 무장한 젊은 세대! 나는 그들을 믿는다. 딸도 생전 처음 가보는 미국 땅, 폰 하나만 있으면 어디던 찾아간다. 손가락 두 개면 못 하는 게 없는 신인류란 느낌! 국가일은 젊은이들에게.
오늘 컴으로 영화 뉴스를 보다 깜놀! 점 하나를 잘 못 찍은 줄 알았다. 관람률 1위란 뉴스를 1주일 넘어 본 “이웃사촌”이란 영화의 누적 관람객이 30만이 안 된다. 천만 관객이란 소리는 정녕 전설 속으로 사라지는가! 코로나 정말 무섭다. 기생충! 봉준호 감독의 후광이 사라질까 두렵다. 영화 강국으로 자리잡기 시작하는 우리나란데. 미국 할리우드에서 느낀 점. 영화의 힘 무섭다. 잘 만든 영화 한 편이 자동차 수 백만 대의 수출과 맞먹는다는 얘기.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화 전파의 힘은 더 하다는 것을 영화 기생충과 방탄소년단을 통해 절감했다.
2002년의 “대한민국 짜자자작” 그 열기가 아직도 가슴을 뛰게 하는데 관중 없는 축구장이 웬 말! 음주가무 즐기던 민족의 후예답게 공연장을 뒤덮던 떼창! 폴 메카트니도 감동받았다던 “헤이 쥬드의 후렴구” 끝없이 이어지던 “나나나 나나나나......” 지금은 관중 없는 경기장과 공연장에 랜선이란 낯 선 단어 하나!
100세 시대! 70년이 그렇게 긴 시간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우리 세대는 참 많은 것을 겪었다. 어느 날 갑자기 좋아하던 패티 킴이란 가수의 이름이 김혜자로 바뀌고 어머니의 애창곡인 “동백아가씨”가 왜색이란 이유로 방송에서 사라지고 12시부터 4시까지의 통금. 그래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런 경우는 70 평생 처음이다.
다음 주에는 한 번의 일 대 일 대면 수업과 한 번의 비대면 수업이 있다. 대면 수업은 노친네들 상대의 폰 강의. 마스크 꼭 끼고 방역 수칙 지키면서!
제발 내년에는 주인을 지키기 위해 호랑이와도 싸운다는 소. 그것도 흰소의 힘으로 이 망할 놈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물러가서 하고 싶은 것 하고 살기를 간절히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