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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Mar 27. 2022

스트레스도 삶의 일부!

손목에서 계속 소리가 들린다.  분명 움직이란 신호다.  컴 앞의 글이 끝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있어야 하는데.   "갤럭시 핏"  딸이 생일 선물이라며 마련해준 건강용품이다.  나이가 연세,  거기다 큰 수술까지.  모두가 건강에 신경들을 쓴다.  건강 외에는 신경 줄 놓으란 소리도.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아침에 눈을 뜨면 먼저 폰을 찾는다.   SNS 점검.  친구들이 올린 안부!  “좋아요” 와 함께 마음에 드는 것 골라 친한 친구에게 카톡으로 전송.  


그 내용들이 대동소이하다.  요일이나 절기와 관계되는 덕담,  아니면 주로 건강 걱정이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걸음은 질이 아니고 양이다.” 등   


나?  한자어에 익숙하고 건강 걱정되는 은퇴한 라떼.   가장 많은 말은 운동과 마음  가짐에 대한 명언들이다.  마음 가짐에 대한 말들은  스트레스받지 말란 말. 

“내려놓아라.  한 번뿐인 인생이다.  빈손으로 간다.” 등등 

그런데 이것보다 어려운 일이 있을까!   


나는 운동에 관한 글들은 열심히 읽지만 마음가짐에 대한 말들은  거의 패스한다.  할 수도 없는 일들의 나열일 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느 유명 스님이 가짐이 너무 많아 욕먹은 사실을 알고 있다.  세상에 욕심 내려놓는 일 보다 어려운 일이 있을까?    


예수도 석가도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욕심(?)을 가지시지 않으셨던가!   


자식들이 생일 선물이라 챙겨준 건강 밴드.  37보 걸음.  목표량 육 천보.  글 쓰는 중에도 정기적으로 신호가 온다.  대강 마무리하고 강변으로.  코로나 이후 체력단련실이 문을 닫으니 운동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식사 전 잠시 기타 크로매틱 연습.  환갑 넘어 배운 것이라 매일 십 분씩이라도 손가락을 풀어 주어야 한단다. 식사 후 가벼운 집안일 도우기.   시간이 나고 생각이 모이면 이렇게 컴 앞에 앉는다.     바쁘다.  나?  분명할 일 없는 백수다.  그런데도 쓸데없이 바쁘다.  친구들이 부럽단다.  바쁜 것 좀 배우고 싶단다.  딱히 해 줄 말이 없다.  “백수가 과로사 한단 말이 있다.”  정도!  당연히 운동 시간도 들쭉날쭉!  


오락가락하는 날씨 속,  모처럼 맑은 날씨.  좀 더 일찍 나올걸.  오랜만에 근력 운동.  천변 평행봉 앞에서 준비 운동.  강변을 따라 반가운 몸체의 어르신 한 분.   모자에 마스크까지.  꽁꽁 싸맨 모습이지만 몇 년을 운동과 샤워까지 함께 한 분이다.  복지관의 체력단련실이 폐쇄된 지도 벌써 1년 반이 훌쩍 넘어간다.  세월 참!  오랜만에 보는 사이지만 가까이 갈 수도 마스크를 벗을 수도 없다. 그래도 반갑다.  눈만 내놓고 인사.  그래도 알아보신다.

“일찍 나오셨네!”

“건강하시죠.”

아무리 반가워도 긴 말을 나눌 수가 없다.    눈인사와 손짓만, 그래도 반가움이 느껴지는 사이다.  모든 이들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복지관에 모이시던 이 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이 분과의 삽화 한 토막.



같은 시간에 운동을 하시던 분이 샤워만 하시고 옷장도 비우지 않으신 채 외출.  나는 샤워까지 마치고 나오던 길에 다시 만났다.

“어디 다녀오셨습니까?”

“커피 한 잔 해야지.”

“가시죠.”

5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커피 두 잔.  시간 나면 마시는 커피 탓에 주머니에는 항상 동전이 있다.  아날로그 방식.     

한 모금 마시는 얼굴에 쓸쓸함이 가득.

“할멈이 내가 보고 싶은 모양이다.”

“네! 무슨 말씀을!”

이 분 상처하신 지 몇 년 되신다.

“할멈이 부르는지 며칠 전에도 아침에 일어나다 넘어졌다.  침 맞고 지금 물리치료실 다녀오는 길이다.”

“....”

“운동도 못 하고 점심이나 먹고 집에 가야겠다.”

어떤 말이 위로가 될까.  복지관 식당까지 안내만.  


이분의 할멈은 비어가 아니다.  그리움,  아쉬움, 그리고 먼저 간 일에 대한 약간의  원망.  사랑이 듬뿍 담긴 애칭!  궁금했던 분이었는데 이렇게 건강하신 모습을 보니 좋다.  일정하지 않은 운동 시간이 좋은 점도 있다. 아니 이분도 과연 운동 시간이 일정하실까?  나 보다 연세도 건강도 더 걱정스러운 분이다.  코로나 시대 당연히 약속도 잡을 수 없다.  가까운 친구는 우연만이 만나는 방법이다. 


저만치 멀어지는 어르신의 모습.   혼자 몸이니 점심은 복지관에서 해결하셨는데 식당이 문을 닫았다.  도시락으로 대체. 분명 복지관으로 도시락 가지러 가시는 길이다. 구부정한 자세에 약간은 저는 것 같은 걸음. 뒷모습이 더 쓸쓸해 보인다. 이 세상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가족과의 이별이란 말을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이 분이 받은 스트레스, 가늠할 길이 없다.




우리 집에서 내가 가장 젊다.  요즘 말로 인싸다.  인싸답게 젊은이들이 즐긴다는 브이로그 시도!

막내에게 물어서 셀펀용 삼각대 장만. 집 앞을 흐르는 탄천으로. 그런데 의미를 잘 모르겠다.  단순한 하루의 기록?  특징 있는 하루의 모습? 연습 삼아 매일 하는 평행봉 운동 기록해보기로.  보지 않고 하는 동영상 촬영은 처음이다. 먼저 사진으로 대강의 구도를 살피고 동영상 촬영.  이런! 안경을 가져오지 않았다.  성공 여부 판단 불가.  사실은 몇 개월 동안 운동을 전혀 할 수 없는 대수술을 하고 나니 가뜩이나 약한 몸이 근 감소증까지.  열심히 운동.  혼자 하는 운동의 한계. 점점  게을러지는 것 같아 그 해결책으로 운동량 기록. 그 방법으로 브이로그를 시작학기로 했다.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처음이라 거리 조정 실패.  사실은 평행봉은 일흔 나이에는 힘든 운동이다.  하루에 두 번 찍기는 무리. 아쉬운 대로 가족 밴드에 등록.  딸의 댓글이 달렸다.  "아빠 최고! 복근 있다. "

젊은 사람들처럼 빨래판은 아니지만 형태는 있는 것도 같다.  용기를 내어 카톡으로 육십 년 지기 친구들에게 전송.  코로나로 만날 수는 없지만 톡으로 연락은 주고받는 친구들이다.


친구의 답장. "근육 장난 아니다.  열심히 해라.  나도 하루에 세 시간씩 자전거 탄다."  

자전거 복장이 너무 멋있다.  부럽다. 칠순 여행 이후로 자잘한 병치레에 자전거를 탈 수 없다.

"멋지다. 주위 경치도 즐기고..."

"이 나이에 세 시간 달려봐라. 경치 생각이 날 것 같나? 새벽에 나간다. 안 죽을라고 탄다."


요즘 방송만 틀면 나오는 게 먹방이다. 이 먹방의 원조격인 친구.  대한민국 맛집을 꿰뚫고 있는 친구다.

"인간의 욕망 중에 식욕이 제일 앞에 있다. 성욕보다 앞에 나온다. 나는 먹고 싶은 것 참고 오래 살고 싶은 생각 없다." 이 친구의 지론이다.


같이 여행을 가면 관광보다 맛집에 신경을 더 쓰는 모양새다.  따라서 젊어서도 병원 신세 꽤나 진 친구다.

자전거도 살기 위해 탄다기보다 먹기 위해 탄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은 친구. 그래서 경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목표 앞으로.


나도 마찬가지다.  입원과  회복기를 거치며 근 감소증.  근육이 없으면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얄팍한 의학 지식에 거의 의무적인 운동.  자기애나 성취감보다 면역력 강화가 목표.  피곤한 몸에 힘을 더 주어 본다.

목표 앞으로!


라떼의 경험담.  목표는 스트레스다!  한 때 유행했던 해외 고산 등반.  정상을 앞에 두고 되돌아서는 것이 가장 큰 용기라는 명언이 있다.  혼자 하는 등산도 마찬가지.  아무도 보지 않지만 억지로라도 정상까지.  정복이란 말을 쓰면 대역 죄인 취급받았지만 그래도 정상까지는 갔다.   힘들면 스스럼없이 돌아선지는 몇 년 되지 않는 것 같다.  목표는 스트레스다.  아니 쓸모없는 욕심이다.


슬며시 기타를 내려놓는다.  나도 모르게 코드 바꾸는 연습을 소리 내지 않고 하고 있다.  우리 세대의 최애 곡이었던 "비틀스의 예스트 데이" 한 마디 안에 코드 네 개짜리 베이스 연습.  그 부분 빼도 기분은 낼 수 있다.

되면 좋고 실패해도 만족하자.



고령화 시대다.  나도 일흔이 넘었다.  모든 것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코 아니다.   건강에 대한 걱정 이 또한 욕심이거늘! 스트레스 없애기 또한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다. 피할 수 없으면 맞서자! 발상의 전환!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건강에 좋다고 한다. 포식 어류와 한 수족관에 있는 물고기들이 생존율이 높다는 실험 결과를 알고 있다.  목표를 정하면 스트레스가 된다.       


당장 목표를 세워야겠다.  육천보 걸음을 칠천보로.  기타 연습 하루 최소 삼십 분씩.  집안 청소는 내가.

속이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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