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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Mar 27. 2022

브이로그 연습

우리 집에서 내가 가장 젊다.  요즘 말로 인싸다.  인싸답게 젊은이들이 즐긴다는 브이로그 시도!

막내에게 물어서 셀펀용 삼각대 장만. 집 앞을 흐르는 탄천으로. 그런데 의미를 잘 모르겠다.  단순한 하루의 기록?  특징 있는 하루의 모습? 연습 삼아 매일 하는 평행봉 운동 기록해보기로.  보지 않고 하는 동영상 촬영은 처음이다. 먼저 사진으로 대강의 구도를 살피고 동영상 촬영.  이런! 안경을 가져오지 않았다.  성공 여부 판단 불가.  사실은 몇 개월 동안 운동을 전혀 할 수 없는 대수술을 하고 나니 가뜩이나 약한 몸이 근 감소증까지.  열심히 운동.  요즘은 게을러지는 것 같아 운동 기록하기 위한 방법으로 브이로그를 시작했다.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처음이라 거리 조정 실패.  사실은 평행봉은 일흔 나이에는 힘든 운동이다.  하루에 두 번 찍기는 무리. 아쉬운 대로 가족 밴드에 등록.  딸의 댓글이 달렸다.  "아빠 최고! 복근 있다. "

젊은 사람들처럼 빨래판은 아니지만 형태는 있는 것도 같다.  용기를 내어 카톡으로 육십 년 지기 친구들에게 전송.  코로나로 만날 수는 없지만 톡으로 연락은 주고받는 친구들이다.


친구의 답장. "근육 장난 아니다.  열심히 해라.  나도 하루에 세 시간씩 자전거 탄다."  

자전거 복장이 너무 멋있다.  부럽다. 칠순 여행 이후로 자잘한 병치레에 자전거를 탈 수 없다.

"멋지다. 주위 경치도 즐기고..."

"이 나이에 세 시간 달려봐라. 경치 생각이 날 것 같나? 새벽에 나간다. 안 죽을라고 탄다."


요즘 방송만 틀면 나오는 게 먹방이다. 이 먹방의 원조격인 친구.  대한민국 맛집을 꿰뚫고 있는 친구다.

"인간의 욕망 중에 식욕이 제일 앞에 있다. 성욕보다 앞에 나온다. 나는 먹고 싶은 것 참고 오래 살고 싶은 생각 없다." 이 친구의 지론이다.


같이 여행을 가면 관광보다 맛집에 신경을 더 쓰는 모양새다.  따라서 젊어서도 병원 신세 꽤나 진 친구다.

자전거도 살기 위해 탄다기보다 먹기 위해 탄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은 친구. 그래서 경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목표 앞으로.


나도 마찬가지다.  입원과  회복기를 거치며 근 감소증.  근육이 없으면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얄팍한 의학 지식에 거의 의무적인 운동.  자기애나 성취감보다 면역력 강화가 목표.  피곤한 몸에 힘을 더 주어 본다.

목표 앞으로!


라떼의 경험담.  목표는 스트레스다!  한 때 유행했던 해외 고산 등반.  정상을 앞에 두고 되돌아서는 것이 가장 큰 용기라는 명언이 있다.  혼자 하는 등산도 마찬가지.  아무도 보지 않지만 억지로라도 정상까지.  정복이란 말을 쓰면 대역 죄인 취급받았지만 그래도 정상까지는 갔다.   힘들면 스스럼없이 돌아선지는 몇 년 되지 않는 것 같다.  목표는 스트레스다.  아니 쓸모없는 욕심이다.


슬며시 기타를 내려놓는다.  나도 모르게 코드 바꾸는 연습을 소리 내지 않고 하고 있다.  우리 세대의 최애 곡이었던 "비틀스의 예스트 데이" 한 마디 안에 코드 네 개짜리 베이스 연습.  그 부분 빼도 기분은 낼 수 있다.

되면 좋고 실패해도 만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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