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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의 법칙이 전혀 안타깝지 않은 날!

송구영신

by 김윤철

연말 분위기. 거기에다 정말 내게는 멀리 있다고 생각되던 일이 일어났다. 해서 식사 후 소화도 시킬 겸 기타를 잡았다. 우리 세대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비틀스의 예스터 데이"!

약간의 손목과 손가락 스트레칭 후 코드를 잡았다. "예스터 데이 올 마이 트러블...."

옛날에 많이 연습한 한 마디 안에 코드가 네 개나 있는 부분!

" 햅 투 고 아이 "

C코드에서 Bb 코드로 넘어가는 순간 손목이 뜨끔! 다음 Gm코드를 잡는 순간 왼 손목, 정확히는 왼쪽 엄지 손가락 밑 부분이 감전된 듯한 느낌. 아니 찌릿한 게 아니고 깜짝 놀랄 만큼 아팠다. 기타를 내려놓고 손목 스트레칭. 사실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다시 한번 같은 경험을 하고 나니 하이 코드는 잡기가 겁이 난다. 이젠 기타와도 이별할 연세?



두 달 정도 내가 결정 장애가 있나 생각할 정도로 망설여지던 일이 있었다. 예스터 데이 가사처럼 멀리 있을 것만 같았던 일. 이름 하여 노인 운전면허 반납.

난 차도 없다. 운전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래도 면허증 반납은 망설여진다. 근 두 달간을 고민했다.

나, 소심한 성격 정도가 아니고 매우 소심한 성격이란 걸 확실히 알았다. 적성 검사를 받으려니 6개월 안 쪽의 천연색 사진이 필요하단다. 폰 사진으로 인터넷을 통하면 면허 발급이 가능하다는데 그것마저 귀찮다. 게으른 내 성격. 반납하면 늙은이 인증! 쉽게 결정을 못 내리는데 아내의 결정인 한 마디!

"귀도 신챦은데 내비 안 들리면 도시에서 운전 우예 하노!" 이건 의문형이 아니다. 나는 시골에서만 삼십 년 넘게 운전한 촌사람이다. 서울 한 번 갔다 오면 진이 다 빠지는 사람.

바로 주민 센터로. 상품권은 내년에 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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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 모든 강좌 종강. 당연히 며칠 전부터 평행봉이 올 장마에 소실된 탄천의 공트장으로. 가장 현실적인 트러블. 체력 단련실이라 불리는 복지관 헬스장 추첨에서 떨어진 것이다. 대기 8번. 일곱 사람이 빠져나가야 내 차례다. 다행히 등록하지 않은 사람이 세 분. 그래도 네 명이 등록 취소하고 환불받아야 내가 운동을 할 수 있다.


한 나절을 보내는 헬스장. 차례가 올 때까지는 탄천에서 고무 밴드 당기기나 해야 한다. 내 차례가 오지 않을 지도...

머피의 법칙! 일 전에는 눈길에 넘어지기까지! 그래 오늘까지는 괜쟎다. 송구영신이란 말도 있으니까!

나쁜 일들은 겹쳐서 와라.

오늘은 막걸리라도 한 병! 아내와 함께 묵은 것 들을 보내면 되니까.


복지관 컴퓨터에서 눈을 드니 탄천의 백로가 날아오른다. 재작년에는 백조도 이 탄천을 찾았었다. 고니는 날지 못하는 거위와 혼동할 정도로 몸집이 큰 새다. 같은 흰색이지만 가장 큰 쇠백로보다도 세 배 정도는 몸집이 큰 새다. 날지 못할 것 같은 큰 몸으로도 시베리아에서 우리나라까지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는 새가 바로 고니, 백조다. 올해도 고니가 탄천을 찾아 주기를 바라며!


내일부터 날 수 없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70대가 다시 한번 날갯짓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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