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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Dec 28. 2022

빨리빨리 살아야 하는 이유?

눈 온 날 아침 풍경

잠에서 깨니 아파트 전체가 하얗다. 많은 것은 아니지만 눈이 제법 쌓였다. 무슨 이유인지  흰색으로 덮인 세상은 사람 기분을 좋게 하는 힘이 있다.  굿 모닝이다.

  

식탁에서 아내와 대화 중 공사 소음. 어저께 아래층에서 공사한다며 서명받던 생각. 좋은 기분 깨기 싫어  노트북을 챙겨서 집을 나섰다. 며칠 전부터 계획했던 복지관의  탄천이 보이는 장소로.   길이 제법 미끄럽다. 조심조심. 저 멀리 신호등이 바뀐다. 건널 수 있다는 시간 계산. 빠른 걸음으로. 쿵! 주위를 둘러보니 보는 사람이 없다. 휴!     


노인 종합 복지관의 도서관 격인 문화 나눔터 도착. 노트북을 설치하고 커피 한 잔!

서울에 한강뷰가 있다면 이곳엔 탄천뷰가 있다. 백로와 오리 등 새들. 아침 운동하는 사람들. 물멍 중 아침 일 되감기. 가만히 생각하면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다.     


도로를 건너서 다시 횡단. 긴 것 같지만 신호등 바뀌는 시간이 30초씩이다. 종단, 횡단해봐야 1분! 70년 넘어 산 내 인생에 1분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더구나 난 은퇴자! 만년 백수다. 

왜 넘어졌을까?   



난 결코 빠리빠리한 사람이 못 된다.  아니 행동이 많이 느린 편이다. 반 세기 전이지만 군 시절.

"동작 봐라!" 소리를 수도 없이 듣던 사람이다. 그런데 왜?


해답은 하나! 20세기! 그 중에서도 산업화 사회를 힘 겹게 건너온 우리 세대의 살아 온 행동 양식이 아닐까?

막내에게 "워라밸"의 의미를 묻던 기억. 돌아보면 우리에게 라이프가 있었을까? 내 생각에는 워크밖에 기억이 없다. 그래서 요즘은 아내에게 많이 미안함을 느낀다. 토, 일요일도 직장에서 개기던 삶.  


오늘의 다른 기억. 빠른 걸음을 위해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빼는 순간 미끄러졌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다.

그런데 말이다. 아픔보다 어깨에 맨 노트북 걱정이 먼저였다. 일흔 넘은 나? 미친 놈 아니다. 그냥 우리 세대의 버릇 정도로 생각해 두자.


아내의 카톡.

"언제 와요?"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었다. 노트북을 접었다. 


탄천을 건너 집으로.

우리 가족의 행복을 담보해주는 14층 우리 아파트!

그 옆에 영어인지 독어인지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외국어 이름의 주상 복합 아파트가 버티고 있다.

몇 층인지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적어도 시골 면 정도의 주민들이 살지 않을까 하는 내 개인 생각.


나는 언제쯤 20세기의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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