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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Jan 03. 2023

미국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들어가는 글

새해 연휴에 여행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미국을 네 번이나 다녀왔다. 큰 수술 후, 후회나 하지 말자며 돈 쓰러 다녀온 3주간의 여행기와 손주들과 함께한 석 달씩의 미국 생활기 세 번! 

그러고 보니 미국은 나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 같다. 


내가 특별한 것은 기억할 수 있을 정도의 나이. 초등학교, 그때는 국민학교였다. 그즈음! 

우리 집 앞에는 미군 부대가 있었다. 숫기 없던 나와는 달리 활발한 친구들은 미군을 따라다니며 초콜릿을 얻어먹었다는 이야기가 무용담처럼 들리던 시절. 

"할로야 기브 미 초콜릿!"

미국 원조품이라는 우유와 강냉이 죽. 나와 미국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한국동란, 그 종전 직후의 어려운 시절. 가루우유와 덩어리 우유. 덩어리 우유는 돌덩이 같이 딱딱했다는 기억. 옥수수 죽을 나누어 주던 초등학교! 나는 배고팠던 기억이 별로 없다. 은행 다니던 삼촌과 전매청 직원이었던 고모 덕에 다른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던 아이였다. 아버지는 군인이셨다. 직업이 아닌 징집병.


코 흘리고 손 튼 친구들 사이에서 사지라 불리던 미군들 군복을 줄여 만든 옷과 독꾸리라는 목 긴 옷을 입고 다니던 기억. 독 꾸리는 따뜻했지만 목 부분이 몹시 까끄러웠다는 배부른 기억. 

그때의 미국은 여행 꿈을 꿀 수 조차 없는 동화 속의 나라였다.


비교적 기억이 뚜렷한 고교 시절. "리챠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과 "생택쥐 베리의 야간 비행"에 빠지고 샌프란 시스코에는 머리에 꽃을 꽂고 오라는 노래를 즐겨 들을 때도 농담에서 까지 미국은 동화 속이었다.

"미국은 거지도 양주만 마시고 양담배만 피운다."

버킷리스트란 말조차 모르던 시절. 그때의 꿈은 히피의 본거지였던 샌프란시스코를 한 번 가 보는 것이었다.  


금문교를 바라보며

직장을 잡고 젊은 혈기로 산사나이 흉내를 내던 시절. 미국의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모든 산 친구들의 꿈이었다. "대장 바위, 앨 캐피턴!" 바위 높이만 900m라는 세게 최고의 암장.

그 앨 캐피턴에 노을이 지면 바위 전체가 빨갛게 물 든다. 스티브 잡스가 가장 좋아해서 컴퓨터 바탕 화면으로 삼았다는 바로 그 바위다. 나는 요세미티에서 며칠 묵었지만 쌓은 덕이 없는지 그 절경은 보지 못했다.


앨 캐피텬과 저 멀리 하프 돔

지금 생각해 보면 내 인생 버킷 리스트의 가장 앞부분을 차지했던 그 둘. 샌프란 시스코와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다녀왔다. 70 나이에 돈, 명예, 권력 세속 적인 것은 하나도 잡은 적 없지만 그래도 복 받은 삶이 아니었나 스스로 만족해 본다.


그 만족의 반추를 위해 다시 한 번 추억으로 미국 여행.  첫 여행지 산타모니카로! 순서 없이 기억 나는 대로의 여행 기록을 시작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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