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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Jan 04. 2023

행복한 여정 그 시작

산타모니카  LA

나이가 들어도 여행은 설렘이다. 아내는 혼자 짐을 챙기면서도 전혀 싫은 내색을 하지 않는다.  퇴직과 함께 한 병원 생활. 아내의 말을 빌리면 "지옥 다녀왔다."는  대수술 후의 첫 해외여행이다. 나도 숨길 수 없는 들뜬 마음속에서 인터넷을 찾는다. 유홍준 님의 말씀! "아는 만큼 보인다." 이 말은 문화유산 답사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첫 여행지! 산타모니카 엘에이!  정보의 홍수다.  필요한 정보만. 엘 에이 카운티. 미국 제2의 도시이자 엔터 수도라 불리는 서부의 중심 도시. 면적은 서울의 두 배. 인구는 서울의 절반 정도. 열대 사막 기후. 

우리나라의 2월은 겨울이다. 두터운 옷은 차 속에 두고 바람막이 옷 한 벌과 여름옷으로 비행기 탑승. 내 실력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은 사진도 천지다. 인증 샷만 찍어야겠다.


해외여행이 처음도 아니건만 미국은 역시 멀다. 무작위로 뽑는 정밀 검사에 당첨되어 아내 보다 10분이나 늦게 심사대 통과. 액땜? 아니 한 번 더 남았다.  12시간의 비행. 설렘이 지루함을 이기고 LA국제공항 도착. 공항에 만발한 꽃들에서 미국과의 거리를 실감한다. 


약간의 두려움과 함께 미국 땅의 검색대에 서니  흑인 검사원이 입국 신고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무슨 말을 한다. “스로리! 프리즈!” 서툰 영어를 내뱉으니 손가락질을 하며 “아시아나!” 이건 영어가 아닌 우리말이다. 우리나라 항공사 직원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심사대를 통과하니 한숨이 나온다. 사실은 숙소 주소에 우리 식으로 하면 번지수 하나 빠졌다는 별 일 아닌 것이 속을 썩였다.  가족이 함께 오는 경우는 불법 체류할까 심사가 조금 까다롭다는 이야기. 액땜 한 번 거하게 했다.


미리 예약해 놓은 산타모니카 숙소 도착.  주차를 하니 영화배우 같이 잘 생긴 흑인이 자리 교정을 해준다.  묘한 것이 커피 자판기처럼 동전을 넣고 주차를 한다.  짐을 옮기다  아까의 흑인을 다시 만났다. 고마운 마음에 인사를 하니 “아리가도, 감사합니다.” 뜻밖에도 일어와 우리말로 화답한다.  내 모습이 우리나라 아니면 일본인으로 보였단 의미.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분이란다. 입국 심사대에서 "아시아나"를 외치던 검사원과 함께 미국 도착 첫 만남의 흑인들이 지구촌을 실감 나게 해 준다. 


주차비를 동전으로


숙소 정리 후 시내 구경.

집을 나서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소부터 외웠다. 애리조나가,  옆 도로는 링컨가,  주 이름이나 사람과는 상관이 없는 그냥 고유명사,  도로 이름일 뿐이다.  지금은 우리나라도 도로명 주소를 사용한다. 미국의 서부 지역은 계획 도시들이다. 길이 바둑판 처럼 격자형으로 되어 있다. 꼬불꼬불한 길의 우리나라와 달리 도로명과 번지수만 알면  길 잃을 염려가 없다. 초행길이지만 브로도웨이란 도로명과 입국시 애를 먹인 번지를 적은 수첩만 챙기고 용기를 내어 시내로.  숙소 근처의 산타모니카 도심!  깨끗하고 품위 있어 보이는 관광지다.   3주간의 미국 여행!  수박 겉에 혀 대보는 수준이겠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미국을 보겠다는 생각. 


                       뉴욕의 브로드웨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도로 이름이다.



장시간의 비행과 초행길에 대한 아내의 두려움, 더해서 시차 적응까지. 여러 이유로 숙소 근처만 둘러 보고 다시 숙소로. 본격적인 산타모니카 관광은 내일로. 시차 적응해야 하는 장거리 여행은 처음이다. 시차를 생각하면 미국은 놀랄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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