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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Jan 05. 2023

산타모니카

땅덩이

기지개를 켜니 온몸이 노곤하다. 평소엔 느껴보지 못 한 피곤. 여행의 피로? 시차?  그래도 비싼 돈 주고 왔으니 구경은 열심히 해야겠지. 아니 돈 생각은 말자. 36년 고생의 보답. 1달여의 입원 시 병 구완 해준 아내에 대한 감사함. 그냥 즐기다 가자.


산타모니카 시내 구경 전   볼티모어에 살고 있는 졸업생에게 전화.   멀리 미국 살지만 1년에 두세 번은 sns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는 특별한 사이다. 세상 참 좋다. 근 20년 만에 들어 보는 목소리.  서로가 반갑다.  시간 내서 한 번 가겠다 하니 승용차로 사흘은 걸린단다.  이게 뭔 소리?  캘리포니아와 볼티모어는 태평양과 대서양에 닿아있다.  미국의 서쪽 끝과 동쪽 끝.  9시, 애들 등교했냐 물으니,  집에 올 시간이란다.  LA9시, 볼티모어 12시.  3시간의 시차!  새삼 미국의 크기에 기가 질린다. 참고로 일본은 우리나라와 시차가 없고 홍콩 한 시간, 태국과는 두 시간의 시차다. 미국 여행 시 처음에는 도심만 벗어나면 볼 수 있는 석유 시추기가 부러웠지만 지금은 그 땅덩이가 더 부럽다. 당장 미국 서부 지역은 사막 기후다. 후버 댐의 물로 생활해 간다. 길 걷다 갑자기 작동하는 스프링 쿨러에 놀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짧은 기간에 미국 느끼기는 수박 겉핥기란 말도 사치라 느껴지는 크기다.  



집을 나서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소부터 외웠다. 애리조나가,  옆 도로는 링컨가,  주 이름이나 사람과는 상관이 없는 그냥 고유명사,  도로 이름일 뿐이다.  그 옆이 우리 숙소가 있는 브로드웨이가. 숙소 근처의 산타모니카 도심!  깨끗하고 품위 있어 보이는 관광지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신호등이 전자동이 아니다. 길을 건너고자 할 때는 버튼을 누르고 기다린다. 시간이 되면 신호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버튼을 눌러야 작동되는 수동식이다.  아마 교통량이 많은 곳에 건너는 시간을 더 주고자 함 이리라.   




여기도 겨울이라는데 낮에는 덥기까지 하다.  복장도 자유.  남의 눈치 따윈 보지 않는다.   아니 영어에는 눈치란 단어가 아예 없다고 한다.   개인주의 국가이니 다른 사람 신경 쓸 이유가 없다는 말.   자유!  3주 정도의 미국 여행에서 뼈저리게 느낀 부러움이다.   해변 가기 전의 거리.  곳곳에 보이는 노점상과 거리의 예술가들이 이곳이 관광지임을 실감하게 해 준다.   기타, 타악기, 마술에 초상화까지.  한 낮 뙤약볕 아래에서 펼쳐지는 공연자 앞에는 모자며 악기 케이스, 깡통까지 팁을 챙기는 도구도 갖가지다.   깡통!   우리 세대는 무척 낯익은 모습이다.   깡통 찬다는 말에 익숙한 우리 세대에겐 목 놓아 부르는 노래가 안쓰럽게 들린다.  1불.   우리 돈 천 원이면 쌩큐 베리 마치다.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에 의한 뉴딜 정책이 황금 사슬에 묶여있다.”라고 외치던 C.C.R의 노래가 들리는 듯하다.  사실은 이곳도 뉴딜 정책에 의해 만들어진 후버 댐 덕에 살아가는 곳이다.   




점심은 매식! 미국 식당은 참으로 내게 맞지 않는다.  식사 도중 수시로 근처를 맴돌며 시중을 들어준다.   우리식으로 하면 빨리 나가라 눈치 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내는 대접받는 기분이란다.  왜?  팁을 주니까.   처음에는 그 돈이 아깝다고 느껴졌지만 생각을 바꾸면 우리도 한 번쯤은 생각해 볼만 한 것이 아닐까.  팁은 종업원에게 주는 다른 음식 값,   최저임금 보전을 위한 방법.  식당이 있으니 종업원들이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만 아니면 합리적이란 생각.


나는 여름 아내는 겨울이다.


식사 후 해변으로! 모래사장이 참으로 넓다.  겨울이라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모두 일광욕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시민들은 참 벗는 것을 좋아한다.  선글라스 속의 눈이 호강한다.  미국에서 늘씬한 몸매는 부의 상징이란다.   운동할 여유!   거리 어느 곳에서나 벗고 달리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배가 약간 나온 것을 부의 상징이라 여겼던 배고프게 자란 우리 세대에겐 낯 선 풍경.  그 한 곳에 갈매기에게 모이를 주는 노인이 보인다.   은퇴한 분 이리라.  동병상련의 정과 함께 부유한 곳에 살 수 있는 여유가 부럽다.  미국도 집 값이 보통문제가 아니란다. 이곳 산타모니카도 집 값 비싸기로 유명한 곳.


우리나라 여자들은 기미 낀다고 싸매고 백인들은 햇빛만 나면 비키니다.



이곳은 미국의 서쪽 끝. 태평양 연안이다. 한국과 가장 가까운 곳이라 생각하는  동포들의 향수를 달래 주는 곳이란다.  여행기분과 자유스러운 분위기에 아내와 기분도 좀 내 보았다. 환갑 전후 노인들의 어깨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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