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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Feb 13. 2023

재택근무

개성 김치

미국에는 코로나 이전부터 재택근무란 제도가 있었다.  주에 하루는 집에서 근무. 근로 여건이 참 좋다는 생각. 나는 재택근무란 말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오늘이 그 첫 경험. 7시부터 근무 시작. 딸은 문제가 없다지만 사무실에 가족이? 우리나라 정서로는 이해 불가. 칭얼대는 손녀를 데리고 밖으로. 그새 얼굴을 익혔는지 바깥 구경을 하니 곧잘 논다. 둘이 달팽이 구경.


이곳은 사막 기후다. 비가 오지 않는다는 말. 산마다 물탱크가 있다. 멀리서 보기는 콘크리트로 만든 것들이다. 과학의 힘. 나무는 스프링클러로 키운다. 일찍 나오니 세상이  촉촉하다. 자세히 보니 달팽이가 길을 건너고 있다.  주변에는 말라죽은 달팽이도 보인다.  물이 나오면 달팽이들이 인도를 건넌다.

사람에게는 작은 길이지만 달팽이에게는 대륙 횡단? 건너편에 도착하기 전 해가 나면 말라죽는다. 목숨을 건 이동. 아직도 이유는 모르겠다.


정해진 시간을 몰라서 놀랄 때도 있다.


손녀 안고 밖으로 나가다 고양이와 마주쳤다. 깜놀! 아파트 창문에서 고양이가 날 바라보고 있다. 예고 없는 고양이의 등장은 섬찟하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이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개와 고양이는 요즘 말로 반려 동물. 개는 함께 산책. 그리고 배변 활동. 고양이는 산책 대신 창으로 바깥세상 구경. 개판 더하기 고양이 판이다. 


밖으로 나오니 집 근처 나무에 청설모들이 놀고 있다. 나무 밑까지 내려온다. 손녀는 모든 동물들이 신기한 모양이다. 다가가면 나무 위로 도망가는 모양에 재미를 부쳤다. 그래도 눈 돌리면 안 된다. 잔디밭은 개 배설물들. 이상하게 이곳에도 버섯이 자란다. 더위에 적응된 버섯인 듯.  이곳은 열대 사막 기후다. 덥다.

그래도 태양만 피하면 견딜만하다. 비가 이곳에서 노래를 만들었다? ㅋㅋㅋ "태양을 피하는 법"

곳곳에 마트용 쇼핑 카터가 있다. 물건을 사서 그냥 집까지 카터에 실어 온다. 저녁이 되면 직원이 카터를 가져간다. 참 편리하다는 생각. 손녀가 유모차와는 다른 승차감에 즐거워한다. 아이 보기는 즐거움 더하기 "힘들다"  이다.


ㅇl름 모를 버섯들


15시 업무 끝! 딸이 한인촌에서 김치를 사 오겠단다. 사양하니 아내가 눈치를 준다. 사실 김치 없으면 밥 안 넘어가는 전형직인 한국인은 아니다. 

"눈치도 없다. 둘이 데이트 좀 하게 손녀나 봐주자."

나? 정말 눈치뿐만 아니라 코치도 없는 나잇값 못 하는 사람이다. 들께에다 다진 양념, 새우젓 넣은 순댓국 생각이 간절하다. 코리아 타운에서 순대 이야기하다 아내에게 한 소리 들었다.

"한국 가마 순대 실컷 사주께. 한 시간 반 차 타고 와서 아들한테 순대 미길래."

한인촌은 인구 밀도가 높은 편이다. 불법 체류자들이 있어서 그렇다는 말을 들었다. 따라서 교통 체증이 다른 곳 보다 조금 심한 편이다. 


한인촌에서 사 온 김치 두 종류. 백김치! 나 이건 정말 좋아한다. 백김치에 삼겹살 싸서 한 입! 좋다.

개성 김치! 이건 마트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이북이 고향인 할머니가 직접 담으시는 김치다.

담백한 맛! 젓갈을 사용하지 않는 이북식 김치라는데 나는 이북 김치는 먹어본 적이 없으니 평가 불가.

참이슬까지! 사람 사는 세상 별 다르지 않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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