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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Feb 23. 2023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영어 참!

이번 미국 생활에서는 내가 할 일이 조금 생겼다. 저번 까지는 카메오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특별 출연 정도는 된다.  아내가 몸 무거운 딸의 일을 도우는 동안 손녀는 나와 함께. 칭얼대다가도 밖으로 나오면 엄마 생각이 없어지는 모양이다. 다리 아프기 전까지는 유모차를 나와 함께 밀려고 한다. 다리에 힘이 올랐는지 30분 정도 걸리는 도서관까지의 길을 반 정도는 나와 함께 걸어간다. 이제 유모차는 이동 수단이 아니라  놀이 기구가 되었다. 도서관에서 놀다가도 조금 싫증 나면 밖으로. 다시 나와 걷기. 손녀와 걸으면서도 할 일을 찾는다. 지금 가장 급한 일은 도로를 건너지 않고 건물 옆의 그늘진 길로만 가서 쉴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다.  화씨 110도의 더위 때문.  완전 마음에 드는 곳은 아니지만 적당한 곳을 찾았다. 초등학교 앞의 공터. 


도서관을 손녀와 들렀을 때 손녀와 함께 하는 자원 봉사자 님의 말씀. 영어 배울 생각 있느냐?

좋은 곳 소개해 주겠다. 1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예스!" 주소와 전화번호를 받았다.

열 달 전에 몇 번 본 조그맣고 늙은 동양인을 기억해 주는 것이 고맙다. 역시 봉사하는 분들의 마음!

딸과의 대화.  나 없을 때도 도서관에 몇 번 갔었단다.  손녀와 함께 나도 기억하는 듯.

아마 나를 한인촌에서만 살던 코리안 아메리칸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불편하지 않게 영어 익혀 두라는 말씀.

그런데 미국은 차가 신발인 나라다. 그 십 분이 차로 가는 시간이다. 걸어서는 한 시간도 더 걸리는 거리.

감사한 마음만! 나는 영어와는 인연이 없는 모양이다. 하긴 석 달간의 영어 학습이 얼마나 도움이 될 지도 미지수.


손녀와 함께 걷기는 미국의 인도도 문제다. 가로수를 심은 지가 너무 오래다. 나무가 커지니 인도의 시멘트들이 부서져 버린 곳이 많다.  손녀가 발 밑은 보지 않고 유모차만 보며 밀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조심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런 곳이 적은 곳. 그래서 찾은 곳이 초등학교. 나 혼자 먼저 답사해 보니 친구들도 꽤 있다.  베이비 시터들이 어린이들과 함께 모이는 곳이다. 아직 친구 사귈 나이는 아니지만 심심하지는 않겠다는 생각. 내일을 이곳에 한 번 와 봐?


부서진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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