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윤철 Mar 01. 2023

핏줄

가족 사랑

핏줄이란  인간이 타고나는 것인지 엄마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으려던 손녀가 동생이 생기니 많이 어른스러워졌다. 엄마에 대한 시샘은 여전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동생 사랑이 눈에 보인다. 딸이 손자를 안으면 자기도 안아달라 보채기는 하지만 절대  해코지 하지는 않는다. 잠이라도 들면 곁에 앉아 들여다보는 눈에 요즘 말로 꿀이 흐른다. 


오늘은 손자가 더운 날씨에도 딸꾹질을 한다. 머리를 따스하게 해야 한다며 수건으로 감싼다. 손녀가 시샘을 하기에 엄마 대신 내가 안았다.  조심스럽다. 우리 애들 안은 기억은 가물가물. 시간이 많이 흐르기는 했지만 그래도 조금은 미안한 마음.  눈치 봐서 손녀와 함께 밖으로.


애들의 호기심인가? 눈에 무엇이 보이면 엄마를 찾지 않는다.  유모차를 같이 밀며 새로 알아둔 초등학교 앞으로.  우리말로 어린이 돌보미 정도의 해석이 가능할까? 베이비 시터라 불리는 멕시칸 계열의 여자분들 몇 명이 두 세명의 어린이들을 돌보고 있다. 우리는 대부분이 한 가정 한 자녀들인데 미국은 다자녀 가정이 많은가? 아니면 몇 집이 함께 한 분을 고용해 비용을 절감하는지는 모르겠다. 


가족보다는 사랑이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  약간 방치해 둔다는 생각. 먹을 것 챙겨 주고 장난감이나 던져 주면 자기들끼리도 잘 논다. 아직 말을 나누며 사귀는 정도는 아니지만 호기심으로 어울려 다닌다. 돌보미들은 자기들끼리 환담. 조그만 동양인이 신기했는지 내게도 말을 건다. 손짓, 발짓 동원해 몇 마디. 나는 손녀가 음식이라도 떨어뜨리면 얼른 주워서 내 입으로. 가족은 조금 달라야 한다는 생각.


학교 안은 들어갈 수 없다. 등교가 끝나면 교문이 굳게 닫힌다. 하교 시간에는 학부형이 학생들을 모시러 온다. 미국은 어린이 위주의 나라다. 모신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10살 이하의 어린이는 반드시 학부형이 학교를 함께 다녀야 한다. 그 시간이 점심시간. 나도 방금 안 돌보미들에게 손을 흔들며 손녀와 집으로.






매거진의 이전글 외손자와의 만남을 위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