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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Mar 24. 2023

아날로그의 시간과 디지털의 시간

브런치의 혜택

약간의 감기 증세와 미세 먼지의 영향으로 며칠간 집콕. 오랜만에 탄천변 산책, 많이 놀랐다.

습관적으로 입고 나온 패딩에 땀이 송송. 미동도 않던 개나리와 참꽃들이 만개 했다. 그 새?

패딩을 벗어 허리춤에 묶고 강변의 봄꽃 향기 음미 하며 복지관으로. 뒷방 늙은이 되기 싫어 신청한 동영상 제작 고급반 강의실로. 지금 나이 의식 않으려는 어르신들과 머리를 싸매고 있다. 어저께는 썸네일 제작의 일환으로 프로그램에 의한 사진 합성법 공부. 배운 것 활용에 얽힌 손녀와의 에피소드 하나.


설치한 앱에 약간의 노력을 더하면 재미있는 사진이 만들어진다. 젊은 시절 꼭 해보고 싶었던 스카이 다이빙. 다른 분의 사진에 내 얼굴을 합성하니 깜쪽 같다. 신이 나서 SNS에 올렸다. 친구들의 반응!

"멋있다!"  "용기가 대단하다." 에다 "됐다. 고마해라."까지 모두 속아준다. 심지어 36개월의 군 시절 점프 경험이 있는 친구까지 멋있다고 야단이다. 미국 사는 딸에게도 사진 전송.


외손녀의 화상 통화 신청. 몇 마디 인사 후

"할아버지 사진 봤어?"

"무슨 사진?"

합성을 눈치챈 딸이 아예 손녀에게 입도 뻥끗 않은 것이다. 합성 사진을 본 손녀 왈!

"이거 할아버지가 직접 했어?" 의심이 한가득이다. 결정적 한 마디.

"머리가 너무 커!"

사실은 얼굴 확인 시키려 사진을 조금 확대한 것이다. 손녀는 우리 나이 아홉 살, 초등학교 2학년.

70년의 인생 경험이 9년의 경험에 미치지 못하는 시대!  손녀의 할애비 놀리기.

"할아버지 나는 책을 너무 좋아해!"

갑자기 화면 속의 배경이 책이 가득 꽂혀있는 책장으로 바뀐다.

"비눗방울도 좋아해."

화면 속에 비누 방울이 둥둥. 70 노인 어안이 벙벙. 세상 참!



X세대, Y세대, MZ세대 등 세대 구별법도 많지만 아날로그 세대 디지털 세대란 말이 유행한 적도 있었다.

나는?

"인간은 도구를 사용해서 자연을 극복해 나가는 동물이다."

분명 이렇게 배웠다. 그러나 현재는 디카를 사용해 사진을 찍고 컴을 통해 그것들을 친구들과 공유하고 있다.

정의하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아날로그 세대라 생각하면 맞을까?

당연히 무척 힘들다. 유튜브 제작도 힘들게 배웠다. 지금은 많이 뒤처진다는 생각. 그래서 다시 고급반 신청.

얼마 안 가 또 다른 신기술이 나오겠지.

손주들 세대는 디지털 시대에 태어났다. 우리는?

아날로그 시대를 살다가 갑자기 디지털 세대로 월반한 세대다. 당연히 원리는 모른 채 하는 법만 익힌 얼치기 세대. 배운 것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도 나는 디지털의 혜택을 단단히 보고 있다는 생각.  


브런치! 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이 발표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을까? 몇 안 되는 신문과 잡지 그 좁은 공간에서 헤매던 많은 사람들. 그러다 대부분이 뜻을 접고 만다. 지금은? 손바닥 안의 폰에 백과사전이 다 들어간다. 발표 공간이 무한정이라는 의미. 약간의 의례만 통과하면 마음껏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뒷방 늙은이인 나는 디지털 시대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는 아날로그 세대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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