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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Apr 03. 2023

삶에서 힘을 빼자

칠십 대의 육아법

운동을 시작할 때면 몸에서 힘을 빼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라떼의 표현으로 "유능제강"

어느 병서에 나오는 말이라는데 "부드러움이 능히 단단함을 이긴다." 정도의 뜻이 되겠다. 부드러울 유자를 앞에 내세우는 "柔道"는 당연히 그 시작부터 유연성 운동이다. 몸 풀면서부터 구르기.

 "몸이 굳으면 공격도 방어도 안 된다." 

몸이 굳는 가장 큰 이유는 긴장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몸에서 힘 빼는데만 최소 1년이 걸린다고 말들을 한다. 몸에서 힘을 빼보자. 아니 우리 삶에서 힘을 빼보자. 모든 게 부드러워진다.


대한민국 참 살기 좋은 나라다. 한 푼 들이지 않고 근사한 집필실이 생겼다. 이름하여 "노인종합복지관 도서관"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두 시간 정도는 컴퓨터도 독점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한강뷰 못지않는 탄천뷰는 덤. 오늘도 이곳에서 컴으로 읽은 기사 하나. 신문 기자가 이래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를 퍼왔다고 떳떳하게 밝히며 확인도 않고 올린 내용. 만석이 된 카페에 들른 20대 아가씨들이 60대 아주머니에게 한 말이란다.

"카페는 젊은이들이 오는 곳이니 할머니는 나가 주세요!" 

짐 싸는 아주머니를 보며 주위의 사람들이 젊은 아가씨를 나무랐다는 말. 설마?

칠십 노인네의 생각은 어그로 끌기! 

고개를 드니 벚꽃이 만발한 탄천이 보인다.

"카톡"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폰 개방. 덕담 주고받는 친구가 보내온  퍼온 글이 하나.

기억도 가물가물한 다산의 목민심서! 그중 노래까지 곁들인 "멈추면 보이는 것들"

그 내용이 늙은이들 세월에 순종하라. 다른 말로 이제 나이 들어가니 삶에서 힘을 빼란 내용들이다. 이 친구 정말 꼰대다. 보내는 글이 모두 노인네들의 힘 빼란 이야기다. 젊은이들의 새로운 이야기도 좀 읽으면 좋으련만. 정작 친구도 마음대로 안 되니 그런 글 찾아가며 보는 게 아닐까? 


미국 사는 손녀와의 화상 통화 한 토막. 세월이 좋아져서 멀리 있는 손주들을 가까이 있는 친구들보다 훨씬 자주 만난다. 미국은 봄방학이란다. 학교를 쉬니 할애비가 보고 싶은 모양이다.

"할아버지!" 손녀는 우리말을 곧잘 한다. "할아버지 이거 봐"

오늘은 브레이크 댄스 자랑이다. 손녀는 운동을 좋아하고 또 잘한다. 깜짝 놀랐다. 초등 2학년이 브레이크 댄스라니! 유튜브를 통해 배웠단다. 처음에는 손주들과 대화를 하려 했다. 나도 할 말이 많으니까. 그런데 귀가 말썽이다. 귀가 자꾸 나이값을 하려 한다. 게다가 어려운 말은 영어를 섞는 손주들의 말을 알아듣지를 못 하겠다. 다산의 말씀. 듣기 싫은 소리 듣지 말라는 하늘의 배려. 지금은 리액션만. 

"와! 최고!" "유연하다!" "예쁘다." 손주들은 자랑질, 나는 나는 리액션!

그렇게 30분 정도는 껌이다. 다음은 아내와 교대.


힘 빼면 세상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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