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유증

by 김윤철

병원 생활에서 정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내뿐이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운동 길에 만나는 여든도 훌쩍 넘기신 것 같은 노부부. 거동이 불편하신 마나님과 보조기구의 도움으로 함께 산책하시는 남편분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내 병상 경험 때문일까? 흔히 부부를 한 이불을 덮고 잔다는 말로 정리한다. 그러나 나는 지금은 아니다. 수술의 전리품! ㅎㅎㅎ전리품이라 해두자. 왼쪽 갈비뼈 사이에 기흉관 꽂았던 흔적. 오른쪽 등에 거의 10cm는 될 것 같은 수술 자국. 잠결에 부딪치기라도 하면! 결과로 지금은 각방 사용.


집에 온 지 이틀째! 잠에서 깨자 정신이 아득!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조금 떨어진 곳에 아내가 잠들어 있다. 그 3, 4m도 되지 않는 거리가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잠시 정신을 놓았는지는 지금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몸도 움직여지지 않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이건 아는 것이 힘이다. 퍼떡 차태현이란 배우 생각이 떠올랐다! 공황장애! 지금이야 많이 알려진 말이지만 당시에는 생소한 말이었다. 손가락부터 조금씩 움직이며 생각을 정리했다. "숨을 못 쉰다면 죽었지." 젊은 시절의 후지산 등반 시, 호흡 때문에 고생한 경험이 이렇게 겁을 준 게 아닌가 생각.


3,500 고지를 지나 동료를 따라잡으려 빠른 걸음. 순간 갑자기 하늘이 노래지던 기억. 주저앉아 호흡 고르기. 고산지대에서는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 조금만 빨리 움직여도 숨이 가빠진다. 경사가 심해 정상이 빤히 보이는데 얼마나 멀게 느껴지던지. 산 너머에서 차가 기다리니 내려갈 수도 없고 산에다 통사정을 하던 기억. 폐 수술 후에는 이것도 트라우마다.


생각 정리. 허파를 많이 잘랐다. 폐가 작아지니 숨이 차는 것은 당연지사. 호흡이 가쁘니 숨을 쉴 수 없다는 착각을 한 것이 아닌가 추측. 차태현 배우가 어느 오락 프로에서 한 말! “여기서 지면 고생 심하다.”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아내를 깨울까 망설이다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밖으로! 다행히 구월 초라 밤이라도 춥지는 않다. 아직은 천천히 걷는 것조차 힘들다. 꾸부정한 자세로 오른쪽 어깨를 감싸며 집 근처의 고등학교로. 막내가 다니는 학교다. 시간은 자정이 조금 넘었다.


교문을 들어서니 예상 밖으로 많은 사람들이 밤 운동을 하고 있다. 더위를 피해 운동 나온 분도 있을 것이다. 그중 눈에 띄는 몇 사람! 뇌졸중을 앓으신 분이라 추측되는 분들. 거북한 몸으로 열심히 운동장을 돌고 계신다. 남들에게 보이기 싫은 모습을 어둠에 묻고 계시는 듯! 나도 내일부터는 운동이다. 생각을 다른 데로 돌리니 말도 되지 않는 걱정을 했다는 생각. 사람은 숨을 못 쉬면 살 수가 없다. 공황장애란 진단을 받은 것도 아니고 그냥 내 추측일 뿐이다. 혼자서 장구 치고 북치고 다 했다. 8시간의 대수술은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는 힘도 있다.


사람이 암 수술을 하면 지극히 이기적이 된다. 나이가 있으니 주변에 암 수술 하신 선배, 동료 분들도 더러 계신다.


위암 수술하신 분의 말씀.

"안 먹고 사는 놈 있나?"


대장암!

"안 싸고 사는 놈 있나?"


그래도 내가 가장 고생한 다는 생각.

"숨 안 쉬고 사는 법 있냐?"


사람이 몸이 아프면 마음이 약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병원에서의 주의 사항. 금연과 민간 요법 맹신 주의 외에는 조심하란 말뿐이다. 어쩌면 확실한 치료법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자신만의 조심하는 법을 만들 수 밖에 없다. 10년 전 나는 암이 불치병인 줄 알았다. 그 중에서도 폐암이 가장 무섭다는 소리도 들었다. 따라서 과학, 의학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따라서 조금은 낯 뜨거울 수도 있는 에피소드들도 많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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