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의 투병 생활

by 김윤철

"토마토 넣는다고 라면이 달라지나!" 아내의 말씀. 이건 의문형이 아니다. 달라지지 않는다는 말의 강조형.

"기분이 다르다." 이건 문과 출신인 나의 대답. 나? 지극히 비과학적이고 기분에 좌우되며 남의 말 잘 듣는 팔랑귀. 믹스 커피만 타서 마시다 품위 있게란 친구의 말 한 마디에 캡슐 커피만 찾는 약간은 똘기 있는 성격.

오늘도 아내에게 부탁하기 미안해 토마토 넣어 라면 끓이는 내게 아내가 한 말이다. 아내의 말에 나도 백 퍼센트 공감한다. 토마토 몇 개 넣는다고 인스턴트 식품이 건강 식품이 되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래도 토마토 라면을 고집한다. 몇 개 씹히는 토마토 조각들이 건강한 맛이란 느낌. 가장 큰 이유는 암이란 말에 약해진 마음일 것이다. 퇴원 시 병원의 주의 사항 중 내가 지킬 것은 금연 밖에는 없다. 나머지는 내가 아는 지식을 동원해 아니 내 기분대로 하는 과학과는 전혀 상관 없는 것들. 시골에서 내가 지킨 투병 수칙.

첫 째, 폐는 호흡기관이다. 사람 많은 밀폐된 공간은 피하자.

둘 째, 폐에는 피톤치드가 좋다. 근처에 편백 나무는 없으니 소나무 있는 곳으로 가자.

셋 째, 면역력 증강에는 근육 키우기가 최고다. 몸이 조금만 나으면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자.

육 개월의 시골 투병 생활의 반은 산에서 보냈다는 생각. 물론 과학과는 상관 없는 순전한 내 기분.


“퇴원하면 별 명약이 다 나온다. 너무 많은 민간요법으로 간이 상해 병원에 오는 사람도 많다. 병원 처방으로도 충분하니 너무 걱정 마라.”

이건 아내가 지킬 병원의 주의 사항이다.


"이거 뭐냐?"

"그냥 먹어라 안 죽는다."

"병원에서 먹지 마라 그랬잖아."

"이기 약이가! 음식이다. 버섯이다."

사양해도 식구들이 그냥 두지 않는다. 그 유명한 뽕나무 상황버섯부터, 겨우살이, 와송, 도라지, 더덕 등등.

세상에 허파에 좋은 것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못난 남편, 아비 만나서 가족들 모두 고생한다는 생각!

그 정성에 나도 그냥 있을 수는 없다. 아니 내 몸은 내가 가장 챙긴다. 눈 뜨면 집 뒷산으로.




“축하합니다!” 이 한 마디로 내 37년의 직장 생활이 끝났다. 눈 뜨면 아침. 오늘은 느낌이 여느 날과 다르다. 오늘부터는 정말 내 갈 곳이 없구나 실감. 그래도 비록 소주잔에 맹물 부어 부딪힌 "위하여!" 였지만 퇴임 축하 모임을 했다는 자체가 움직일 수는 있다는 반증!


병원에 있으나 퇴원하나 생활은 비슷하다. 간호사 오는 시간에 기상. 식사 후 늦둥이는 등교. 나는 폐활량 늘리는 운동 기구와 함께 아파트 뒤쪽의 소나무 아래로. 경사가 조금 있어 지금의 몸 상태로는 운동이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돗자리에 앉아 단전호흡 흉내! 다시 폐활량 운동. 당시엔 0교시 수업이란 게 있어서 할 일 없는 나도 부지런을 떨어야만 했다. 퇴원 시 아프면 먹으라는 진통제와 항생제는 먹지 않고 버티며. 아픔을 참고 운동.


시골 생활의 특징 중 하나. 같은 아파트의 사람들과는 대부분이 인사를 하고 지내는 사이다. 남의 시선을 의식 않을 수가 없다. 나무 아래, 돗자리 위의 가부좌 자세. 아픔을 참아가며 무엇인가를 자꾸만 불어대는 모습! 사람의 모습만 보이면 쭈뼛거리는 모습이 될 수밖에 없다. 무슨 죄를 짓는 것도 아닌데. 다른 분들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다는 느낌!


점심 후는 잠시 누웠다 생각했는데 잠이 든 모양이다. TV가 혼잣말을 하고 있다. 정신 차리고 친목회에서 온 기념품 정리! 그중 학생들의 정성! 손 편지들이 코팅되어 있다. 눈에는 보이지만 플라스틱이 가로막고 있는 정성. 지금까지 있던 모든 것들과의 사이에 이처럼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 느낌!


밤에는 식구들 잠든 시간에 늦둥이 학교로 걷기 운동 출동! 달빛 속에 모두 열심히 걸으신다. 나도 그 대열에 합류. 비록 걷기라기보다 길에다 통사정하는 꼴이지만 아픔이 조금만 나아지면 집 뒤의 산으로 가겠다는 다짐과 함께 운동장을 걷는다. 과장하면 시속 2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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