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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Nov 14. 2023

실수나 말고 살자

체력 단련실 풍경

"몇 시에 주무십니까?"

"10시 되면 잡니다. "

"일어나시기는요?"

"여섯 시 정도에 깹니다."

오늘 아침에 들은, 몸에 흉터 하나 없는 분과 배에 기다란 수술자국 있으신 분의 대화다. 어르신과 조금 더 어르신이 벌거벗은 채 나누시는 말씀들. 배가 매끈하신 분은 불면증 있으신 60대, 잠 잘 주무시는 분은 80대. 듣고 있는 나는 그 중간 70대.


여기는 노인 종합 복지관의 체력 단련실. 흔히 볼 수 있는 라커룸의 모습들이다. 시니어들이 모이는 곳이지만 노인도 등급이 있다. 회원 자격은 65세 부 터지만 60세부터도 가능하다. 부부 중 한 분만 65세면 된다. 자세히 보면 60대는 머리를 말리시고 80대는 의자에 앉아 옷을 갈아입고 계신다. 나이가 들수록 앉아 있는 시간은 길어지기 마련이다. 


나는 나이에 비해서는 운동을 빡세게 하는 편이다. 운동 루틴도 정해져 있다. 반면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앉아서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 많다. 운동 중 커피도 한 잔씩 하신다. 몇 년 후의 내 모습이지만 내가 계획한 운동 기구에 앉아서 노닥거리시면 짜증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운동 효과를 높이기 위해 바로 다음 운동부터.

더구나 나는 허파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 작은 편이다. 수술 후유증. 인터벌 운동을 할 때면 정말 힘들다.

오늘은 가벼운 현기증까지. 앉을 곳을 살피니 어르신들이 담소 중이시다. 바닥에 주저앉아 숨 고르기.


운동 후는 도서관으로.  안이 따뜻하다. 날씨가 겨울이라 단단히 무장하고 나왔더니 덥기까지 하다. 겉옷을 벗어 의자에 걸어 놓고 컴퓨터로 자료 찾기. 무리했는지 어깨가 뻐근하다. 대충 필요한 자료만 훑어보고 집으로. 집 가까운 마트를 지나니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이 이상하다. 겉옷을 도서관에 두고 왔다. 왕짜증! 몸은 피곤하고 겉옷에 지갑도 들었는데! 뛰다시피 복지관으로. 겉옷을 들고 지갑을 살피는데 어르신 한 분이 의자에 앉으신다. 나도 모르게 "죄송합니다."


나이 들면 실수도 많아진다. 앞으로 는 더 많은 실수를 할 것이다. 오늘 어르신들에게 짜증 낸 것이 죄송스럽다. 마음으로 다짐한다. "살면서 실수는 말자!" 나 완전 허당! 구호를 고친다. 민폐 끼치는 실수는 말자. 아니 남의 실수에 짜증이나 내지 말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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