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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Nov 20. 2023

징검다리

탄천의 겨울

AM 8:30. 탄천을 건넌다. 오늘은 특별히 멀쩡한 다리를 두고 징검다리로. 백로들이 무리를 지어 모여 있다.

오리 종류도 숫자가 늘었다. 탄천의 겨울이 시작된다는 말이다. 오후엔 카메라라도 챙겨야겠다.


내가 이곳 분당으로 이사 온 지도 십 년이 지났다. 내 분당 생활 십 년의 이야기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징검다리다. 이사 온 첫 해. 지리도 모르고 갈 곳도 없던 이방인 같은 내게 큰 위안이 된 것이 집 앞을 흐르는 이 탄천 산책이었다. 자리를 잡고는 거의 매일 이 탄천을 건너 체력 단련실로. 내 경기도 삶의 작은 역사가 담긴 곳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내가 살던 시골의 강과는 다른 느낌. 당시의 탄천은 6 급수였다. 십 년을 건너뛴 지금의 탄천은 반딧불이가 보인다는 2 급수. 몇 월 며칠부터 시행한다는 법률과는 다르게  시나브로 변해가는 강물의 맑기. 그 발전사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이 징검다리다. 6 급수의 징검다리는 희뿌연 색이었다. 시꺼멓게 낀 물때들 위로 휘뿌연 물방울들이 떠있는 모습. 생활 오수를 정화시키는 공사를 하고 강물을 흐르게 하는 바닥 공사를 한 후에는 물방울들이 떠내려가고 검은색의 물때들만. 그것들이 씻겨 나간 후에 보이는 맑은 바닥들. 그리고 2 급수인 지금은 징검다리 사이를 흐르는 맑은 물들.


그리고 점점 늘어 나는 새들. 그들을 담으려는 탐조인들. 사진에 관심이 있던 나도 어느 순간부터 탄천의 새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십 년이 흘렀다.


그 사이에 코로나 팬데믹. 모든 생활이 제약을 받던 시기. 그 어려움을 이기기 위해 환경에 관심이 있는 분들과 함께 탄천의 자연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나는 주로 새들의 이야기. 전문가를 모시고 체계적으로 공부를 하다 보니 탄천의 새들을 조금은 알 수 있게 되었다. 왜가리는 철새이나 지금은 텃새가 되었다. 원앙과 물닭 그리고 논병아리가 보이면 탄천의 겨울이다. 등등. 


며칠 전부터 물닭과 논병아리가 나타났다. 날씨도 많이 싸늘하다. 그렇지 겨울이지. 나도 제법 탄천 전문가? 

몇 년 전에는 이곳에 고니가 찾아온 적도 있었다. 십 년을 사는 중에 딱 한 번.

올해는 백조가 다시 한번 찾아온다는 희망을 가지고 렌즈나 하나 질러봐?


원앙 수컷
논병아리 


물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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