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윤철 Nov 08. 2023

입동 아침에

종심

2023년 11월 8일. 체력 단련실 가는 길. 얼굴이 시리다. 입고 나온 후드티의 모자를 꺼낸다.

어제부터 싸늘하더니 오늘은 입동 이름값을 한다. 노인복지관 카드로 출석 체크를 하고 체육관 입장.

은퇴 후 출석 체크하는 유일한 곳이다. 반바지와 반팔티인 운동복으로 환복을 하니 제법 겨울 기분이 난다. 매일 나오시는 어르신들 중 몇 분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좀처럼 결석 않는 분들. 아마 찬 바람 탓인 듯.

그저께 까지는 반팔 옷이 대세였는데 며칠 새에 계절이 바뀌었다. 이상 기온에 봄, 가을이 없어졌다는 말 실감. 아니 겨울의 시작이란 입동의 위력인 듯. 우연의 일치?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 된다. 24 절기와 희한하리 만큼 맞아떨어지는 기후에 놀란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의 세시풍속은 선조들의 삶의 지혜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시작 전 몸 풀기 운동. 몸이 풀리니 9시다. 워밍 업 시간은 길어지고 운동 시간은 짧아지는 나이다.

그래도 이곳에서는 나는 아직 젊은 편이다. 다른 분들은 러닝 머신 위에서 걷기 운동. 나는 그래도 무게를 친다. 바벨과 벤치 프레스로 상체 운동을 마치고 물 한 모금. 많이 마시면 위하수가 온대서 한 모금만.

하체 운동. 레그 프레스를 미는 순간 왼쪽 무릎이 찌릿. 정신이 번쩍. 급히 무릎을 다시 풀어주고 바벨 두 개를 뺀 후 무사히 운동을 마쳤다. 다음은 평소보다 정성을 들여 정리 운동.


일흔의 다른 이름은 고희와 종심이다. 古稀! 옛부터 드물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일흔은 연세란 뜻이 아닐까!


從心! 마음을 따른다. 나는 꼰대다. 라떼의 표현. 공자님의 말씀에서 인용.

칠십이면 공자님 된다. 일흔이면 마음을 따라 움직여도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 정도면 공자의 경지가 아닌가. 나는 내 마음대로 하면 개차반이 될 것 같다. 나야 범인이니 마음을 비우자. 그래도 건강만은 종심의 상태가 되어야 할 듯. 내일부터는 운동량을 확 줄이자. 귀챦으면 쉬고. 내 마음대로.


꼭 꼰대는 아니다. 옛 말 틀린 것 없다 했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고 그 필연을 정리하면 지혜가 된다.

우리의 세시풍속과 공자님 말씀 종심. 시대에 뒤떨어진다 생각 말고 우리 선조들의 지혜라는 생각도 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공항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