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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Jan 15. 2024

따스한 겨울

부부

오늘은 출근이 조금 늦었다. 

현역을 떠난 몸의 출근은 어르신들의 놀이터에 출석을 체크하는 것이다.

다른 분들 보다 조금 빡세게 몸을 굴리고 머그잔의 커피를 입에 대는 순간 부부싸움하는 듯한 앙칼진 여자분의 목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리니 모든 어르신들의 시선이 한 곳을 향하고 있다. 

신을 신고 밖으로 나가시려는 남자분과 그것을 말리려는 여자분의 실랑이다.

"점심 아직 멀었는데..."

걱정스러운 분은 갓 여든에 접어드신 배에 대장암 수술의 흔적을 가지신 나와도 꽤 친한 분이다.


이곳은 노인종합복지관 체력단련실. 60대는 젊은이 취급을 받는 곳이다. 도시화, 산업화 시대를 살아오시고 IMF 사태를 몸으로 이겨내신 분들.  당연히 몸 어느 한 부분,  연륜의 훈장 하나 정도는 가지고 계신 분들이다.나도  오른쪽 등 부분에 폐암의 흉터가 남아있다. 그때의 흔적인 근감소증을 이기기 위해 나이에 맞지 않는 무게를 들어 올린다. 고령화 시대! 노인의 기준은? 여기만 해도 60대와 90대가 함께 운동을 한다.


새해 들어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운동을 많이들 하신다. 아마 팬데믹을 거치며 헬스장의 자리가 남기 때문이 아닌가 추측. 코로나 사태 전에는 추첨에 당첨되어야 등록을 할 만큼 인기 강좌였던 헬스가 지금은 추가 등록까지 가능하다. 그래서 주저하던 분들이 용기를 내신 듯.


부부 싸움 하신 분들 역시 남편분이 몸이 불편하시다.  주위 분들의 걱정스러운 말씀들을 종합하니 약간의 중풍기에 치매가 있단다.  마나님이 모시고 와서 실내화만 갈아 신고 자전거 타기 운동. 이분의 운동은 그냥 놀이 기구 타는 수준이다. 아내분은 옆에서 남편 지키기. 눈만 돌리면 밖으로 나가신다. 복지관 식당으로.

치매가 있으면 배고픔이 심하신가? 고함을 질러도 안 되니 발을 때리기까지 하신다.


샤워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식당 앞에 남편 분이 자리 잡고 서 계신다. 뒤에는 아무도 없다. 배식 시간은 30분이나 남아있다. 당연히 옆에는 마나님이 보호하고 계신다. 그 얼굴이 정말 거룩하게 느껴진다. 

남자인 나의 이기심? 그래도 아내분의 얼굴이 다시 보인다. 사랑! 부부애!


날씨가 쌀쌀하여 주머니에 손을 넣고 집으로.  앞쪽에서 오시던 어르신 한 분이 뭐라 말씀을 하신다.

한쪽 귀가 나잇값을 하는 나! 다른 쪽으로 귀를 돌리니 큰 소리로 말씀을 하신다.

"손 빼고 걸어요! 계단이 많이 미끄러워!"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습관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는 내게 아내가 겨울마다 하는 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고개를 드는 눈에 날씨 전광판이 보인다.

"기온 0'c. 오존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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