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고교 총기 사건

미국의 비극

by 김윤철


손주들과 병원 놀이! 제법 의사 흉내 내는 손녀의 모습에 대견한 웃음. 갑자기 전화 너머 딸의 다급한 목소리. "아빠! 집 밖에 나가지 마라." 바로 옆 고교에서 총기 사건이 났다는 말. 미국의 바로 옆은 차로 20여분 거리다. 그러나 사람 다니지 않는 차도에서는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 TV를 켜니 겁에 질린 여고생 둘이 아나운서와 인터뷰. 영어는 안 되지만 눈치로 피습 당시의 두려움을 이야기 하는 것같다. 컴으로 다음 뉴스를 켜니 역시 이뉴스가 나온다. 내가 미국 있으니 인공 지능이 여기 뉴스를 보여주는 것 아닌가 추측. 새삼 글로벌 시대와 인공 지능의 위력 확인. 몇 시간 후 다시 사위의 전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범인이 자살했다는 소식. 미국 온 지 한 달도 안 되어 가슴 조이는 사건이 산불과 이번 총기 사건까지 벌써 두 번째다. 퇴근한 사위가 놀란 가슴 달래 준다며 근처 동남아 식당 외식. 캘리포니아에서는 젓가락질 하는 백인이 그렇게 낯설기만 한 것은 아니다. 소주가 없어 정종 한 잔으로 놀란 가슴을 달랜다.



아침 운동 나가니, 학교 앞에 성조기가 조기로 걸려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충일을 제외하고는조기를 본 기억이 없다. 학교도 휴교다. 교육에 극성인 부모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휴교도 벌써 두 번 째! 이국임을 실감. 고교생인 범인이 친구를 쏘고 자기도 자살. 두 명의 사상자에 휴교에 조기에, 학교 앞 계시판에도 애도문이 쓰여 있다. "우리의 마음은 XX고교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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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는 중학교의 영어는 미들 스쿨, 고등학교는 하이스쿨로만 배웠다. 그런데 현지에서는 중학교는 주니어 하이스쿨이란 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딸의 말.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 조기를 본 것도 두 번째다. 그 때 학교가 휴교를 했는지는 기억이 없다. 라스베이거스 총기 사건. 딸의 말로는 그 때는 미국이 거의 멘붕 상태였단다. 범행 동기를 살필 수가 없어 대비가 어렵다는 말. 돈도 있고 여자 친구도 있으며, 정신 병력도 없고, 외로운 늑대라 불리는 자생적 테러리스트도 아니라는 말. 크게 걱정하던 딸내외의 얘기에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다음에서 본 총기 사건 뉴스 중 충격적인 것 하나 더! 교회에서 예배 중 일어난 총기 사건. 총소리가 나자 교인들이 범인을 제압해서 영웅이 되었다는 뉴스. 그것도 여섯 명이 총을 들고 대응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 그럼 총을 휴대하고 예배에 참석했다는 말. 어렸을 때 본 영화 속의 총잡이들은 영웅이었다. 그러나 철이 들고 군대를 다녀 오니 총은 필요는 하지만 없어져야할 요물 같은 것이란 생각. 경험할수록 미국은 이해하기 힘 든 나라다! 오늘 저녁에는 시간 때우기 용으로 메고 온 서툰 기타 반주에 밥 딜런의 노래나 한 곡 흥얼거려야겠다. "마마 풋 마이 걸 인 그라운... 낙 낙 나키논 헤븐스 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