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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철 Mar 19. 2024

내가 와 이카노

국어는 우리 민족의 얼이다

나는 가끔씩 정신줄을 놓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약간은 아니 많이 허당이 된다.

오늘 아침. 시에서 시범 운영하는 헬스장. 락커 룸 신발장에서 더듬거리니 입구에 서 있던 직원분이 해결해 주신다. 민망함에 자책감을 더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사투리!

"맨날 하던 일인데 내가 와 이카노?"

이곳은 경기도 성남시! 친절하시던 직원분도 내 사투리 흉내를 내며 웃으신다. "와 이카노?"ㅎㅎㅎ

사투리는 교통 장애물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옛날 아주 먼 옛날 20세기의 일화 하나.

군 병장 시절. 후임병 중에 충청도 서산 출신이 이었다. 지금이야 도시지만 당시의 서산은 굴과 전복을 따던 곳이었다.

"굴을 따랴 전복을 따랴 서산 갯마을...."  가수 "조미미 서산 갯마을"

행동은 빠리빠리 했지만 말은 엄청 느린 전형적인 충청도 사람.

통신보안 군대 전화 때문에 속 좀 썩였다. 느린 말에 전라도의 거시기처럼 사용되는 관용어! "있쟎아유!"

 "있쟎아유 김병장님! xx 참모님 전화 왔어유."

군대에서 전화 왔다면 최소 중령 이상이다.

그 친구 뛰어오면 내가 하던 말.

"그래 있다 있다. 누구냐?"


술 한 잔 들어가서 내가 말하면 우리 애들도 웃는다.

"비루빡에 똥칠할 때..."

"아빠 비루빡! ㅋㅋㅋ"

교통과 교육의 발달로 요즘 젊은이들은 사투리를 거의 사용 않는다.  악센트나 억양은 예외.

지금 국어의 걱정은 사투리가 아니고 가벼운 언론 매체와 언어 사대주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국어는 그 민족의 얼인데...  나? 국어로 밥 먹고 산 사람!




언어는 사회성과 역사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  사회적 약속이 바뀌면 언어는 변하는 것이다.

교통이 불편했던 과거에는 단어의 의미 하나 바뀌는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현재는?  교통의 발달에다 대중매체와 SNS의 활성화로 그 사회적 약속이 내 노쇠한 머리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바뀌고 있다. 아니 언어의 사회성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언어의 변화가 아닌 유행어의 남발이란 생각.  유행어! 잠시 쓰이다 사라지는 말.


시청률에 목매는 대중매체도 정신 차려야 한다는 생각. TV사회자의 입에서 쏟아지는 말들.

"트민남. 핫플. 킹왕짱. 휄걸," 등 거기에다 무엇이든 줄이고 보는 줄임말까지! 

신문까지 가세해 이 유행어들을 쓰고 있다. 기레기?

한 때는 할리우드 키드였던 나는 지금도 영화평을 즐겨 읽는다. 인터넷이 없으면 해독 불가.

"오컬트. 크리쳐. 기시감. 오마주. 클리셰..." 어느 나라 말인지 헷갈릴 정도.


우리말은 아픈 역사가 있는 말이다. 한자어의 유입으로 사라진 고유어들. "말모이"란 영화에서 보이던 일제 강점기의 아픈 기억들. 우리의 노력으로 일본어의 잔재들은 많이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를 영어가 대신한다는 느낌. 나는 국수주의자도 쇄국주의자도 아니다. 재외동포들도 우리 민족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세종대왕님과 한글날의 의미는 한 번쯤 되새겨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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