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윤철 Aug 02. 2024

돌아올 수 없는 길

인생

위스키가 바닥이 났다. 하이볼로 마시다 약간은 밋밋한 맛에 탄산수를 빼고 마시니 술이 동이 났다.

오늘 하체 운동은 자전거 도로가 아닌 마트로. 문만 나서면 상점이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곳 LA는 마트까지가 한참 거리다. 자동차로는 한 번 가보았지만 자전거는 처음이다. 


갔던 길을 돌아오면 되니 집 못 찾을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그래도 준비는 단단히. 집 근처의 중학교 이름을 수첩에 적고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만약을 대비해 약간의 간식까지.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마트를 향하여 고고!


페달을 밟으니 아는 길 같기도 하고 기억이 나지 않는 것도 있고 조수석에서나마 길을 익혀 둘 걸 하는 생각까지 하며 달리는 길은 정말 힘이 든다. 기온은 35도를 훌쩍 넘었다. 그늘에 앉아 물 한 모금.

다시 한번 힘을 내고 다리에 쥐 날 때쯤 나무 밑에 자리 잡고 쵸코렛으로 요기까지.

숨이 넘어갈 때쯤 눈 익은 마트 도착. 잠시 숨을 고르고 위스키에 안주로 고지 베리라 영어로 적힌 구기자 말린 것도 배낭에 담았다.



이제 길 잃을 염려는 없다. 길이 몇 갈래건 직진만 하면 된다. 페달을 밟다 보니 간식 먹던 나무가 보인다.

몸은 올 때 보다 분명히 지쳤지만 쉬고 싶은 마음이 나지 않는다. 올 때와 속도 비교는 못 하지만 힘은 확실히 덜 든다. 왜일까? 등에 멘 술에 힘이 나서? 아무리 술꾼이라도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냥 통과.

처음 물 마시던 그늘에서 구기자 몇 알로 휴식. 위스키 한 잔? 삼십 도를 훌쩍 넘은 날씨에 자살 행위다.

한 번의 휴식으로 집 도착. 넘어가는 숨을 고르며 배낭에서 술을 꺼내 누가 볼세라 집 한 구석에 숨겼다. 내일 이면 온 식구들 다 알 일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분명 같은 거린데 어떻게 가는 길은 힘이 더 덜고 오는 길은 적게 들까?

분명히 갈 때 보다 올 때가 더 지친 몸인데.

자전거 도로를 달릴 때도 느낀 점이다. 처음 길은 힘들고 아는 길은 힘이 훨씬 적게 든다.


SNS를 통해 오늘도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온다. 나이 들고 행복하게 사는 법을 알려 주는 도덕 교과서 같은 이야기들을 수시로 보내준다. 그건 힘들다는 말이 아닐까! 인생은 앞으로 가는 길만 있다. 돌아오는 길이 없는 인생길! 앞 일은 모른다. 다만 지금에 최선을 다 하는 것이 나이 든 우리가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얀 반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