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안세영 선수
LA살이 두 달째.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컴으로 한국 방송 시청. 갑자기 의자에서 미끄러질 만큼의 충격.
뭐지? 바로 폰의 연락. 그것도 한글로.
"LA 전 지역 지진. 여진 주의보와 지진 발생 시 행동 요령까지!"
신기하기도 하고 빅브라더가 생각나 약간 섬찟한 느낌까지. 세상 변화 속도 무섭게 빠르다.
현역에서 은퇴한 지도 십 년이 훌쩍 넘어가고 있다. 그동안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세기를 50년 21세기를 20년 넘게 살았지만 20세기의 변화는 지금의 변화에 비하면 변화란 말을 꺼내기도 부끄러울 지경이다.
밀레니엄과 함께 불어닥친 디지털 혁명. 참 고생 많았다. 그 어려움 덕에 지금은 이렇게 멀리 미국서 브런치에 글도 올리고 무엇보다 복지관에서 어렵사리 배운 유튜브 제작. 젊은 사람들처럼 인플루언서가 되고 이런 건 아니지만 여행의 기록이나 손주들 자라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흐뭇한 일이다.
시간에 쫓기던 삶에서 갑자기 울타리가 없어진 생활. 넘쳐 나는 자유를 감당하기 어렵던 때. 도시로 이사 와서 접하게 된 노인복지관. 처음 등록한 것이 체력단련실이었다. 다른 말로 헬스장.
십여 년의 또 다른 출근에서 알게 된 많은 분들. 내 기준으로 복지관에 오시는 분들을 두 종류로 나누어 보았다. 유튜브를 만드는 분들과 유튜브에 빠지신 분들. 내 생각 한쪽은 어르신 다른 쪽은 그냥 노인.
기술 혁신으로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미래 학자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나이 들수록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헬스장은 매일 출근. 운동 마치면 열 시 부근. 가까운 지인들과 커피 한 잔. 다음은 내 시간. 대한민국! 노인들 천국이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 그중 가장 열심히 하고 또 요긴하게 쓰고 있는 것이 유튜브 제작이다. 또래의 어르신들 모임. 폰도 서투신 분들이 강사님들 괴롭혀 가며 모두 참 열심들이셨다.
강의 끝 시간에 자기 손으로 제작한 손주들 재롱과 여행 경험담 등을 공유하며 고마우신 강사님들과 회식.
"강사님들 감사합니다."
노인복지관은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무지 많다. 유튜브 제작도 그중 하나. 매 강좌마다 수강생이 넘친다.
나머지 분들은 운동이나 취미 생활 후 점심 식사. 다시 커피 타임. 또래들과 그렇게 하루를 보내신다. 그중 내가 그냥 늙은이라 생각하는 분들. 잘 잘 못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동영상을 보시는 것까진 좋다. 다른 생각을 가지신 분들 욕은 말아 주셨으면 하는 개인 생각. 커피 타임 중 생각 다른 쪽 욕이 시작되면 나는 빠진다. 강의가 없으면 식사는 집에서. 삼식이면 어떠랴. 욕하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파리 올림픽이 끝났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메달 따면 기쁘고 애국가 울리면 더욱 좋다.
그중에서도 부상 투혼을 불사른 안세영 선수 팬이다. 그런데 그 선수가 지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 협회의 회장이란 분들의 언론 플레이에서 어르신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문체부까지 나섰다. 두 단체의 다툼이 아니라 정말 선수를 사랑하고 한국의 체육을 아끼는 어르신들이 되어 주시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