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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바라기

브런치로 찾은 새 삶

by 김윤철

새로운 삶의 계획에 힘을 쏟아야 할 때 어려움이 겹쳐서 나타났다. 머피의 법칙이라 해야 할까.

퇴임 직전 폐암이란 마른하늘의 날벼락같은 소식. 어렵사리 수술을 마치고 회복을 기다릴 즈음

정년퇴직. 그리고 늦둥이 대학 입학. 수입은 반토막 났는데 지출은 두 배가 되었다.


힘 겨운 삶 중에도 결혼 전인 자식들과 살림을 합치기 위해 경북 문경에서 분당으로 이사. 자식들 모두 서울서 생활 중이었다. 두 집 살림이 얼마나 어려운지 해본 사람은 안다.


그러나 폐암 수술의 트라우마. 맑은 공기에 대한 목마름. 퇴임 후 문경에서는 소나무 많은 산에서 회복 운동. 도시는 조용히 운동할 곳을 찾기 어렵다. 거기다 시골서는 없던 미세 먼지 걱정까지. 집에 공기 청정기 들여놓고 집 안에서만 살았다.


와중에 딸이 사윗감을 데려왔다. 그런데 신접살림을 미국에 차린단다. 미국인은 아니고 우리 군 생활까지 마친 듬직하고 마음에 쏙 드는 사위지만 딸을 잃어버리는 느낌. 아무리 세계화니 지구촌이니 해도 미국은 머나먼 나라다. 곱게 키운 딸 보내는 아쉬움, 이런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감정이다. 한숨이 푹.


힘들게 60대를 지나 70대에 진입할 즈음. 다시 한번 폐암 소식. 두 번째 수술. 다행히 두 번째는 복강경 수술. 절개를 않고 자그마한 구멍을 뚫었다는 의미다. 불행 중 다행이란 말이지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다시 한 번 그리운 맑은 공기. 특히 겨울은 미세 먼지가 심하다. 바깥 출입을 못하고 집에만 있으면 우울증이 친구가 된다. 심해지면 정말 해서는 안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정말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의 육십 대를 지나고 어렵사리 맞은 70대.

바로 그때 브런치스토리를 만났다. 다행히 국어 전공. 국어 교사 40여 년이다.

두 번의 실패 뒤에 드디어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두 번 실패의 이유는 세편의 글을 각기 다른 주제, 다른 장르의 글을 응모해서 그런게 아닌가 추측해본다.


퇴직한지 오래된 늙은이. 무슨 깊이 있는 글보다는 신변잡기에 가까운 글.

그런데 마음을 다스리는 데는 글쓰기만 한 게 없다. "극복 못 할 암은 없다, "란 브런치북을 만들며 깨달은 점.


"인명재천"이란 한자어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 된다고 했다. 문경서 정기 검진 후 서울서 수술까지 하나먄 삐끗했다면 이렇게 살아 있을 수 없었다는 생각.


마음을 다잡았다. "공기 나쁜 서울도 수술한 사람들 많이 산다."

마스크 쓰고 나들이 시작. 그러다 분당 노인 종합 복지관을 알게 되고 헬스장 등록.

지금은 몸짱 소리 듣는 70대가 되었다.


노년의 가장 큰 문제는 건강이다. 다음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 아내는 고생했겠지만 늦둥이도 대학 졸업하고 분당서 직장 생활. 미국서 생활하는 딸도 2년 평균 한 번씩은 만났다. 세상 좋아졌다는 생각.


덕분에 지금은 브런치에 월, 목요일 두 번 미국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다. 외손주 돌봄이 한다는 미명하에 미국 좋은 구경도 참 많이 했다. 동부의 뉴욕, 워싱턴 부터 미국의 3대 국립공원에다 하와이 라스베이거스까지.

하고 싶은 말도 정말 많다는 생각!

연재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따른 스트레스? 아니 그 정도는 없는 것 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가만히 있으면 걱정이 꼬인다. 집에서 공기 청정기 앞에 앉아 있을 때는 정말 걱정도 많았다. 지금은 여덟 시 헬스장 출근, 11시 퇴근, 점심. 가벼운 낮잠. 그리고 여행기 쓰기. 저녁 후에는 야구 등 TV시청 등 소일.


힘 들여 운동을 했으니 잠도 꿀잠. 걱정이 끼어들 틈이 없다. 바로 지금이 나의 청춘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느 책에서 "나이가 들어서 꿈을 버리는 것이 아니고 꿈을 버려서 나이가 든다." 는 구절을 읽은 기억이 있다. 나이가 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브런치와 함께 꿈을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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