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를 떠나며
오늘은 하와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일정은 할리우드 하와이 출장소로란 별칭을 가진 쿠알로아 랜치다.
할리우드 키드를 자처하는 나지만 할리우드 거리에 첫 발을 딛던 만큼의 흥분된 마음은 아니다. 나이 탓?
손녀 손 잡고 차분히 숙소 마을 구경. 화산으로 이루어진 산비탈의 마을이 볼수록 신기하다. 손녀는 아직 경치 감상하기는 이른 나이인지 게임을 하잔다.
"할아버지 웨이스 하자." 내 귀에는 분명 웨이스다.
"웨이스?" "응." 뜻을 모르겠다. "레러?" 할아비의 영어 소통 방식. 문법, 발음 모두 무시하고 단어 나열.
"올 에이 시 이." 이것도 분명 올이다. 영어 소통의 한계.
"어떻게 하는 건데."
"저기까지 먼저 가기." 힘이 쭉 빠진다.
"레이스!" "응!."
영어 정말 어렵다. 특히 어린이들과의 대화는 더 안 된다. "레이스를 웨이스로 알을 올"로 들은 거다.
쿠알로아 랜치. 하와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란다. 영어의 랜치는 대규모 목장이란 뜻도 있지만 도시나 관광지의 랜치는 체험 농장이란 의미로 사용된다. 여기는 하와이 당연히 영화 촬영지 투어와 액티비티 스포츠를 체험하는 곳이다. 그리고 이곳은 농장이자 자연보호구역이고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이자 개인 사유지다.
쥐라기 공원과 월드 시리즈, 콩 : 스컬 아일랜드, 로스트 등의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요즘 tv는 방영 시간도 길고 채널도 너무 많다. 당연히 영화 방영 채널도 다수. 여기 나열된 영화들도 내가 다 본 것이다. 나이 든 나는 극장 나들이 대신 집에 누워 tv로 영화 감상.
현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쥐라기 공원과 월드에 등장하는 공룡에 손자는 신이 났다. 70 노인인 나도 신기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은퇴한 시간만 부자인 나는 집에서 TV 보는 것이 낙이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도 찾아가면서 본다. 그것도 보청기를 사용하니 우리나라 드라마 보다 미국 드라마를 더 많이 본다. 당연히 눈에 익은 장면들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하와이를 배경으로 하는 "하와이 파이브 오"와 "NCSI 하와이" 시리즈도 내가 즐겨 보는 프로다. 당연히 여행 잘 왔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러나 오늘은 하와이 여행 마지막 날. 액티비티 스포츠 체험은 생략하고 다른 태평양을 건너는 비행기에 올랐다.
la 딸네 집에 도착하니 우리 집 마냥 포근하다. 역시 집 떠나면 개고생? 정말 자꾸 하고 싶은 고생이다.
여긴 미국! 딸네 집도 우리집? 출가외인은 사전 속에나 있는 말이다.
손주들은 내일 학교 간다고 신이 났다. 어린이들의 추억은 돌아보는 것이 아니다. 만들어 가는 것이다.
70대인 나는? 컴을 켜고 사진들을 정리한다. 어른들은 돌아보면서도 만들어 가는 것이 추억이다.
특히 여행은.
미국 여행기는 일단 여기서 멈추려 한다. 따로 맺음말은 쓰지 않겠다. 다시 만들어 가야 하니까.
인생 자체가 여정이 아닌가! 당장 내일부터 손주들 손잡고 학교 가는 일이 시작된다.
다른 여정과 다른 인생 여정의 묘미는 가는 방법도 갈 곳도 예측하기 힘든 뜻 대로 되지 않는 여행이 아닌가.
미국살이 글이나 다시 엮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