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반려견
"독구, 메리, 해피, 쫑"
우리 어린 시절. 동네 개를 부르던 이름이다. 이 네 마디를 읊으면 모든 개가 돌아 본다는 우스개 소리.
개는 미군과 함께 들어온 것인가? 아니면 미국 문화에 대한 사대 주의?
둘 다 맞는 답인 듯.
미군이 들어오기 전에도 우리나라에 개는 분명 있었다.
"검둥이, 흰둥이, 누렁이"로 불리던 개들. 음식 찌꺼기에 아이들 똥까지 먹이던 속칭 똥개.
이 개들은 애견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냥 가축의 개념과 동격이 아닌가 하는 생각.
실제로 얼마 전까지도 시장에 개고기를 파는 가게가 있었다.
세퍼트, 포인트 등 믹스견과는 다른 멋진 서양개들. 부잣집에서 기르던 개 이름을 따라 동네개들도
이름을 서양식으로 지은 것이 아닌가 생각. 거창하게 문화 사대 주의 그런 것 보다 그냥 부자 나라에
대한 부러움 정도.
가축의 상태를 벗어나 서양 문물과 함께 들어온 애견 사상.
어느 순간 부터는 반려견이란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반려자는 배우자의 비유적 표현이다. 반려의 사전적 의미는생각이나 행동을 함께 하는 벗이다.
애견에서 친구로.
집 앞 산책로에 나가면 개와 함께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그런데 개가 옷을 입고 다닌다.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겨울이니 추울까 옷을 입힌다.
유모차를 본 따 견모차까지 유행이다. 처음 유모차에 강아지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란 기억. 눈이 오면 강아지들이 가장 신이 난다는데...
요즈음 TV 에서 흔히 듣는 말. 반려견을 두고 나가는 유명인들이 하는 말.
"엄마, 누나, 오빠 갔다 올게."
개가 벗을 넘어 가족이 되었다.
가축에서 친구로 다시 가족으로. 우리나라 펫 문화의 역사다.
미국은 모든 게 크다. 땅도 사람도 개까지 크다. 우리나라에도 큰 개는 있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 내에서 큰 개를 키우기는 힘 들 것이란 생각.
우리나라에서는 큰 개를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가로등도 없는 미국 주택가에 밤마실 나갔다 개의 낮은 으러렁 거림에 놀란 적도 있다.
개의 크기에 따라 짖는 소리가 다르다. 하이톤의 울음은 작은 개.
낮은 톤의 여운이 남는 소리는 큰 개다. 낮은 톤의 으르렁 거림은 살이 떨릴 정도로 무섭다.
앞에서 오는 송아지 크기의 개를 보면 주눅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느슨하던 목줄이 사람만 가까이 오면 갑자기 짧아진다.
다음은 주인의 웃는 얼굴이 "하이!"
몇 번 마주치면 여자들이 자기만한 개와 있어도 두려움이 생기지 않는다.
철저히 사람 위주. 목줄이 짧으면 개가 불편하다? 개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다.
사람이 적은 탓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목줄 당기다 산책 못 할지도!
우리나라는 벗에서 가족으로!
함께 하면 자연히 생기는 것. 이것이 우리 고유의 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의 문화! 반려견이 침대까지 올라오는 가족 같은 문화.
미국의 개는 외로움을 함께 나누는 동무, 벗 정도.
맺고 끊음과 공과 사를 구분 하는 서양 문화.
이 또한 우열이 아닌 다름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