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생활
오늘은 사위가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다. 시차 적응이 덜 되었는지 늦잠. 사위는 벌써 일을 시작한 모양이다. 아내는 밥을 하고 나는 잠이 덜 깬 손녀를 안고 아파트 마당으로. 애 보는 노하우 하나. 아이가 부모 찾으며 칭얼대도 일단 밖으로 데리고 나와 관심을 돌리면 금방 잊어버리고 잘 논다. 마침 아파트 마당에 스프링 쿨러 작동. 이 곳은 사막 지역이라 스프링 쿨러로 식물을 키운다. 자세히 보니 달팽이가 길을 건너고 있다. 길을 건너기 전에 날씨가 더워지면 말라 죽는다. 왜 길을 건너는지는 모르겠다. 안타깝게도 군데군데 말라 죽은 달팽이의 흔적이 보인다. 일단 손녀 관심 끄는데는 성공. 달팽이와 곧 잘 논다. 사위 직장은 주 4일 출근이다. 금요일은 집에서, 미국도 젊은이들이 집문제로 골치를 앓는 모양이다. 실리콘 빌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집값이 비싸 젊은이들이 캠핑카에서 생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딸네도 역시 신혼이라 집값에 도시 외곽에서 고속도로로 한 시간을 달려 출퇴근을 한다. 재택 근무가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개인 생각.
사위는 늘 하는 일이라 상관이 없다지만 40년 가까운 직장 생활에도 재택 근무란 말도 들어보지 못 한 나는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사무실에 딸이 함께 힌디?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내가 설겆이 하는 동안 손녀를 유모차에 태워 밖으로. 마침 조그마한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아가씨가 있다. 개판이라 흉은 봤지만 지금은 반가울 수 밖에. "멍멍이! 멍멍이!" 금발녀도 손을 흔들어 준다.
집 밖을 서성이다. 시간 맞추어 도서관으로! 미국은 참 우리가 살기 참 불편하다. 가장 힘 든 것. 대중교통의 미비. 차가 없으면 움직일 수가 없다. 공공 기관의 불친절. 도서관 개장 시간도 일정하지 않고, 학교도 교문을 봉쇄. 손녀 데리고 갈 곳이 없다. 성당 아니면 도서관. 사립학교 앞 공터. 90일 동안 가장 많이 간 곳이다. 그것마저 성당은 노숙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어제 본 자원 봉사자분과 면담. 우리 내외를 한인촌에서 이사온 영어 서툰 이민자로 생각했는지 영어 가르치는 같은 봉사자가 있는 전화번호를 주며 공부해보란다. 저녁에 딸이 보더니 차로 10분 거리란다. 불가능! 포기! 영어와 난 인연이 없나 보다. 하긴 돈 쓰러 다니다 보니 영어 못 해도 별로 불편함 못 느낌. 한 반년 동안 살면서 느낀 점. 영어는 문장이 아니다. 영어는 보디랭귀지와 단어다. 왜? 내말 못 알아들으면 자기들만 손해. 손님은 왕이다. 그리고 미국은 신자유주의의 종주국이다.
미국은 참 살기 편한 곳이다. 외국인도 길 잃을 염려가 없다. 수첩에 도로명 주소와 번짓수만 적어다니면 된다. 왜? 이곳 서부의 길은 바둑판 같은 격자형이니까. 덕분에 수첩하나 들고 참 많이도 돌아 다녔다. “웨어스 벤츄라 스트릿?”이정도 영어는 할 수 있으니까. 집 앞을 지나는 도로명이 벤추라 스트릿이다. 벤츄라 하버는 부촌이자 유명한 관광지란다.
저녁 먹으며 사위가 고생한다며 주말에 벤츄라 시티 구경가잔다. 사양해도 손녀가 갑자기 생겨 연애기간이 짧았다며 꼭 같이 가잔다. 나야 댕큐. 우리가 계획한 여행에다 사위의 여행까지 생활기가 아닌 여행기가 될 것 같은 예감!
미국의 신호등. 불이 둘이 들어와 어느 것을 보고 건너는지 헷갈려 했다. 길 건늘 때는 스위치를 눌러야한다. 그냥 있으면 신호가 바뀌지 않는다. 사람이 없어 그런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