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오쓰 식당이 새로운 시작을 합니다.

가끔씩 만나면 사람들이 저에게 나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물어보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스티브 잡스 형님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는 우주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여기에 있다. 그게 아니라면 왜 여기에 있겠는가?" 


-스티브 잡스



현실적으로 제가 우주에 흔적을 남기긴 어렵고, 한국에 작은 흔적이라도 남기는 게 저의 인생 목표입니다. YC College는 영어 말하기가 목표인 성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YC College Junior는 대한민국 공교육이 해내지 못하는 영어 말하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도움을 주면서 흔적을 남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쓰식당 브랜드 팬클럽 웁쓰 모임 사진]


그리고 또 하나 작년에 문을 연 오쓰 식당 시작은 사람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1년이 지나고 돌이켜 봤을 때 과연 우리가 처음에 생각했던 일을 제대로 하고 있나?'라는 진지한 고민을 했습니다. 오쓰 식당은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저를 포함한 44살 동갑내기 셋이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오쓰 식당 브랜드 팬클럽도 있습니다. 현재 단톡방에 오쓰 식당을 좋아해 주시는 100명이 넘는 팬들이 여전히 저희를 응원해 주십니다. 하지만 이런 표면적인 것을 넘어서 최근에 셋이서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본질적인 이유에 관한 생각을 나눌 기회가 잦아졌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일단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결론 지었습니다. 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훗날 흔적을 남길 만한 일로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자'


저는 비즈니스의 기본적인 목표를 여기에 두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저희는 오쓰 식당이라는 예쁜 공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전엔 여기서 닭도리탕이라는 음식을 팔았지만 이제는 '좋은 사람들이 만나는 소중한 경험'을 제공하기로 하였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세계 전체 인구 중 70%가 도시에 살 것으로 예측하는 스페이스 10은 도시의 주거 환경 변화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 한 개인이 도시에 마련할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타인과의 소통은 점점 단정되는 현상에서 스페이스 10이 주목하는 것은 다름 아닌 소외와 외로움이다.


주택 문제보다 삭막한 환경이 주는 극심한 고독감이 삶의 질을 더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IKEA, Magazine B, 2018


우리는 사람들이 느끼는 소외와 외로움의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비슷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알아가는 기회를 가지면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저희가 생각하는 건 독서, 강연, 클래스, 명상, 공연, 전시 등을 통해서 관심 있는 주제로 사람들이 모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독서 클럽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게 목적입니다. 하지만 저희에게 '독서는 단순한 수단'입니다. 독서라는 수단을 통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보내게 하는 것이 저희의 목적입니다.



와인



한국에서 '술 한 잔 하러 가자'는 단순히 아무 의미 없이 술을 속에 들이붓는 행위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서 '술'이라는 단어는 인간적 관계 형성이나 진솔한 소통을 의미합니다. 특히나 한국 사회에서는 술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 다시 시작하는 공간에서도 술이라는 매개체를 활용할 계획입니다.


(출처: https://www.e-jkd.org/upload/pdf/jkd-13-57.pdf)


오쓰 식당은 2개 층 전체를 단독으로 쓰고 있습니다. 2층은 앞서 언급했던 강연, 클래스 혹은 공연을 하는 장소로 사용을 할 계획입니다. 식당으로 운영되었던 1층은 와인을 사람들이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장소로 제공될 예정입니다. 강연이 끝나고 사람들이 1층으로 내려와서 와인 한 잔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편하게 지인과 방문해서 와인을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바라는 건 혼자 와서 이미 방문해 있는 모르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저희가 제공하는 와인을 사서 집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기실 수 있도록 작은 공간에서 판매도 계획 중입니다.   



왜 하고 많은 술 중에 와인을?


"와인은 현명한 사람을 기만하고, 점잖은 사람을 떠들게 만들고, 심각한 사람을 웃게 만드는 재치가 있다."


-프랑스 감독 에릭 호메르


본인만의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처럼 와인은 제각각의 스토리가 있는 술입니다. 개인적으로 소주도 좋아하고 위스키도 마십니다. 하지만 가장 매력적인 건 와인입니다. 수많은 종류의 와인이 가진 이야기들은 사람들을 더 가깝게 해 줄 풍부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공간은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곳입니다. 와인이 가진 이런 특징이 분명 우리 장소를 더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즐겁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와인 클래스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간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뻔한 와인을 파는 공간이나 강연을 떠올리면 머릿속에 금방 떠오르는 곳을 만들고 싶진 않았습니다. 무언가 이질적인 것들이 합쳐져서 특별한 공간 경험을 줄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습니다.


오쓰 식당 1층 내부


오쓰 식당이 인수한 가게는 원래 태국 음식을 팔던 곳이었습니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그 당시에는 공간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던 때라 이전 식당 인테리어에서 크게 바꾼 부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쓰 식당에 오시는 분들 중에 '뭔가 태국스럽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습니다.


최근 비행기를 타고 서울을 가면서 제주항공에서 발간하는 매거진에서 인천의 잇다스페이스에 관한 글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헌 책방이었던 동양서림의 과거 공간 흔적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공간인데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인천이라는 도시 브랜드가 풍기는 이미지를 매우 잘 담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출처: 잇다스페이스 인스타그램


출처: 잇다스페이스 인스타그램


여행



사람들은 여행을 갑니다. 일상에서 벗어나는 경험과 새로운 공간에서 벌어질 기대감을 가지고 낯선 곳으로 떠납니다. 우리 공간도 이런 느낌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회사에서 항상 같은 일을 하며 늘 같은 사람을 만나지만 오쓰 식당 공간에 오면 완전히 새롭다는 느낌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태국



외국에 오래 살기도 했고 해외여행도 여러 번 가봤지만 저에게 가장 매력적인 곳은 태국이었습니다. 특히 파타야의 여유로운 해변. 따사한 햇살 아래서의 샤도네이 와인 한 잔은 여전히 제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있습니다. 이 경험을 나누기 위해 태국스러운 오쓰 식당의 공간을 원래의 특성을 살려서 보다 더 태국스럽게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가 아래와 같은 생각이 들었으면 하면서요.



"경성대역 인근에 매우 특별한 공간이 있습니다. 간판도 태국어, 내부에도 태국어로 된 포스터가 가득한 곳이지요. 이국적인 냄새가 물씬하는 장소입니다. 1층에서 시원한 화이트 와인을 한잔을 마시며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일생 생활에서의 고민들이 더 이상 생각나지 않습니다. 불쑥 끼어든 낯선 사람의 인사도 여기서를 불편하지 않습니다. 왠지 여행지에서 선의의 친절을 베푸는 다른 관광객을 만난 느낌이 들거든요.


2층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와서는 와인을 마시기도 합니다. 독서클럽을 끝내고 온 사람들인데 여전히 할 말이 남았는지 와인을 마시며 계속 이야기를 나눕니다. 제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공간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함이 있어서입니다."



김영하 작가가 이전에 사람들이 호캉스를 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일상의 상처와 기억을 피하기 위해서 떠나고 싶어 한다."


태국, 와인과 모임이라는 이질적인 조합이 어쩌면 일상을 떠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다시 새로운 도전



1년간의 애썼던 경험을 뒤로하고 이제 오쓰 식당은 새로운 모습으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고 특별한 경험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흔적을 나중에 누군가가 기억할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하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창업가가 알아야 할 마케팅에 관한 7가지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