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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비자는 더 이상 광고를 신뢰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구매 후기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이유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있습니다. 저와 동갑이라 45살이며 직장 생활을 하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영상을 볼 일이 있어서 친구 유튜브 앱을 켠 적이 있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였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 프리미엄을 가입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기한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알아오면서 이 친구는 허투르게 돈을 쓰는 경우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친구에게 유튜브 프리미엄에 지불하는 금액은 본인 기준에서 절대 쓸데없는 지출이 아니었습니다. 왜 가입을 했냐고 직접 물어보니 대답은 누구가 예상하는 대로였습니다. 


"광고를 안 봐도 되니까."


아시다시피 유튜브 광고는 5분이나 3분 분량을 봐야 하는 게 아닙니다. 짧은 광고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광고도 보기 싫어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돈이 가지는 가치는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물건이 좋고 나쁨을 돈이라는 가치로 측정합니다. 좋은 물건이라 여겨지는 명품 백에는 기꺼이 많은 돈을 지불합니다. 그리고 아까워하지도 않습니다. 소비자들이 얼마나 광고를 싫어하냐면 그 중요한 돈을 지불하면서 까지 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넷플릭스는 고객 경험을 매우 중시하는 회사 중 하나입니다. 넷플릭스는 모든 영상에 광고가 없습니다. 넷플릭스를 늘 봐오시는 분들에게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수많은 가입자를 둔 넷플릭스가 앞에 5초 광고만 달아도 얼마나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쉽게 예상이 됩니다. 기업은 수익 창출이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입니다. 하지만 넥플릭스는 광고를 달아서 단기적인 수익을 내기보단 장기적으로 오래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광고 수익은 포기했습니다. 즐거운 고객 경험이 장기적으로 더 큰 수익이 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넥플릭스가 바라보는 광고는 고객의 경험을 해친다고 생각을 하는 겁니다. 마케터나 기업들은 고객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미명 아래 광고를 만들어서 고객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노출시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더 이상 광고를 유의미한 정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비자 조사업체 칸타(Kantar)가 8,000명 소비자들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이 있습니다. 디멘션 2020 (Dimension 2020)'리포트에 따르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미국의 소비자들은 정보와 뉴스를 얻는 도구 중 광고를 가장 신뢰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1/12/1218806/


이제 소비자들은 기업의 일방적인 정보보다 지인이나 다른 소비자의 의견을 더 신뢰합니다. 한국에서 배달앱이 빨리 자리를 잡은 이면에는 편리함도 있지만 구매 결정 시 타인의 구매 후기를 쉽게 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배달앱을 켜고 어떤 음식을 시킬지 고민할 때 누구나 다른 사람의 리뷰를 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만약에 우리가 식당이 제공하는 정보를 완전히 신뢰한다면 굳이 리뷰를 보면서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식당에서 써 놓은 음식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서 일 수도 있지만 이미 구매를 했던 다른 소비자들의 후기를 더 신뢰하기 때문에 리뷰를 봅니다. 


한국에 한 때 '믿거페'라는 말이 유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믿고 거르는 페이스북'이라는 뜻인데 페이스북에 근거 없이 떠도는 이야기나 페이스북 광고를 보고 제품을 구매했지만 기대감에 미치지 못한 경험을 가지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떠돌게 된 신조어였습니다. 기업이 제공하는 일방적인 정보를 담은 광고를 보고 구매한 후 실망스러운 경험은 소비자들이 더욱 다른 개인의 구매 후기를 더 신뢰하게 만들었습니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쿠팡, 배달의 민족 등에 등장하는 제품 하단엔 항상 리뷰가 있습니다. 리뷰를 달면 보상을 주기도 합니다. 지금은 너무 당연한 거라 아무도 의문을 갖지 않지만 20년 전만 해도 구매 의사 결정에서 기업들이 다른 구매 후기를 함께 공개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판매하는 제품에 리뷰를 공개하는 건 기술 발달로 발생한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리뷰가 구매에 미치는 강한 힘을 알기 때문입니다. 


인스타그램이 중요한 마케팅 채널로 힘을 갖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는 미리 구매를 경험한 소비자나 지인의 자발적인 후기가 올라와 있습니다. 광고가 힘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 스스로 찍은 사진과 후기는 구매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다음 글]


https://brunch.co.kr/@ycground/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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