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을 가르는 인간의 심리
쿠팡에서 스포츠 용품으로 꽤나 많은 매출을 내시는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상세페이지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마케터 입장에서 내용이 별로인 것 같아서 몇 가지 조언을 드렸다. 그런데 대표님이 웃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쿠팡에서 로켓 배송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상세페이지 그렇게 오래 안 봅니다. 가격과 제품 이미지 확인하고 바로 다른 사람 구매 후기부터 읽습니다. 그리고 바로 구매를 해요. 로켓 배송을 신청하는 것 자체가 빨리 사려고 하는 거라 상세페이지를 꼼꼼히 보지 않습니다."
브랜드 충성도가 중요하다고 브랜딩 강의시간이나 컨설팅 때마다 떠들 던 내 모습이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쓰는 샴푸, 비누나 휴지와 같은 제품을 쿠팡의 로켓 배송으로 구매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왜 내가 처음 보는 브랜드였는지가 이제 이해가 되었다. 와이프는 당장 쓸 휴지나 비누를 사기 위해서 빠른 배송과 적당한 가격이 가장 중요한 구매 요인이었던 거다. 신발은 반스와 나이키에 브랜드 충성도를 가진 와이프는 쿠팡 로켓 배송에서는 브랜드 충성도가 왜 없어졌을까?
사람들은 누구나 이중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환경을 위해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것은 귀찮아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내 시간을 들여서 봉사 활동을 다니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하지만 인간 내면 깊숙이 들여다보면 이중적인 모습이 아니다. 한결같은 모습이다. 철저하게 나나 내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거다.
아마존 대표인 제프 베조스에게 누가 이런 질문을 했다.
"10년 뒤에는 뭐가 바뀔 것 같습니까?"
하지만 베조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10년 후에도 바뀌지 않을 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베조스는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도 빠른 배송과 저렴한 제품을 원하는 욕구는 변하지 않으리라고 이야기를 했다.
세상은 계속 바뀌고 있다. 미국의 노예제도를 지금은 비난을 하지만 한때는 누구나 당연한 제도로 받아들인 적이 있다. 조선시대에 태어난 대다수 노예들은 자신의 숙명으로 여기며 삶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내가 지금 시대에 노예제를 주장하면 미친 사람으로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바뀌는 세상에서 쉽게 바뀌지 않은 것들이 있다.
빠른 배송과 저렴한 제품을 원하는 욕구, 목마르면 물을 마시고 싶은 욕구, 좋은 제품을 구매해서 자랑하고 싶은 욕구,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싶은 욕구, 편을 가르는 욕구 등
소비자를 이해하기 위해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편을 가르는 욕구다. 전쟁의 역사를 보면 모두 내편과 다른 편의 싸움이었고 누가 내편인지를 아는 건 매우 중요하다. 한국 사회에서 남녀, 보수 진보, 종교, 지역 간의 편 가르기가 문제라고 이야기를 한다. 과연 이게 한국인들만의 문제일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전 세계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다. 아프리카가 항상 내전을 겪는 것도 부족 간의 갈등이 크다. 거기에 비하면 한국 내 지역 갈등은 비할바도 아니다.
마케팅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매슬로우의 욕구에서 '애정, 소속 욕구' 또한 어디 편에 소속되고 싶은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를 반영하는 거다. 인간은 누구나 막연한 불확실함을 가진다. 당연히 이런 불확실함을 줄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어느 집단에 소속이 되면 불확실함이나 불안감이 매우 감소된다. 일단 소속이 되면 집단의 의미나 가치를 따르면서 편안한 마음이 생긴다. 이 과정에서 필수 불가결하게 생기는 게 내편과 네 편으로 나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모든 집단에 소속이 될 수 없으니 내가 소속된 집단과 아닌 집단으로 나뉘게 된다.
http://m.kmib.co.kr/view.asp?arcid=0923848908
브랜드 충성도도 결국은 이 편 가르기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볼 수 있다. 나이키나 아디다스와 같은 큰 회사 사이에서 엄청난 속도로 성장한 룰루레몬이라는 브랜드가 있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이 많다고 소문난 브랜드다. 더 놀라운 건 압도적인 영업이익률이다. 2020년 나이키 12.2%, 아디다스 11.3%, 언더아머 4.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때 룰루레몬은 22.3%를 기록했다.
https://kr.investing.com/analysis/article-200432617
이러한 룰루레몬의 성공적인 성장배경에는 커뮤니티가 있었다. 다른 브랜드가 멋진 운동선수의 모습을 팔았다면 룰루레몬은 브랜드 소속감을 중요시했다. 창업 초기부터 본인들이 잘하는 한 가지만 집중했다. 바로 커뮤니티를 만들고 강화하는 것이었다. 매장 내에서 요가 클래스를 열고 클래스에 참여한 사람들이 소속감을 느끼도록 노력했다. 즉, 소비자들에게 룰루레몬은 확실히 내 편이라는 인식을 심는 데 성공했다. 이 인식은 그대로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졌다.
http://www.apparelnews.co.kr/news/news_view/?idx=190825
다시 내 와이프 이야기로 돌아오자. 쿠팡 로켓 배송에서 가격을 우선시해서 휴지를 산 사례를 보면 브랜드 충성도 없이 구매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은 쿠팡이랑 브랜드에 충성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이 가능했던 거다. 브랜드 충성도가 없어진 게 아니다. 쿠팡 로켓 배송은 내편이라는 확실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빠른 결정이 가능했던 거다.
소비자가 꾸준히 내 제품을 구매하기 바라고 입소문을 내주길 원한다면 중요한 건 딱 하나다. 고객을 내편으로 만드는 것. 여러분의 브랜드를 소비자가 확실히 내편이라 여기고 소속감을 가지게 하는 것이 시대가 변해도 브랜드를 꾸준히 성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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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ycground/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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