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3] 항상 합리적인 결정만 하는 게 아닌 소비자들

확증편향 

나는 아이폰, 맥북 에어, 아이패드를 쓴다. 이유를 물으면 정확히 답변할 수 없지만 애플 제품이 좋다. 신문 기사를 읽을 때 아이폰이 좋다는 내용의 기사는 읽지만 경쟁사 제품이 좋다는 기사는 그냥 읽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회사 스마트폰이 나쁘다는 기사는 열렬히 읽는다. 그러면서 나의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을 갖는다. 나는 여전히 스마트폰 중에 아이폰이 최고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스마트폰에 관해 논쟁을 할 때 아이폰이 최고라는 주장을 절대 굽히지 않는다. 인정하고 싶지만 나는 애플이란 브랜드에 편향(내가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심리)이 있다. 애플이 좋다는 기사만 보고, 애플이 좋다는 이야기만 듣는다. 말 그대로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듣는다. 하지만 과연 나만 이런 식의 편향을 가지고 있을까?


뇌과학 마케팅, 매트 존슨, 프린스 구먼, 21세기 북스


스탠퍼드대학교 바바 쉬브 연구팀이 똑같은 와인으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2종류 와인을 주고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을 통해 중격의지핵이라는 쾌락중추를 관찰했다. 하나는 매우 비싼 와인이라고 이야기를 했고 다른 하나는 저렴한 와인이라고 소개했다. 흥미롭게도 비싼 와인이라고 이야기를 듣고 마실 때 참가자들 쾌락 중추에서 뉴런이 활발하게 발화했다. 반면에 저렴한 와인을 마실 때는 뉴런이 전혀 발화되지 않았다. 아까 말했듯이 두 와인은 똑같은 와인이었다. 비싼 와인이라고 이야기를 듣고 그 정보에 동의하는 순간 사람들은 그 와인이 비싼 와인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비싼 와인이라 그런지 맛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한다. 소비자가 항상 올바른 선택만 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전문가나 연구가 공통적으로 사람들 의사결정은 논리적인 부분보다 감성적인 영역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한다. 잘 생긴 남자나 예쁜 여자가 머리가 좋은 사람보다 연봉을 더 많이 받는다는 연구가 있다. 뛰어난 외모와 업무의 객관적인 상관관계를 학문적으로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연봉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뛰어난 외모를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은 연봉을 지급했다. 



강의에서 만나는 대표님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제품은 너무 좋은데 사람들이 구매를 안 해준다. 경쟁 제품보다 우리가 더 저렴하고 기능도 좋은데 매출이 기대만큼 안 나온다'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소비자 심리를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사람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 당연히 제품만 보고 사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제품 디자인, 고객 서비스, 홈페이지, 다른 사람들의 평가 등 수많은 다른 외부적인 요인을 바탕으로 소비자는 좋은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을 판단한다. 심지어 여기에 편향이 끼어들어서 판매자가 원하는 행동이 항상 일어나진 않는다. 


한국의 가장 큰 두 정당의 극렬 지지자를 한 명씩 선발해서 토론을 시키면 원만한 합의가 이뤄진다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방 주장이 거짓이건 사실이건 중요하지 않다. 내가 믿는 믿음만이 진실이고 상대방은 모두 거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토론 자체가 무의미하다. 최근에 부쩍 가짜 뉴스에 관한 논쟁이 많이 나왔다. 대다수는 가짜 뉴스가 문제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누가 가짜 뉴스를 만드느냐를 물어보면 무조건 나와 생각이 다른 편이라고 한다. 슬프게도 우리는 이런 사람들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해야 한다.


쉽게 따라하는 행동경제학, 오타케 후미오, AK


수술을 앞둔 환자들에게 조사를 한 연구가 있다. 


A '수술 후 1개월 동안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은 90%'

B  '수술 후 1개월 동안 사망할 수 있는 확률 10%'


두개의 조사 문항을 보면 정확히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수술 후에 1개월 동안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은 90%이며 사망할 수 있는 확률은 10%다. 이 이야기를 특정한 부분만 강조해서 다른 식으로 문장을 만든거다. A 경우는 환자 80%가 수술을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B 경우는 50%만 수술을 받겠다는 결정을 했다고 한다. 위 사례는 소비자 의사결정에서 논리적 판단 보다는 단순히 손실을 피하고 싶은 심리가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나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식의 의사결정을 한다. 


브랜드가 팬덤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를 주야장천 하다가 심지어 책도 썼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2395729

 

내가 이야기하는 팬덤은 인간이 가진 편향을 악용하자는 게 아니다. 정말 고객들에게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으면 비교적 쉽게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 있다. 일단 우리 브랜드에 팬덤을 가지게 되면 나는 이 브랜드만 고집하게 된다. 내가 애플이 만드는 제품을 구매하고 항상 추가 구매를 고려하는 이유가 내가 가진 팬덤 때문이다. 심지어 주위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알리기까지 하니 브랜드 입장에서는 매우 반가운 일이다. 


코카콜라, 애플, 삼성전자는 광고비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쓴다. 하지만 내 주위에는 적어도 앞의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면 도대체 왜 그렇게 수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광고를 할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브랜드 팬덤을 강화시킬 수 있다. 비싼 돈을 들여서 만든 멋진 광고를 보면서 소비자들은 나의 결정은 틀리지 않았다고 재확인을 한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브랜드를 더 좋아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소비자를 설득하려면 소비자를 잘 알아야 한다. 소비자들은 항상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의사결정만을 하지 않는다. 이 부분만 이해를 해도 더 많은 구매를 일으킬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전 글]


https://brunch.co.kr/@ycground/126 


작가의 이전글 [2] 브랜드 충성도는 높아졌지만 낮아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