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소비욕망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9살 된 딸이 울면서 나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다. 자기는 교촌 치킨이 먹고 싶은데 엄마는 동네 치킨집에서 주문을 한다는 게 이유였다. 딸이 원한 건 내가 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어서 동네 치킨집 브랜드가 아니라 교촌 치킨을 주문하게 만들어 달라는 거다.
내가 놀랬던 건 '9살짜리 여자 아이가 어떻게 교촌 치킨이라는 브랜드를 선호하게 되었을까?'였다. 단순히 교촌 치킨이 맛있다는 건 정답이 되기 힘들다. 눈 가리고 코카콜라와 펩시를 맞추게 했을 때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인지를 하지 못했던 실험은 너무 유명하다.
뇌과학 마케팅이란 책을 선택한 건 소비자의 구매 의사 결정이 늘 궁금한 나의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아래는 책에서 흥미로운 내용 발췌.
1. 코카콜라는 매년 광고와 브랜딩에 천문학 적인 비용을 지불한다. 이 세상에 코카콜라를 모르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명백히 브랜드 인지도를 위해서 쓰는 게 아닌 건 확실하다. 코카콜라는 '행복'이라는 감정과 코카콜라라는 브랜드를 연결시키기 위해 광고비를 쓴다. 그리고 이 노력은 효과가 있다.
2. 행복, 사랑, 증오과 같이 감정적인 단어는 책상, 의자, 돈과 같은 중립 적인 단어보다 훨씬 더 오래 기억된다. 마케터들이 감정적인 단어로 광고 카피를 쓰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3. 상황에 따라 소비자 행동은 달라진다. 영화관에서 팝콘을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은 영화관 입장 시 거의 모두가 팝콘을 산다. 심지어 배가 부를 때고 먹었고, 눅눅한 팝콘을 줘도 먹었다. 하지만 영화관을 벗어나면 이 마법은 끝이 난다. 배가 부르면 당연히 팝콘 먹기를 거부했고, 눅눅한 팝콘을 먹진 않았다. 부산에 놀러 와서는 밀면을 맛있게 먹었던 서울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밀면을 찾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4. 연비가 안 좋기로 유명한 지프, 허머를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구매 이유를 물어보면 안전을 위해서 선택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차가 멋있어서 구매를 했다. 소비자들을 본인 의사결정에 대한 이유에 대해서 남들에게 합리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심리가 있다.
5. 흥정이 길어질수록 함께 보낸 시간이 많을수록 소비자들은 거래를 멈추기 어려워진다. 영업 사원들은 이 전략을 항상 사용한다. 오랜 연인이나 배우자와 쉽게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도 '그래도 여기까지 왔잖아.'라는 심리 때문이다.
6. 소비자들은 모든 정보를 가지고 의사 결정을 하지 않는다. 편의점 냉장고 앞에서 모든 아이스크림을 시식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지 않는다. 재빨리 훑어보고 '그런대로 괜찮아 보이는' 한 가지를 선택한다. 그리고 인간 뇌는 '그런대로 괜찮은' 것을 무척 좋아한다.
7. 여러 가지 주스 중에 하나를 선택할 때 (가격이 최고 중요한 조건이 아니라면), 대부분 최근에 가장 많이 본 주스를 선택하게 된다. 사실은 주스는 이미 선택되어 있었다. 단지 이 구매 결정을 내가 내렸다고 믿고 싶을 뿐이다. 친숙함의 효과이다.
우리 큰 딸은 아빠 주위 사람들이 카카오톡으로 보내준 교촌 치킨 기프티콘으로 인해 어려서부터 교촌 치킨에 익숙해져 있었다. 꾸준히 긍정적인 브랜드 체험을 한 딸은 교촌치킨 호감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뇌과학이 이야기하는 소비자가 궁금하신 분들에게 추천.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2684541